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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한화·GS·한진·이마트는 ‘안정보다는 변화에 무게’, SK ‘전문성 강화’

재계 2020 인사 키워드는 ‘세대 교체’… 70·80년생이 온다
인사는 나침반이다. 인사 안에는 사업전략, 비전, 기업문화, 내부정치 등 모든 것이 응축되어 있다. 인사로 최고경영자(CEO)의 진짜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올해 그룹들은 실적 악화와 잠재성장률 악화 추세,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확산, 한·일 수출규제 등 대내외 악재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쇄신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위기 때는 관리형 리더’라는 공식도 깨졌다. 안정보다는 변화를 통한 미래 대비를 선택했다. `기존과 다른 방정식으로 혁신’을 외치는 젊은 오너 기업인이 경영 전면에 등장한 곳도 많다. 올해 주요그룹 인사의 핵심은 단연 ‘세대교체’ 다. 임원도 젊어지고 있다. 70년대생 CEO, 심지어 30대 상무 시대가 도래했다. 외부수혈도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3·4세 경영 등판, 임원도 ‘세대교체’

LG·한화·GS 한진 등 주요그룹에서 창업주 3·4세대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젊은 총수에 맞춰 젊은 임원들이 선임되면서 새 판짜기가 시작됐다. 전문 경영인도 4차 산업혁명시대 디지털 전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융합형 전략가’로 재정비되는 모양새다.
5대 그룹 중 처음으로 지난해 ‘4세 경영’의 닻을 올린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취임 후 두 번째인 이번 임원인사에서 기존 6인 부회장 체제를 4인 체제로 변경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63)이 용퇴했고, 50대 권봉석 MC사업본부장 겸 HE사업본부장 사장이 LG전자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앞서 지난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겠다는 구광모 회장의 ‘뉴LG’ 구상이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 회장은 적극적으로 외부 인사를 수시로 영입해 그룹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뉴에이본 법인장(부사장)으로 한국코카콜라 이창엽 대표를 영입했다. 또 LG CNS 커스터머 데이터 앤 애널리틱스 사업부장(부사장)으로는 한국 델 이엠씨 컨설팅서비스 김은생 총괄을 선임하는 등 총 14명의 외부인재를 수혈했다.

젊은 임원도 대거 발탁했다. LG 신규 임원 106명 중 21명이 45세 이하다. 특히 LG생활건강에서는 심미진(34)·임이란(38) 등 30대 상무가 나왔다. LG전자 시그니처키친 스위트 태스크리더 김수연 수석전문위원은 39세다.
  •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부사장.
한화그룹도 3세 경영 체제가 시작됐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36)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한화그룹은 내년 1월 그룹 핵심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에 한화큐셀을 흡수 합병시켜 ‘한화솔루션’이란 새로운 회사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김 부사장은 이 회사의 전략부문장을 맡으며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 9월 7개 계열사 대표를 발 빠르게 교체한 한화의 핵심 인사 키워드는 검증된 내부 인사발탁과 세대교체였다. 당시 새로 내정된 7명의 대표이사 가운데 4명이 내부에서 발탁돼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한화테크윈은 안순홍 영업마케팅실장(전무), 이기남 한화정밀기계 대표, 이구영 한화케미칼 대표, 정인섭 한화에너지 대표 등이다.

임원들의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상무보 승진자의 평균 연령은 48.1세로 2018년 49.2세에 비교해 1.1년 젊어졌다. 한화는 “신임 상무보 74명 가운데 70년대생(40~49세)이 42명으로 전체 승진자 중 절반이 가량이고, 이 가운데 8명은 75년 이후 출생으로 40대 초반”이라고 설명했다.
GS그룹은 15년 만에 수장이 바뀌었다. 그동안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던 허창수 회장이 전격 용퇴를 발표하면서 ‘변화’를 선택했다. 허창수 회장은 퇴임을 발표하면서 “혁신적 신기술이 기업 경영환경 변화를 가속화하고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 도태될지 모른다는 절박감 때문에 지금이 적기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신임 회장은 허 회장의 막내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다. 내년 1월 취임하는 허태수 신임 회장은 ‘디지털 혁신 전도사’로 불린다. 허태수 회장은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에 오른 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당시 TV홈쇼핑에 의존하던 사업 구조를 ‘모바일’로 전환시킨 바 있다.

