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션’ 설립…1000여개 렌터카 업체에 스마트 기술 제공

국내 렌터카 시장의 규모가 지속 확장 중인 가운데 현대차는 그들과의 ‘상생’을 택했다. 일부 대기업들이 해당 시장에 아예 뛰어드는 것과는 결이 다른 행보다. 현대차는 렌터카 사업을 직접 영위하기 보다는, 자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1000여개 렌터카 업체의 ‘뒷배’가 되어주는 길을 택했다. 사업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렌터카 업체의 현실과 현대차가 앞서 발표한 ‘2025 전략’이 맞아떨어진데 따른 결과다.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
최근 현대차와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국내 렌터카 업체들과 적극 협력하며 상생 혁신 생태계를 구축 국내 모빌리티 산업 발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는 전국 16개 지역 렌터카사업조합 산하 총 1117개 렌터카 업체를 회원사로 둔 국내 최대 자동차 대여 사업자 단체다. 이들 업체가 보유한 차량만 총 93만 대에 이른다.

이번 협약 체결로 현대차는 자체 개발한 렌터카 통합 관리 시스템 ‘모션(MOCEAN) 스마트 솔루션’의 다양한 제휴 서비스를 렌터카 업체에 제공할 계획이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는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해당 서비스에 대한 홍보활동을 펼치는 등 상호 모빌리티 협업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현대차는 상생을 기치로 렌터카 업계와의 협력 사업을 적극 추진할 전망이다. 고객에게는 현대차만의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모빌리티 전문기업 ‘모션’을 설립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8대 2 비율로 출자한 회사다. 렌터카 업체에 모빌리티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렌터카 회사의 운영 및 관리 효율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행보는 현대차가 앞서 발표한 ‘2025 전략’의 일환이다. 당시 현대차는 플랫폼 기반의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를 새로운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근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차량 호출 서비스 중심으로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다. 기존 렌터카 업체들은 카 셰어링, 구독서비스 같은 공유경제 도입을 통한 사업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렌터카 소비층의 수요도 다양화 되면서 사물인터넷 기술(IoT)을 활용한 운영 및 관리 시스템의 다변화도 필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중소 렌터카사들은 여러 문제를 겪어 왔다. 특히 신규 모빌리티 시장에 진입하고 싶어도 새로운 운영 시스템 구축을 위한 막대한 비용 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신설법인 모션은 국내 렌터카 업체들의 어려움 해소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현대차에 따르면 모션이 제공하는 ‘스마트 솔루션’은 크게 ‘첨단 IoT가 적용된 단말기’와 ‘관리 따위에 대한 통합 시스템’ 등이다.

물론 기존에도 주요 렌터카 회사들은 외부 업체들이 개발한 통신 단말기를 자사 렌터카에 탑재해 차량 위치, 운행경로, 누적거리 등 일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션이 공급하는 통신형 단말기는 차량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외부 업체 제품과는 차별화된 수많은 정보들을 대거 생성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차량 위치, 운행경로 등 기본적인 관제 외에도 ▲차량 상태 ▲원격 도어 잠김 및 해제 ▲차량 무선 업데이트 ▲연료(또는 배터리) 잔량 ▲타이어 공기압 상태 등 렌터카 관리에 필요한 각종 정보와 서비스가 업체에 제공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직접 차량 위치로 출동하지 않아도 렌터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된다”며 “이로써 소비자의 불편함을 선제적으로 해소하고 능동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일반 렌터카 업체들이 직접 시간 단위 차량 대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과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게 된 부분이다. 이전까지 중장기 대여만 제공해온 렌터카 업체가 앞으로는 초단기 대여 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렌터카 업체들이 부가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모션은 내년 3월까지 렌터카 업체와 여러 실증 테스트를 진행한 뒤, 2020년 상반기 중 전국 렌터카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본격 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보다 많은 렌터카 업체들이 '모션 스마트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가격 수준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윤경림 현대o기아차 오픈이노베이션사업부장(부사장)은 “국내 렌터카 업체들과 상생하는 플랫폼 제공을 시작으로 현대차도 향후 새로운 모빌리티 트렌드를 선도할 핵심 플레이어로 거듭날 것”이라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앞으로도 고객들에게 최상의 가치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석태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모빌리티 사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며 “현대차와 렌터카연합회가 서로 협력해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최근 미국 LA에 ‘모션 랩’을 설립했다. LA시와 공동으로 도심 주요 지하철역 기반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모션 랩은 앞으로 로보택시, 셔틀 공유, 퍼스널 모빌리티,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비롯한 차세대 모빌리티 서비스와 관련된 다양한 실증 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주현웅 기자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