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피해 전방위…항공업계 ‘위기경영’ 체제 돌입에 반도체 수출 타격도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코로나19)이 경제에 입힌 타격은 적잖은 후유증을 남길 전망이다. 소비자 지갑은 일찍이 닫혔고, 셔터를 내린 기업들도 속속 늘고 있다. 당장은 시민 건강을 우선에 둔 방역이 최선이라지만 기업의 조업정지는 질병 확산이 잠잠해진 뒤에도 여파를 낳게 마련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를 두고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곳곳서 ‘한가한 소리’란 성토가 나오는 배경이다. 시민과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 상태는 이미 ‘최악’을 맞이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 등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산업계 위기경영 체제

코로나19 여파로 조업을 멈췄거나, 셧다운을 대비하는 기업이 여럿이다. 지역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 공장까지도 셔터를 내린 까닭에 피해범위가 전방위에 이른다. 아직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방역작업 등 때문에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 설령 방역작업을 마쳤더라도 불확실성이 문제다.

Z플립 등의 출시로 한창 물오른 삼성전자마저 코로나19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지난 달 22일 구미사업장을 일시 폐쇄했다. 한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공장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기지로 Z플립과 갤럭시S20 등 최신 제품을 만드는 곳이다. 그나마 확진자가 주말에 발생해 피해는 줄였지만, 같은 사례가 또 생기면 피해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는 반등이 예상됐던 반도체 시장에도 재를 뿌렸다. 지난 2월 한국의 잠정 수출실적을 보면 하루 평균 수출이 전년 대비 9.3% 감소했는데, 대중국 일평균 수출은 22.3%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일평균 수출이 전년에 비해 6.9%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가격의 문제라기 보단 중국향 인도물량이 지연된 데 따른 것으로 진단한다.

항공업계는 이미 극심한 피해에 직면했다. 작년 하반기 일본 경제보복 때문에 타격을 입은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여파까지 덮쳐 ‘버티냐, 마냐’하는 수준까지 왔다. 확진자가 발생한 대한항공은 인천국제공항 인근의 인천사무소를 폐쇄했다.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달 18일 임원 38명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잇따라 위기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에어서울은 지난 달 25일 대표 이하 모든 임원들이 일괄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날 에어부산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모든 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스타항공은 임직원 급여를 40%만 지급키로 했고, 제주항공도 경영진 임금의 30% 이상을 반납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때문에 조업 차질을 빚은 기업을 열거하면 끝없는 수준이다. 지난 2월 기준 주요 업계의 최근 사례를 보면 ▲아모레퍼시픽 오산공장 26~27일 셧다운 ▲SK텔레콤, KT 등 통신업계 25일 직원 30~50% 재택근무 ▲현대차 울산4공장 24일 셧다운 ▲LG전자 인천캠퍼스 연구동 23일 폐쇄 ▲SK하이닉스 이천공장 20일 임직원 800여명 자가격리 등이다.

체감경기 ‘최악’…기업 환경 변화 필요

이런 현실이 보여주듯 지난달 기업 체감경기는 최악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100 이하 불황 관측)에 따르면 제조업의 BSI는 65를 기록, 전월 대비 11포인트 감소했다. 비제조업의 2월 BSI는 64로 같은 기간 9포인트 떨어졌다. 2015년 메르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BSI는 9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었다.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본토의 코로나19 사태는 안정화 단계로 진입 중이고, 한국의 지역감염 확대 우려는 커가는 상황”이라며 “감염병에 따른 교통, 물류의 마비현상 및 소비와 생산의 급감은 명확하나, 그 정도와 회복강도 추정은 아직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부양정책’이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감염병 리스크에 기업 환경의 변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언제 또다시 같은 문제가 불거질지 모르는 만큼, 그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식이다. 비대면 산업이 B2C에서 B2B 위주로 점점 커질 것이란 전망도 이 대목에서 나온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업종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위축을 경험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새로운 전염병 출현은 더욱 빈번해질 수 있으므로,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업무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근무 환경 구축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경제 성장률 하향

코로나19에 따른 성장률 둔화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1%로 낮춰 잡았다. 한은은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도 밝혔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 등 글로벌 분석기관들도 잇따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가 인하할 수도 있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통화정책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하지만 이날 2명의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했다. 조동철 위원과 신인석 위원이 금리를 1.0%로 0.25%포인트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재계에선 오는 4월쯤 이 같은 수준의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경기부양책 일환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준비 중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문제를 포함해 당정청 협의를 통해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그는 “추경을 기다릴 필요 없이 2조원의 예비비를 하루라도 빨리 지원하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