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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의 경제 파급 영향

소비심리 위축에 내수·수출 부진 'GDP 타격'…'우한발 폐렴 공포' 경기불황으로 전염 우려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우한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따른 시민건강 우려는 두말할 나위 없지만, 경제적 악영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걱정거리다. 경제 파급력만 놓고 보면 감염병은 확산을 막아봐야 ‘피해를 최소화’할 뿐 반드시 손실을 발생시킨다. 사스와 신종플루, 메르스도 그랬다. 이처럼 경제도 아프게 하는 감염병은 결국 발병 자체를 막는 게 최선이다. 가뜩이나 불황이 만연화한 현실,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감염병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요구된다.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관련 브리핑을 했다. (왼쪽부터)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감염병은 GDP에도 타격

1968년 홍콩에서는 끔찍한 독감이 발생했다. 6개월 만에 세계 전역으로 뻗어나갔다. 사망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주로 군부대 요원의 이동을 통해 확산했는데, 월남전 참전자들을 매개로 미국에 특히 강하게 퍼졌다. 그 여파로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1969년 3.1%에서 1970년 0.2%까지 하락했다.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 미국도 감염병 앞에는 장사가 못됐다.

최근 우한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가 국내외를 뒤덮었다. 중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약 8000명에 다다랐고, 사망자는 200명에 치닫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지난달 31일 기준 확진 환자가 10명을 넘어서며 증가 추세다.

시민 건강도 걱정이지만 경제적 피해도 중대한 우려사항이다. 전염병은 늘 경제의 발목을 잡아 왔다. 구조적 원인이라기 보단 감염에 대한 개개인의 공포심리 때문인데, 이 같은 질병은 통제가 불가능한 천재지변보다도 되레 여파가 커서 문제다. 자연재해 등은 일시에 그친다지만 질병은 대처에 실패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까닭에서다.

21세기 들어 대표적 사례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2010년 돼지인플루엔자(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출혈열(에볼라)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다. 이들에 대한 공포는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전염했다. 해당 질병에 따른 경제적 손해를 정확히 산출할 수는 없지만, 여러 기관이 추산한 결과들을 보면 피해규모가 무시 못할 정도다.

에볼라의 경우 한국은 비껴갔으나 서아프리카를 파국에 몰아넣은 전염병으로 꼽힌다. 당초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 기니, 나이지리아,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이 에볼라 직격탄으로 오히려 경제 위기에 직면했다. 해당 국가들의 총생산(GDP)은 적어도 12%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스 등 한국서 발생했던 질병도 무서웠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사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전 세계적으로 약 55조6000억원,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6%포인트 잠식됐다. 신종플루는 국가들의 소비심리를 악화시켜 내수 경기를 침체시켰고, 메르스의 경우 한국만 떼놓고 봐도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보다 0.5%포인트 낮아졌다.

감염병이 이처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다만 공통된 밑바탕엔 ‘심리위축’이 깔렸다. 전염공포를 느끼는 시민들의 소비가 위축, 내수가 쪼그라들며 기관과 기업의 투자 및 수출 축소가 이뤄지는 식이다. 전염 질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등이 예기치 않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전염병이 유행하면 관광, 소매·유통, 문화·여가, 운송 분야 등 사람들의 접촉이 많은 서비스업 타격이 유독 크다. 사스의 국내 영향을 예로 들면 2003년 3월 한국에 온 외래객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40만4639명, 그 다음 달 방한한 외래객은 28.6% 감소한 31만7159명에 그쳤다.

사람들이 외출을 삼가기에 지갑이 닫히는 건 당연하다. 이는 생산 위축, 외국기업들의 신규 투자 감소로 이어진다. 질병 발생국의 물건 수출에도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사스 당시 정부는 “내수가 크게 위축 돼 국내 GDP가 약 0.2∼1.4%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사스 때문에 대외 수출액이 20억~30억 달러 손실을 봤다고 추정했다.

2010년 한국에서 260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신종플루는 최악이었다. 강한 전염성에 나들이나 수학여행 등까지 정부가 자제시키면서, 그해 3분기 관광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9% 감소했다. 그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쳤던 탓에 경제성장률이 3분기 2.8%에서 4분기 0.4%까지 내려갔다.

메르스도 못지않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메르스로 인해 경제 성장률이 0.4%포인트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실제 메르스 여파가 특히 거셌던 2015년 6월 국내 소매판매는 4년 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3.7% 감소했다. 정부는 메르스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약 6조3627억원으로 추산했다.

모 기업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전염병이 도지면 고객들도 지갑을 닫지만 박람회 등 대외 이벤트도 줄게 돼 수출주문이 축소한다”며 “사실 노동생산성까지 떨어지게 되는데, 심한 경우에는 노동일수 자체가 감축되는 경우가 있어서 생산마저 차질을 일으키곤 한다”고 부연했다.
中 의존도 높아 문제…신종 코로나 영향 관심

현재 진행 중인 신종 코로나에 따른 경제 영향은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확인되는 증세는 좋지 못하다. 지난달 28일 코스피와 코스닥의 시가총액이 이 질병 영향이 반영되면서 54조원가량 날아갔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9.41포인트(3.09%) 낮은 2176.72로, 코스닥은 20.87포인트(3.04%) 떨어진 664.70에 거래를 마쳤다.

어느 정도는 예견된 상황이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다보니, 중국과 동시에 겪는 감염병 리스크가 다른 국가들보다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의 대중국 교역규모는 2434억 달러를 기록했다. 메르스 사태인 2015년(2273억 달러)보다 7% 늘어난 수준이다. 사스 발병기인 2003년에는 지금의 1/4 수준인 570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춘제(중국의 설)를 늘리기로 했다. 현지 기업들은 조업일수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그에 따른 타격을 어느 정도는 각오해야 할 상황으로, 현재로선 그저 질병 확산기가 앞당겨지기만 바랄 뿐이다. 앞서 중국 국무원은 지난달 춘제 연휴를 2월 2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었는데, 질병이 확산에 속도를 내자 연휴를 더 늘렸다.

“지연된 소비는 빠르게 회복될 것” 긍정론도

일각에선 피해가 예상보다는 작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03년 사스의 경우 이라크 전쟁과 국제유가 급등 등의 문제가 더해졌고, 신종플루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손해가 컸던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의 긍정적 효과는 당연히 없겠지만, 과거에도 그랬듯 지연된 소비 등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주목되는 점은 코로나 사태가 금리인하로 연결될 가능성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03년 부진했던 경기가 사스로 인해 더 악화됐고, 2015년에는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가 메르스 사태로 위축된 점이 기준금리 인하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의 빠른 확산이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 강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실물경제반’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피해기업 수출지원 대책을 논의하는 등 비상체계를 가동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열린 긴급 관계장관 회의에서 “중국의 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으므로, 우리 경제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총력 대응태세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코로나 발병은 박쥐 등 야생동물 때문으로 관측되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사스(사향고양이), 신종플루(돼지), 에볼라(박쥐), 메르스(낙타)에 이어 또 다시 인수공통감염병이 기승을 부린 셈이다. 동물을 매개로 사람이 감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증가는 기후위기 등 현대 자연현상과의 연관성이 커 관련 대응 없이는 유사사례의 재발 가능성이 높다.

우선 환경부와 관세청은 중국에서 오는 박쥐류·뱀류·오소리·너구리·사향고양이 등의 야생동물 수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질병 관리에서 야생동물의 비중이 커지고 있어 이들의 수입을 장점 중지키로 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극복하기 위해 야생동물 관리에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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