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코스피가 1.7% 넘게 급락하며 2150선 아래로 수직 낙하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7.28포인트(1.71%) 내린 2148.00으로 마감했다. 연합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로 주가 크게 하락

지난주(1/24~1/30)에는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설 연휴로 시장이 사흘 밖에 열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10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하락의 주요인이었다. 질병에 대한 공포로 연휴 때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주가가 크게 떨어졌는데 우리시장에서는 그 영향이 연휴가 끝난 후 한꺼번에 나타났다. 화요일을 지나면서 국가별로 주가 모습이 달라졌다. 미국, 유럽 등 중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의 주가는 별 반응이 없었던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지역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나타난 것 같은데 질병이 가닥을 잡을 경우 우리 시장이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1월 29일에 연준의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가 있었다. 시장이 예상했던 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4월까지 단기자금시장에 재정증권(T-bill)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회의가 끝난 후 발표된 성명서는 12월과 비교해 두 가지 변화가 있었다. 우선 가계 소비가 ‘강하게(strong) 증가’하고 있다는 단어를 ‘완만한 속도(moderate)’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 단계 낮췄다. 또 물가가 여전히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지만 앞으로 2%를 넘더라도 급하게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책을 보다 여유있게 가져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작 시장의 관심을 끈 건 성명서가 아니라 기자회견이었다. 파월 의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우려로 답했다. 아직 해당 질병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기 힘들지만 글로벌 경제에 잠재적인 위협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대답이 나온 이후 미국시장이 전일 대비 보합수준까지 빠르게 내려왔고, 그 영향으로 30일 우리 시장이 37포인트 하락했다. 주식시장이 한시도 편할 날이 없는 것 같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이란과 미국의 분쟁으로 주가가 요동치더니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질병과 주가의 관계는 경우마다 달라

시장에는 이번 사태를 2003년 사스 때와 유사하게 보는 시각이 많다. 당시는 37개국에서 8089명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774명이 사망했으며 세계 전체적으로 400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해 성장률을 0.1%P 정도 끌어 내렸다. 지역별로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커 두 지역의 성장률이 0.6%P, 약 180억달러 정도가 줄었다. 사스가 유행했던 때와 지금 중국 경제는 천지 차이가 난다. 2003년에는 중국의 국내총생산이 11조위안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98조위안으로 9배가 커졌다. 사람과 상품거래 흐름 역시 늘어나 이번에 사스 수준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세계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예상보다 클 것이다. 발원지인 우한은 반도체, 첨단 부품제조시설이 밀집된 도시다. 아시아 광역 부품 공급의 핵심 지역인 만큼 공장폐쇄, 교통 통제가 길어지면 중국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다. 당장 생산 감소와 소비 침체로 올해 1분기 중국의 성장률이 1~2%P 가까이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비스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특히 큰데 해당산업이 중국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여서 만만치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관광산업도 문제다. 사스 당시 중국의 관광산업은 국내총생산의 2%에 불과했던 반면 지금은 비중이 5%까지 확대돼 훨씬 큰 피해가 예상된다.

이런 우려는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사스가 한창일 때 코스피가 20%, 상하이종합주가가 18% 닛케이가 20% 가까이 하락했다. 중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자금 이탈이 심하게 일어난 것이다. 이번에도 사태가 악화될 경우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위험이 있다. 상황이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비관적인 건 아니다. 우선 질병이 주가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에 관해 명확한 기준이 없다. 사스가 본격화된 2003년에는 코스피가 2개월 동안 20% 하락했지만 신종플루 때에는 한 달 동안 보합권을 유지하다 다시 상승했다. 메르스가 발병했을 때에는 코스피가 약보합을 유지하다 사태가 종식된 2015년 8월 이후에 오히려 하락했다. 주가와 질병의 관계가 가지각색이어서 이번에도 얼마나 영향이 나타날지 알 수 없다.

사스와 메르스 사태 당시 주가 움직임을 보면 발병 초기에는 확산에 대한 공포로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만 질병이 진정되면 억눌렸던 수요가 작동하면서 주가가 V자형태로 반등했다. 이번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금까지는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공포로 주가가 하락했지만 조만간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주가 하락의 진정한 이유가 질병이 아닌 경우다. 주식시장이 가격 부담을 못 이겨 조정에 들어갈 때 주가가 그냥 하락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든 눈앞에 있는 재료를 악재로 만들어 하락의 핑곗거리로 삼는다. 그래서 나중에 따져보면 그 재료가 없었어도 다른 것이 그 역할을 했을 것임을 알게 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비슷하다. 진정한 하락 이유가 높은 가격과 경기 둔화이면 문제가 복잡해지는데, 우리 주가가 떨어지는 동안에 미국과 유럽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됐음을 감안하면 기타 요인의 영향이 큰 것 같지는 않다. 질병에 대한 보도량이 줄어들면 주가가 반등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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