이번 인사에서 GS리테일 허연수 사장과 GS건설 임병용 사장이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GS의 CFO를 맡고 있는 홍순기 사장이 ㈜GS 대표이사를 맡게 된다.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은 허태수 신임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이번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허 부회장은 2003년부터 GS리테일 신규점기획담당으로 일하며 대형마트 점장, 편의점 사업부 영업부문장, 전사 상품구매 본부장에 이어 편의점 사업부 대표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경영 전반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고 2016년부터 GS리테일 사장으로 일했다. GS리테일에서 일하는 동안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납품되는 상품의 미세한 차이까지 알고 있을 만큼 실무자로서의 탁월한 역량을 보였다고 알려져있다. 깊이있는 비전과 격의없는 소통으로 기업 발전의 기틀을 제시한 업적이 인정됐다.

이와 함께 4세 경영도 시작됐다. 허창수 회장과 함께 허명수 GS건설 부회장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수’자 돌림에서 ‘홍’자 돌림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허창수 회장의 장남 허윤홍(40) GS건설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한진가 3세로 지난 4월 회장에 취임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첫 임원인사는 올 경영계의 주요 관심사였다. 조 회장은 우기홍 대한항공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그룹 전반에 50대 대표를 내세웠다. 조 회장은 특히 대한항공 출신 인사들을 내부 승진시키면서 그룹 계열사들에 지배력을 강화했다. 경영 복귀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인사 명단에서 빠졌다.

우기홍 대한항공 신임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한항공에 입사해 미주지역본부장과 여객사업본부장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17년부터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조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택배 등 물류사업 계열사인 (주)한진 대표이사엔 노삼석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장(55)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해 내정됐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 등 국내 주요 공항에서 지상조업 업무를 하는 한국공항 대표이사엔 유종석 대한항공 자재부 총괄전무(59)가 내정됐다.

이와 함께 한진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사장 이하 임원 직위체계를 기존 6단계(사장·부사장·전무A·전무B·상무·상무보)에서 4단계(사장·부사장·전무·상무)로 줄여 불필요한 결재 라인을 간소화했다. 이에 따라 임원 수도 20% 이상 감축됐다. 회장을 포함해 임원 규모가 108명인 대한항공은 이번 인사와 직위체계 개편으로 29명(사임 18명, 그룹사 전·출입 11명)이 줄어 79명이 됐다. 한진그룹 측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위기관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부 인재를 중용하는 등 변화와 미래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세대교체를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그룹은 다만 안전이 생명인 물류항공 산업의 특성상 세대교체는 분야별로 범위와 대상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유통가에도 세대교체와 파격인사의 바람이 불었다. 이마트는 지난 10월 6년간 회사를 이끌었던 이갑수 대표가 물러나고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의 강희석 대표가 외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표로 선임됐다. 강 대표는 1968년생으로 전임 이 대표와 12살 차이가 난다. 이 밖에도 11명의 임원을 물갈이하는 쇄신 인사를 했다. 이마트가 젊은 대표를 앞세워 유통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안정 속 전문성 강화

SK그룹의 올해 인사 키워드는 ‘안정 속 변화’다. 내년 초 임기 종료를 앞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SK하이닉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장동현 SK(주) 사장 등 주력 계열사의 CEO(최고경영자)는 유임됐다. 최근 몇 년간 이미 세대교체 작업을 추진해온 SK그룹이 올해 인사에서는 안정적 리더십 구축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7개 위원회 중 2개 위원장이 바뀌었다. 종전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을 맡았던 김준 사장은 이번에 에너지·화학위원장을 맡았으며, 장동현 사장은 김준 사장을 이어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을 맡게 됐다.

전체 규모 측면에서도 예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안정을 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0년 임원인사 규모는 신규 선임 108명에 사장 승진 9명을 더해 총 117명이다. 임원의 경우 혁신 역량을 갖춘 젊은 중간관리자들이 신규 임원으로 발탁된 사례가 많았다. 또 몇몇 계열사나 대형 사업부의 경우 50대가 수장을 맡는 등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다만 SK그룹은 딥체인지 추진을 위한 실행력 강화를 위한 세대교체 고삐는 늦추지 않았다. ICT와 정유·석유화학 부문에서 일부 계열사들의 CEO 교체를 젊은 피로 교체했다. SK㈜ C&C 사장에 박성하 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이, SK루브리컨츠 사장에는 차규탁 기유사업본부장이 내정됐다. SK브로드밴드 사장에는 최진환 ADT캡스 대표가, SK머티리얼즈 사장에는 이용욱 SK㈜ 투자2센터장이 내정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기업의 인사를 보면 대내외적인 변수들로 인해 초경쟁 시대가 시작됐고 절박함도 묻어난다”며 “사업 구조 개편이 진행됨에 따라 젊은 인재, 외부 인사 영입 등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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