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국내 및 세계 판매량 10~26% 감소…노사 한뜻 곳곳 지원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때문에 가장 먼저 피해를 곳 중 하나가 자동차 업계다. 중국에서 오는 ‘와이어링 하니스’(차량 배선뭉치)가 공급 차질을 빚은 탓에 국내 공장들이 수일에 걸쳐 가동을 멈추기에 이르렀다. 자연히 이는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는 실적 만회에 앞서 주변부의 환경부터 개선하는 데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경영 자체가 위협에 처한 협력사 및 영업점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개선을 위해 지출을 늘리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판매량 약 30% 감소…“방역부터 돕자”

코로나19가 경제에 공급은 물론 수요까지 위축시킨 까닭에 전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그 여파는 숫자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2월 국내 판매량 3만9290대, 해외 23만 5754대 등 전 세계 시장에서 총 27만5044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전년 대비 이는 각각 26.4%, 10.2% 감소한 수치다.

그나마 당시 본격 판매에 돌입한 제네시스 브랜드 덕분에 이 정도 실적을 낸 것이다. 제네시스의 첫 SUV 모델 GV80이 국내에서 1176대가 팔렸고, G80이 783대, G90이 683대, G70이 549대 판매되는 등 전체 총 3191대가 판매됐다. 이밖에 RV는 싼타페 2978대, 팰리세이드 2618대, 투싼 1534대 등이 총 9616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해외 실적이 우하향한 것은 중국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 세계에 유례없이 닥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 지역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조기 정상화를 위해 힘쓸 것”이라며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활동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판매 정상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고자 영업점과 협력사 등 경영위기를 겪는 곳을 돕기로 택했다. 우선 3월 주요 차종에 대한 특별구매 혜택을 선보이기로 했다. 국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 2일부터 아반떼, 쏘나타, 코나, 싼타페 등 주요 인기 차종 약 1만1000대를 최소 2%에서 최대 7%까지 할인에 돌입했다.

개별소비세를 일시 인하하는 정부 정책에 자체 혜택을 더한 것이다. 현대차는 “개별소비세 한시적 인하 정책에 발맞춰 고객들의 지속적인 성원과 사랑에 보답하고자 할인 혜택을 마련했다”면서 “자체 할인은 물론 1.5%의 저금리 할부 혜택도 제공되는 만큼 국내 시장 활성화에 기여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물론 최선은 코로나19가 완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도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예방 및 피해복구 지원에 나섰다. 사전 방역과 조속한 피해 복구 등을 돕기 위해 50억 원의 성금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탁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치료·방역 등 의료 활동에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차량 이용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고자 전국 22개 서비스센터와 1374개 블루핸즈에서 무상 차량 실내 항균 서비스도 제공한다. 자사 차량뿐만 아니라 서비스 거점에 입고된 타사 고객의 차량도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차량 실내 소독제 도포 및 신체 접촉이 잦은 운전대, 변속기 레버, 대시 보드 등을 소독액으로 닦아주는 서비스다.

정의선 “어려운 상황 굴하지 않아”

코로나19에 따른 심각한 피해는 현대차 노사도 손잡게 했다. 노사는 현재의 위기극복을 위한 특별합의를 통해 매출 손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부터 지원키로 했다. 시장 수요와 연동한 최대 생산 및 시장 적기 공급, 교섭기간 단축 등을 통해 협력사가 연중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목표다.

또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와 중소 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울산페이와 제로페이 등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지역화폐 및 온누리 상품권을 구입, 지역 경제 활성화 활동에 함께 나서기로도 약속했다. 노조는 지난달 2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지부 제14대 대표 및 대의원 선거도 중단했다.

이 시기 현대차는 중소 부품 협력사에 1조 원대 자금을 긴급 지원했다. 각각 ▲3080억원 규모 경영 자금 무이자 지원 ▲납품대금 5870억원 및 부품 양산 투자비 1050억원 조기 결제 등으로 구성됐다. 현대기아차는 물론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에 부품을 공급하는 350여 개 중소 협력사가 대상이다.

협력사들은 지난달 중순께부터 3080억원 규모 자금을 무이자로 지원받아 경영자금에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순쯤으로 예정된 납품대금도 지난달 말에 미리 지급 받은 상태다. 이미 실적 타격을 입은 데다 향후 전망도 불투명해 현대차로서는 부담이 적지 않았으나, 작년에 총 1조6728억원 규모의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해둔 게 도움이 됐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극복 의지를 주문했다. 그는 지난 3일 전 협력사에 메시지를 보내 “협력사와 저희 그룹은 어려운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함께 도전하고 극복해온 저력이 있다”며 “이번 사태도 동반자로서 함께 노력한다면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어 “안정적인 부품 공급을 위해 만전을 기해 주고 있는 협력사 대표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그룹은 위기상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에 힘이 되고자 긴급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불가피하게 발생한 생산 차질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만회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