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안이 고조되면서 코스피가 하락 출발해 장중 2070선을 내준 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미중 무역협상의 영향이 여전함을 보여준 한주

지난주(11/29~12/5)에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코스피가 57.8포인트, 코스닥도 22.6포인트 떨어졌다. 지난달 29일 하락이 특히 컸다.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인권법에 서명함에 따라 미중 무역협상이 지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게 이유였다. 같은 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2%→2.0%로 하향 조정했다. 이로 인해 4000억 넘는 외국인 순매도가 나왔고 여기에 기관 순매도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3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미중 무역협상의 영향이 여전함을 보여준 한주이기도 했다. 미국 언론에 무역협상 1차 합의가 멀지 않았다는 기사가 나오면 주가가 오르고, 반대로 부정적인 뉴스가 나오면 주가가 떨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 이후로 무역합의를 미루는게 나을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한 게 대표적이다. 미국 하원이 홍콩에 이어 신장 위구르자치구에 대한 제재법안을 가결했다는 소식도 협상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양국의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 15일에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가 진행된다.

미중 무역협상이 연내 타결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기대가 낮더라도 실제로 1차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관세 부과가 시작될 경우 주식시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난 4월과 7월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후 꺾인 결정적 이유는 무역협상이 난항에 빠졌기 때문이다. 내년 미국 대선일정을 생각할 때 무역협상이 결국에는 타결되겠지만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부담이 된다. 외국인이 1조 556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 했다. 11월 6일 이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주식을 내다팔고 있는데 시장에서는 MSCI지수 편입 조정이 끝났지만 사우디 아람코의 IPO가 남아 있어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팔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약간의 설명 요인은 되지만 매도의 큰 이유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 주가 상승 둔화와 외국인 매도로 주가 하락

시장에서는 주가 하락 요인으로 미국시장 둔화와 외국인 매도를 꼽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두 번의 큰 상승이 있었다. 첫 번째는 위기 직후부터 2015년 4월까지로 S&P500지수가 900에서 2000이 됐다. 두 번째는 2016년 6월부터 작년 9월까지 해당 지수가 3000을 넘었다. 이번이 세 번째다. 일반적으로 세 번째 상승은 약하게 진행된다. 첫 번째 상승은 직전 대세하락으로 주가가 높지 않아 오를 수 있는 여유 공간이 많고, 두 번째 상승은 경기 회복으로 힘이 센 반면 세 번째는 별달리 상승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유동성 전부를 긁어 모은 게 상승 동력의 전부여서 힘이 실릴 수 없다.

미국 시장이 주춤해지면서 우리 시장도 힘을 잃고 있다. 코스피가 8월 1900을 바닥으로 2150까지 올라오는 동안 우리 시장 내부 동력은 역할을 하지 못했다. 연간 2%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경기가 나쁘고 수출도 두 자릿수 감소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3분기 기업실적 역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5%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오를 수 있었던 건 연준의 금리 인하로 미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그 힘이 약해지면서 우리 주가가 지지부진해진 게 당연하다. 수급도 사정이 비슷하다. 최근에 영향력이 특히 커졌는데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가 하루에 2000억 정도만 순매수해도 주가가 오르고 반대로 순매도 하면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 팔 때마다 나오는 얘기가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 재조정이나 원화 약세가 매도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럴듯하지만 설명력이 높지는 않다. MSCI지수조정이 있었던 지난 5월과 8월에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2조 4000억원과 2조 2000억원어치 내다 팔았다. 편입비율 조정이 외국인 매도에 영향을 준 게 맞지만 주가가 생각만큼 떨어지지 않았다. 5월에는 신흥국 주가 하락으로 7% 정도 떨어졌지만 8월에는 하락률이 2%에 그쳤다. 편입비율이 가장 많이 증가한 사우디 주가가 같은 기간에 8.5%와 8.2% 떨어진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편입비율 조정이 외국인 매매에 영향을 주긴 했지만 그로 인한 매도 규모가 크지 않아 주가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환율도 비슷하다. 올해 4월에 원/달러 환율이 1130원에서 1190원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7월에도 원화가 1180원에서 1220원까지 올랐는데 두 기간 모두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 매수와 원화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인 걸 보면 환율이 외국인 주식 매매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주식의 상하한가 폭은 하루 30%이다. 환율은 변동이 아무리 커도 하루 1%를 넘지 못한다. 둘의 변동폭 차이가 너무 커 환율이 보조 변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외국인 매수는 주가 상승 가능성에 의해 좌우된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과 기업 실적에 의해 결정된다. 단기적으로는 선진국, 특히 미국 주가의 영향이 크다. 이 점에서 보면 수 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 매도는 걱정이 된다. 올해 미국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1월과 4월, 7월에 외국인이 순매수를 기록한 반면 이번에는 매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우리 시장이 매력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나올 수 없는 매매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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