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출시 차질 빚고 불확실성 커져…수출 위축도 우려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경제는 이미 병들었다. 글로벌 기업들이 각종 신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마저 사라졌고, 국내 자동차 공장은 일부 생산라인을 재가동했지만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사람이 모이길 꺼려하면서 유통업계는 물론 채용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결과적으로 경제성장률까지 낮춰질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MWC2020이 취소되는 등 심각한 경제피해가 발생했다.
생산·소비 타격…기업들 채용도 연기

코로나19로 인해 일을 멈췄던 국내 자동차 공장들이 속속 재가동에 나섰다. 지난 11일 현대차 울산공장 등이 생산라인을 다시 움직였고, 그 다음날 기아차와 쌍용차 등의 일부 공장도 순차적 재가동에 돌입했다. 중국의 몇몇 ‘와이어링 하니스’(차량 배선뭉치) 납품업체가 시범 운영에 돌입한 덕분이다.

하지만 완전 정상화까지는 한참 남은 모습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일부 공장이 재가동했어도 회복수준은 약 20%에 불과하다. 중국 자동차 생산의 6% 비중인 우한지역 자동차 생산 및 판매는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최악만 면하자는 생각”이라며 “적어도 이달까지는 피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자 업계는 전례 없던 피해를 입었다. 오는 24∼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계 최대의 통신·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취소됐다. 3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주최측은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우려로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당초 LG전자 등은 이 행사에서 신제품을 소개할 계획이었다.

더한 문제는 언팩행사를 별도로 치른 삼성전자 등 다른 업체들도 예기치 않은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생산 회사는 모두 철수한 상태지만, 주요 제조사개발생산(ODM) 업체들의 생산 기지가 우한과 비교적 가까운 우시(716km)와 시안(781km)에 주로 분포했다.

이왕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S20이 오는 3월 6일 출시되는데, 초도 물량 생산에 일부 차질이 발생될 가능성도 있다”며 “최악의 경우 총 판매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모듈, 기판, 어셈블 등 관련 부품업체 전반적으로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통업계는 환절기와 새 학기 및 밸런타인데이 등 대목을 앞둔 상태서 타격을 입었다. 온라인 소비를 유도해 매출을 만회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예 문을 닫은 매장이 적지 않아 전체 매출 감소를 면치 못했다. 이달 첫 번째 주말을 기준으로 롯데백화점은 11%, 신세계백화점은 12.6%, 현대백화점은 8.5% 정도의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소상공인 피해는 특히 크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전국 소상공인 10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8%의 응답자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를 토로했다. 특히 ‘절반 이상 줄었다’는 비중이 44%에 달했다. 30~50% 줄었다는 응답도 27.2%를 나타냈다. 단체 관계자는 “소상공인의 경우 90% 이상이 오프라인을 주요 유통채널로 둬 손해가 더욱 심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전염 우려에 따른 면대면 기피 현상은 구직시장으로도 이어졌다. 대기업들 중 약 절반가량이 채용연기를 고려하고 있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35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기업(43.5%), 중견기업(28.3%), 중소기업(24.8%)이 ‘채용일정 자체를 연기한다’고 응답했다. 필기시험 및 면접에 대규모 지원자들이 몰리는 데 대한 부담이 주된 이유다.

수출도 피해…성장률 낮아질 듯

미·중 무역분쟁 등의 완화로 회복이 점쳐졌던 글로벌 경제에 코로나19는 찬물을 끼얹었다. 국내외 여러 기관들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면이 잦은 서비스업은 물론 수출입과 자본흐름마저 둔화가 예상된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관련 우려로 주가와 원화가치가 이미 하락했다.

경제 분석기관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평균 5.6%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는 6%였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이 같은 피해를 입으면서, 글로벌 경제 성장률 또한 코로나19 발병 전과 비교해 약 0.2%포인트 정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성장률도 기대치보다 0.5%포인트 떨어진 1.6%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경제전문가 63명을 설문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상품가격부터 글로벌 재화·서비스 수요 및 전 분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 교역의 상당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이처럼 타격을 입으면 국내의 수출 등 거시경제에도 문제가 생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이 증가, 향후 경기의 개선 흐름이 제약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실제 지난달 종합주가지수는 전월 대비 3.6% 하락한 2119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도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면서 전달 대비 35.4(3.1%) 상승한 1191.8원을 나타냈다.

KDI는 “미중 무역분쟁 완화 등 글로벌 경기 개선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요소가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며 “한국은 1월 수출이 조업일수의 영향으로 감소폭이 확대된 가운데 향후에는 대외 수요 위축이 수출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위기감이 고강도 경기부양책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주요 국들의 의지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며 “당분간 인내의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감염병 공포가 지나면 예상보다 강할 주요국들의 경기부양정책이 글로벌 증시의 상승추세에 힘을 싣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