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측 “배신감 할 말 잃어”, 한진칼 “3자 연합 자본시장법 위반”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한진칼 경영권을 위협 중인 3자 연합의 한 축 반도건설의 권홍사 회장이 조원태 회장에 노골적으로 경영권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그 시점이 작년인 까닭에 불법 소지도 불거져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반도건설은 한진칼에 대한 지분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의혹은 지난 16일 <중앙일보> 보도가 촉발했다. 매체에 따르면 권 회장과 조 회장은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권 회장은 자신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에 선임해달라는 등의 요구사항을 전했다. 또 한진그룹 소유의 국내외 주요 부동산 개발 등도 제안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위법에 해당할 수 있다. 당시 한진칼 지분 5% 이상을 갖고 있던 반도건설은 투자목적을 ‘단순투자’로 공시했었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허위공시는 주주권익에 중대한 침해를 입히는 만큼, 과실이 아니라면 심한 경우 형사처벌도 가능하다”며 “심지어 바지사장의 허위공시조차 처벌이 이뤄진 판례가 있다”고 전했다.

한진칼과 반도건설은 회장 개인에 관한 일이므로 구체 사실에 관한 발언을 삼가고 있다. 다만 반도건설은 3자 연합발 자료로 의혹에 적극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이 만남은 부친의 갑작스런 타개로 시름에 빠진 조원태 회장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차원”이었다며 “그 시기 반도의 한진칼 지분율은 2~3%에 불과했는데, 경영 참여 요구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반도건설은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3자 연합에 따르면 권 회장은 배신감에 할 말을 잃은 상태라고 한다. 그는 “도와달라고 만남을 요청해 놓고, 몰래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며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과연 대기업 총수가 할일 인지 묻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녹음’은 작년 만남 당시 조 회장이 권 회장 요구를 녹음, 법원에 제출했다는 사실 때문에 거론된 것이다. 권 회장의 입장은 ▲미팅은 조 회장이 먼저 요구해 이뤄진 것인데 ▲그래놓고 일부 발언만 악의적으로 녹취해서 ▲법원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앞서 3자 연합은 반도건설 계열사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보장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한편 한진칼은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한진칼은 반도건설의 허위 공시 의혹 및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경영권 투자, 임원·주요주주 규제 등 전반에 문제가 있다며 이 같이 나섰다.

예컨대 KCGI의 특수목적법인(SPC)인 그레이스홀딩스는 2018년 12월부로 한진칼 주식 10% 이상을 보유해 주요주주에 올랐는데, 특별관계자가 보유한 주식 수를 그레이스홀딩스의 소유 주식수로 포함해 공시했다는 것이다. 한진칼은 "실제 주식의 소유자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으며 이는 심각한 공시 의무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한진칼 관계자는 "반도건설과 KCGI의 이런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는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 시켜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며 "기업 운영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일반 주주의 손해를 유발하는 3자 주주연합의 위법 행위를 묵과할 수 없어 금융감독원에 엄중한 조사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