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6.28포인트 오른 2204.21로 장을 마감한 27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에 한창이다. 연합

국내외 경제, 미약한 회복 예상

2020년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올 거란 전망 때문이다. 경기 회복 속도에 관계없이 방향이 달라졌다는 사실만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던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타당성 있는 얘기다. 이런 전망을 뒷받침해주는 지표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선행지수다. 2019년 2분기에 저점을 찍은 후 시간이 흐를수록 회복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국내외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더라도 내년 회복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다. 선진국의 오랜 경기 확장에 따른 에너지 약화와 제조업 둔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작년 12월에 미중 무역협상이 1차 타결됐지만 실물에까지 영향이 내려오려면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장기 확장에 따른 피로도를 감안하면 눈에 띄는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5% 정도다. 그래서 제조업이 둔화돼도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거라 얘기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최종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각 부분에서 미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영향력이 GDP의 30% 정도 된다. 이런 영향을 감안하면 경기가 저점을 지난 후 모습은 L자형으로 바닥에 깔리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높은 선진국 주가와 상승에 대한 높은 기대는 부담 요인

2002년 주식시장에서 가장 문제가 될 부분은 선진국 주가다. 주가가 높아 상황이 조금만 변해도 급변할 수 있다. 2019년말 S&P500지수의 주가순이익배율(PER)은 19배로 2000년 이후 가장 높다. 내년에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이익 개선이 이루어지더라도 코스피가 2300까지 올라가면 우리시장의 PER도 10배를 넘게 된다. 또 하나 내년 시장을 좌우할 요인은 투자 심리다. 주가가 장기간 오른 영향으로 투자자들이 어지간한 위험은 위험으로 보지 않고 있다. 수 차례 금융완화 정책과 재정 정책을 경험하면서 정책 담당자들이 위험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년간 경기를 북돋우려는 정책이 무수하게 쏟아진 걸 감안하면 비합리적인 믿음은 아니다. 주가를 만드는 요인 중에서 가장 느리게 변하는 게 투자 심리다. 상승이 오래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한쪽 방향으로 생각하는 힘이 더 강해진다. 문제는 심리가 쉽게 변하지 않지만 한번 변하기 시작되면 시장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는 점이다. 시장에 대한 견해가 갑자기 바뀌기 때문이다. 심리 약화는 오랜 상승 이후 오는 경우가 많다. 선진국 주가가 상승을 시작하고 11년이 지난 만큼 투자 심리가 변할 가능성이 있다. 해외시장이 이렇게 급변할 경우 우리 시장도 안전할 수 없다.

반도체 퇴조, 금융과 중소형주 기대

2019년에 선진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에 우리 시장은 2200을 넘지 못했다. 2011~2016년과 비슷한 모습이다. 그때도 선진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우리 시장은 2150을 넘지 못했다. 미국 시장이 최고치를 넘어 계속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는 박스권 상단까지 올랐다가 미국 시장이 약해지면 다시 하단까지 내려오는 과정을 거듭했다. 당시 우리 시장이 세계 주식시장과 별개로 움직였던 건 2014년 이후 3년간 기업실적이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과 재정 등 모든 정책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행돼 그 효과가 이머징 마켓까지 내려오지 않았던 점도 있었다. 지금은 2011~2016년보다 상황이 나쁘다. 당시는 선진국 주가가 낮았고,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고 2~3년밖에 지나지 않아 추가 회복 여지가 컸지만 지금은 선진국 경기가 좋아지기 시작한 후부터 11년이 지났다. 그만큼 경기가 정점을 지나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2020년 주식시장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걸로 전망된다. 국내외 경기 회복 속도가 갑자기 빨라진다거나 반대로 늦어진다면 모를까 현재 예상대로 바닥에 깔리는 정도라면 주가에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 고점은 2300을 넘긴 힘들다. 주가가 낮으면 추가 상승할 공간이 있겠지만 그럴 형편이 못 된다. 그렇다고 주가가 크게 떨어지기도 힘들다. 우리 시장이 다른 선진국보다 주가가 먼저 떨어졌기 때문에 코스피가 1900 밑으로 내려올 가능성은 희박해서다. 1900과 2300이 한해 내내 주가를 가두는 벽이 될 것이다. 종목은 종합주가지수보다 변동이 클 것이다. 미국의 업종별 주가를 보면 2019년 10월 은행을 규제하는 볼커 룰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금융업 주가가 S&P500보다 상승이 작았다. 이후에는 상승이 커졌는데 그만큼 법안 개정에 따라 금융업의 영업이 개선될 거란 기대를 하고 있다. 이 기대가 조만간 우리 시장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2019년의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은행주가 부진을 면치 못했던 건 금리 인하 때문이었다. 예대마진 축소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컸는데 2020년에 금리 인하가 한번을 넘지 않을 걸로 보이는 만큼 추가 여지가 크지 않다. 2020년은 은행의 괜찮은 실적이 주가에 반영될 걸로 전망된다. 반도체를 비롯한 IT는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할 걸로 보인다.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거란 기대가 크지만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만큼 더 오를 공간이 없다. 대신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상승 종목의 전환이 기대된다. 이들은 반년 넘게 상승에서 소외된 데다 주가가 낮고, 바이오 업종의 재정비까지 마무리돼 상황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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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