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18번째 부동산 대책…15억원 이상 고가주택 대출 금지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부동산 대책이 또 나왔다. 문재인정부에서만 18번째다. 하지만 시장 반응이 냉소적이다. 지속가능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쯤 되자 정부의 의지를 의심하는 시선도 따른다. 뚜렷한 정책 목표 없이 일단 과열부터 막자는 식이란 지적이다. 정부가 인식하는 주택시장의 ‘안정화’가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공급확대 필요성이 제기된다.
15억원 넘는 아파트 살 때 대출 ‘금지’

정부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은 금융,세재,청약 등 부동산 관련 전 분야를 망라한다. 단연 눈길을 끈 부분은 '초강력 대책'으로 불리는 부동산 대출 억제안. 정부는 기존보다 담보대출 기준은 높이고 대출 가능액은 줄였다.

종합부동산세가 최대 0.8%포인트 오를 전망이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세 부담 상한은 200%에서 300%로 상향 조정된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도 서울 13개구 전역과 5개구 37개 동, 경기 과천 · 광명 ·하남의 13개 동까지 대폭 확대된다.

투기,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을 살 때 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된다. 그만한 고가 아파트를 사려면 금융사 도움 없이 현금으로만 사게끔 된 것이다. 이는 주택임대업, 매매업 개인사업자, 법인, 개인을 가리지 않고 모든 금융권 대출에 적용된다.

15억원 이하 주택의 대출 규제도 강화됐다. 시가 9억원을 넘는 주택을 살 경우 LTV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돼 담보 대출액이 줄어든다. 기존에는 투기, 투기과열지구 아파트 담보 대출 시 아파트 가격 전체에 LTV 40%를 균등하게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20%다. 예를 들어 시가 15억원 주택의 경우 6억원(15억원×4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4억8000만원(9억원×40%+6억원×20%)까지만 가능하다.

이번 대책은 ‘갭투자’를 겨냥한 조치이기도 하다. 9억원 초과 주택을 구입하거나 보유한 이들의 전세대출을 봉쇄했다.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매입하거나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전세대출을 아예 회수하는 특단의 조치도 마련됐다.

이와 함께 공시가격 9억원 이상 고가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매기는 종합부동산세율은 최고 4%(현행 3.2%) 오르게 됐다. 3주택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서울, 세종 전역 및 경기 일부)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최고 세율 적용 대상이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보유세 상한도 200%에서 300%로 높아진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정 지역은 사실상 서울 전역으로 넓혔다. 지난달 1차 지정 때는 ‘핀셋’ 지정을 표방하며 27개동만 지정했으나 이번에는 ‘서울 13개구 전역(272개동)과 5개구 37개 동, 경기 과천 · 광명 ·하남의 13개 동’으로 대폭 늘렸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내년 6월 이전에 팔 경우 양도소득세 중과세(10~20%포인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기로 했다.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주되 서둘러 여분의 집을 처분하라는 신호다. 그렇지 않을 시에는 세금 폭탄을 예고했다.

초강력 수요대책이지만 ‘일시적 효과’

시장은 이번 조치로 과열된 주택 투자 심리가 반짝 위축될 것으로 바라본다. 또 정부가 10년 이상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배제하기로 하면서, 품귀를 빚는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풀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15억원 이상 주택을 구입할 때 대출이 원천 금지되면 강남권 고가주택 진입은 앞으로 어려워지기 마련”이라며 “9억 원 이상 주택에 전세자금 대출도 막히면서 시세 차익을 노린 갭투자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단기효과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강남 3구 중 한 곳인 송파구에서 공인중개인을 하는 진모씨는 “이번 대책 발표로 거래가 뚝 끊겼지만 걱정은 크지 않다”면서 "앞서 17차례 발표될 때도 거래량이 한두 달 뜸하다 매번 다시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대출을 막는 초강력 대책인 만큼 거래량이 회복되는데 상대적으로 시간이 걸리겠지만 역시 한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를 제한하는 것인데, 강남 등 고가 아파트 시장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한 실수요자 비중이 낮아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 연구원은 “저금리 정책 등 투기수요를 자극하는 정책이 유지되는 한 투자자들은 규제의 허점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를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세시장의 혼란도 예상된다. 대출이 막히면서 실수요자들이 대거 전세로 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군이 좋은 서울 대치동과 목동 등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늘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번에 집주인들의 실거주 요건을 강화, 보유세 부담까지 늘렸다. 자연히 공급량은 축소할 가능성이 높아 ‘전세 대란’이 재현할 조짐이다.

‘안정화’란 무엇인가…공급대책 마련해야

이처럼 최근 대책도 실효성을 의심받자 일각에선 정부의 정책 목표를 묻는다. 정부가 생각하는 주택시장 ‘안정화’란 게 무엇이냐는 것이다. 정책들이 집값 상승폭을 좁히려는 것인지, 현재 수준을 유지하려는 것인지, 혹은 가격을 내리기 위함인지.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시장이 부동산 과열을 지적할 때 정부는 안정된 상태라 주장한다. 그러다 얼마 못가 과열을 거론하며 규제안을 낸다”며 “정부의 집값 안정 목표가 물가상승률 정도의 인플레를 용인하는 건지, 낮춘다는 건지, 그렇다면 어느 정도인지를 분명히 해야 하는데 보이질 않는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서도 같은 말이 나온다. 진보인사로 분류되는 모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는 데에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분명한 목표 안에서 집값 상승만 막자는 식의 강경책이 시장의 내성을 키웠다”며 “이번 정권 취임 이전에도 부동산 시장은 비정상이었지만, 현재 상태라면 그 당시 수준으로라도 되돌리는 게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한편에선 이번 대책을 내놓게 된 배경에도 물음표를 붙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올해 집값 상승률이 1~2%에 불과한 상황에서 최고가 주택 수요를 낮추는 게 주택시장 안정화인가”라며 “수도권 외 지방은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는 등 상황이 나빠졌는데 강남 등 비싼 지역을 겨냥한 조치가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집값 안정의 목표를 모호하게 설정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에 있어서 집값이 1차적인 요소인 건 사실이나, 궁극적 목표는 서민이 살 수 있는 안정적 여건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적정 집값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수치상의 목표는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실제로 이번 발표에서도 정부는 작년 9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내놓은 수도권 주택 30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공급을 위축시킬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만 서울 강북과 경기까지 확대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이 안정화되려면 수요만 억제해서는 안 되고 주택공급도 균형적으로 이뤄나가야 한다”며 “3기 신도시가 들어선다고는 하지만 그곳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3기 신도시의 경우 완성이 되려면 10~20년 정도 걸릴 텐데, 결국 최대 수혜자는 국토부와 LH공사일 뿐”이라고 부연했다.

경실련도 같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문 정부 30개월 중 26개월 동안 집값?땅값이 폭등으로 이어져 소득주도성장이 아닌 ‘불로소득주도 성장’으로 치닫고 있다”며 “분양가상한제와 청약제도 채권 입찰제뿐만 아니라 주변 시세의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새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집값을 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종혜 기자 , 주현웅 기자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