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등기이사직 내려오기로…지배구조 개편 여부도 관심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차 등기이사직을 연임 않기로 했다. 이로써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책임경영 체제가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세대교체는 물론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할 전망도 나온다. 이미 정의선 체제 현대차가 안정화 됐다는 평가도 나오는 가운데, 그가 추진해 온 주주가치 제고 및 수익성 증대 작업이 탄력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22년 만에 이사회 의장 내려온 정몽구

현대차는 오는 3월 19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회장의 이사 재선임안을 올리지 않기로 최근 결정했다. 정몽구 회장이 22년 만에 이사회 의장직에서 내려온다는 의미다. 지난 1999년 3월부터 현대차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함께 맡아 온 정몽구 회장이다. 이에 현대차는 새 사내이사로 김상현 현대차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정몽구 회장의 이 같은 결정은 일찍이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올해로 만 82세인 그는 지난해 정의선 수석부회장에 일을 맡긴 뒤, 실질적으론 경영에서 손을 뗀 상태다. 2018년 이후부터는 이사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과거 IMF 위기를 극복하고 현대차를 글로벌 브랜드 반열에 올려놓기까지 성과는 충분하다고 재계는 입을 모은다.

다만 그가 지닌 상징성이 큰 만큼 정몽구 회장은 그룹회장직은 유지할 전망이다.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시에는 그의 역할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자동차 업계는 미래차 개발 등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받는 상황인데, 대내외적 리스크 또한 여럿이라 어느 때보다 신중하되 기민해야 할 시기다.

남은 관심사는 다음 의사회 의장이다. 일부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자리를 이어받을 것으로 추측하지만 예단은 어렵다. 기업의 소유와 경영 분리 일환으로 총수가 이사회 의장직을 겸하지 않은 게 최근 재계 추세인 데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미 현대기아차는 물론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등 주요 핵심 계열사의 사내이사를 겸임 중이기 때문이다.

우선 정몽구 회장이 물러남으로써 현대차 이사회는 정 수석부회장, 이원희·하언태 사장,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사장), 김상현 전무의 5인 체제로 구성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익성 개선 추진과 대규모 투자 계획에 따른 이사회의 재무적 의사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김상현 CFO를 등기임원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정의선 체제 ‘탄력’

정몽구 회장이 영향력을 내려놓은 만큼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보폭은 넓어질 전망이다. 줄곧 경영권을 위협해 온 행동주의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모든 지분을 매각했으므로 2018년 무산됐던 지배구조 개편 추진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 당장은 수익성을 늘리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연 관심사인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거론된 바 없다. 앞서 현대차는 2018년 3월,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사로 전환하는 쪽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은 바 있다.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도 긍정적으로 내다봤었지만 엘리엇의 방해로 물거품이 됐었다.

머지않아 해당 작업이 재개될 수 있다는 시선은 그 시기 현대차가 발표한 입장 때문이다. 현대차는 “경영 실적이 회복되고, 주가가 일정 수준까지 올랐을 때 개편 작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런데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본격 경영에 나선 지난해 현대차는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해 ‘정의선 매직’이란 말을 낳은 바 있다. 매출이 사상 최초로 100조원을 넘겼다.

현재까지 내놓은 구체적 쇄신안은 수익성 및 시장 점유율 확대, 주주친화적 경영의 지속성 강화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한 해 경영을 마친 뒤 현대차는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 목표를 기존 2022년 7%에서 2025년 8%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미래사업 역량 확보를 위한 투자규모도 2020~2025년 총 61조1000억원으로 구체화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2025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 목표는 2018년 실적 대비 약 1%포인트 증가한 5%대로 설정했다”며 “글로벌 권역별 시장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모빌리티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점유율 목표치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친화적 주주환원 등 주주가치 제고도 지속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주주가치에 대한 현대차의 의지는 최근 부쩍 높아진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현대차는 이사회를 열고 주주 및 시장과의 신뢰 확대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지난달까지 진행한 자사주 총 매입규모는 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2013년 주당 1950원이었던 배당금을 2년 뒤 4000원까지 높이고, 2018년에도 3% 수준의 자사주 매입을 실시했다.

주총서 ‘전자투표제’ 도입…정관 변경도

오는 19일쯤으로 예정된 현대차 주총에서는 사업 목적 변경도 추진된다. 기존 '각종차량과 동 부분품의 제조판매업'에서 '각종차량 및 기타 이동수단과 동 부분품의 제조판매업'으로 바뀔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용 비행체인 PAV를 기반으로 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진출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아울러 현대차의 전 상장 계열사가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한다. 역시 ‘주주 친화 경영’의 가속화 일환이다. 현대자 관계자는 “전 상장사의 전자투표제도입을 통해 보다 투명하고 주주 권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주주 및 시장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적극적인 수익성 관리를 통해 주주가치를 높여 가겠다”고 강조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