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신고가 행진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계속 암울할 줄만 알았던 한국 경제에 한 줄기 희망이 싹텄다. 국내 경제에서 쌀과 다름없는 반도체의 업황이 개선될 조짐이다. 미·중 무역 갈등에 일본 수출규제 등 여러 악재로 곤혹을 치른 국내 경제가 소폭이나마 반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당장의 분위기는 괜찮다. 삼성전자 등의 주가가 활력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섣부른 낙관은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했다.
삼성·SK 주가 최고가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날개를 달았다. 연일 최고가를 달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종가는 6만700원(지난 16일), SK하이닉스의 종가는 10만500원(지난 13일)을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이후 처음으로 6만원 선을 넘었고, SK하이닉스는 창사 이래 최초로 10만원을 돌파한 것이다.

반도체 경기가 활기를 되찾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작년 몇몇 기간을 제외하고 줄곧 가격이 떨어져서 걱정이었던 반도체 업계였다. 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 호실적을 보여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따르긴 했으나, 지금과 같다면 반도체 경기 회복의 닻은 이미 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주식시장에선 이들 기업에 대한 추격매수 여부가 관심사다.

이번 기록으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세계 18위에 올랐다. 지난해 초 28위에서 10계단이나 수직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 인텔(26위)을 비롯해 AT&T(22위), 버라이즌(27위) 등을 제쳤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외국인 매수가 강했다. 이들은 올해 들어 열흘 만에 삼성전자 주식을 6268억원어치 순매수했고, 우선주인 삼성전자우도 269억원 순매수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경기회복이 확실하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통상 비수기 효과가 나타나는 1분기는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올해 2분기부터는 실적에 반영할 정도의 반등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낸드 ASP 상승 지속, D램 ASP 안정 및 양호한 출하량에 따라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이 확실시 된다”고 전망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도 “작년 11월 18일부터 현물시장 상승세가 지속 중인 가운데 서버 D램의 경우도 북미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고객사로부터 주문이 지속되는 중”이라며 “북미지역과 더불어 아시아 지역에서의 5G 인프라 및 데이터센터 건설 증가도 서버 D램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반도체 기업의 신고가 행진이 더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 5G로 본격 전환이 이뤄질 예정이며,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및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과잉 해소 등이 반도체 수출금액 성장의 근거”라며 “오는 2월 반도체 가격 역성장률이 크게 개선, 삼성전자의 경우 주가 6만3000원까지 목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가 삼성전자 등 기업만 환영할 상황은 아니다. 한국 경제가 사실상 반도체에 의지하고 있는 만큼, 산업 전반을 넘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5일 발표한 ‘2019년 12월 수출입물가지수’를 보면 작년 우리나라의 수출 물가는 반도체 가격이 하락한 탓에 분명한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수출 물가는 전년 대비 8.2% 하락했다. 국내 기업이 생산한 제품이 비교적 싼 값에 팔렸다는 의미다. 두바이유가 하락도 영향을 줬지만, 반도체 수출물가지수가 110.82에서 80.81로 27.1% 낮아졌다. 한은 관계자도 “환율이 전년 대비 상승했음에도 반도체 가격이 낮아지면서 연간 수출 물가가 전체적으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기대심리 선(先) 반영 지적도

다만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은 삼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아직은 현실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예기치 않은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 수출규제 등의 불확실성도 여전한 게 사실이다. 극히 적은 가능성이지만 앞서 반도체 기업서 발생한 정전과 화재 등의 사고도 외면할 수 없다.

이달 둘째 주 D램 등 현물가격 동향에 따르면 D램 DDR4 8Gb 칩은 3.1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주 대비 4.5% 상승한 수준이다. 낸드 TLC 256Gb 칩 가격도 3.17달러로 일주일간 3.9% 상승했다. 이미 현물가 상승이 이뤄진 셈이지만, 이는 최근 일부 기업에서 발생한 사고가 반영된 현상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에서 연초 사이에 발생한 삼성전자의 정전과 키옥시아(구 도시바 메모리)의 화재 사고 때문에 D램, 낸드 현물 가격의 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그 영향으로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일단은 메모리 현물가격 상승세가 더욱 힘을 받고 있는 것”고 바라봤다.

최영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고정가격 상승을 기다리고 있는데 증명하기 어려운 낙관론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본격적인 고정가격 상승 이후에는 상승폭에 대한 고민이 더 짙어질 텐데, D램 고정가격의 상승폭과 관련 추세가 어떻게 전개될지 오는 3분기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일본 수출규제가 지속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는 불화수소를 수입할 수 있게 됐다. 일본 기업 모리타사가 당국 정부의 허가를 받고 수출을 결정해서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작 시 불순물을 제거하는 물질이다. 이를 두고는 한국과의 WTO 분쟁을 염두에 둔 일본이 이따금씩 수출을 허용, 자국의 조치가 부당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