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전망 엇갈리는데…예사롭지 않은 코로나19 개미들의 반란

코스피가 3.9% 급락하며 1680대로 밀려난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주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주가 폭락에 ‘동학개미운동’이 심상찮다. 이 움직임은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가 각각 순매수, 순매도하며 치고받는 상황을 1884년 반봉건·반침략을 기치로 한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현상이다. 주목할 부분은 ‘개미’로 일컫는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2개월 간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점이다. 우스갯소리로 “내년엔 광화문에서 주주총회를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연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내놓는 증권시장 예측도 다양하다. “지금이 적기다”,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 등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 공방전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4조원 이상 사들였다.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개인 투자자의 삼성전자 순매수액은 총 6조5592억 원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우선주도 1조3330억 원 매수했다. 이는 외국인 매도 금액 규모와 거의 일치한다. 해당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6조3802억 원, 삼성전자 우선주를 1조727억 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팔고 개인은 사들인 셈이다. ‘우량주인 삼성전자는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오른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이다. 흔치 않은 저평가 시기에 사들여 주가가 오르기를 기다린다는 얘기다.

이는 주식시장 전체 판도 변화를 이끌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한 달간 개인투자자들의 코스피 순매수액을 12조3375억원으로 집계했다. 반면 외국인들은 같은 기간 13조1339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은 5022억원을 팔았다.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거둬들였다는 걸 보여준다. 날짜별로 살펴보면, 지난달 3일 외국인의 3123억원, 기관의 4400억원 순매도를 개인이 7100억원 사들였으며, 9일에는 외국인의 1조300억원 순매도를 개인이 1조2800억원 순매수했다. 지난달 11일에도 외국인과 기관의 1조1000억원의 매도에 개인이 1조800억원 매수로 대응했다. 일시적으로 지난달 24일에 4600억원을 순매도하는 흐름이 있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순매수세를 유지하며 외국인의 물량을 소화했다.

이에 따라 국내증시에서 외국인들의 비중이 소폭 감소했다. 지난달 기준 외국인들의 국내증시 비중은 39.2%였지만 현재는 37.8%로, 한 달 만에 1.4%포인트 감소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일치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 시대 언택트 경제가 확산할수록 반도체를 필두로 한 삼성전자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점에서 적극 매수를 권고하는 곳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전반의 암울한 침체기를 감안할 때 목표가가 더 낮아질 수 있다며 신중한 투자를 권유하는 곳도 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30일 삼성전자에 대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상승 요인이 충만하다며 목표주가 7만2000원과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이재윤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주가 하락을 적극적인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며 “올해 메모리반도체 업황 반등이 삼성전자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내년에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대량 판매 시장으로 진입하며 IT.모바일 사업에 대한 인식이 ‘패스트폴로어’에서 ‘퍼스트무버’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하나금융투자는 같은 날 삼성전자 투자의견에 대해 ‘매수’를 유지했으나 목표주가는 6만1000원으로 낮췄다. 김경민 연구원은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를 지난달 16일 제시한 2억8500만대에서 2억6000만대로 하향조정했다”며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35조원에서 33조원으로 내려 잡았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9개 증권사가 삼성전자에 대한 리포트를 냈으며, 이중 4개사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고 5개 증권사는 목표가를 유지했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접촉 확대에 따른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은 인터넷 데이터 트래픽 증가와 신규 서버 증설 수요로 연결되지만 불확실성 확대로 반도체 신규 설비 투자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서버 D램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에 분명한 기회 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이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로나19라는 외생 변수가 너무 크고, 모든 것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신중한 매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개미권익 보호’를 표방하는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동학개미운동은 개인투자자들이 하락하는 주가를 떠받치고, 주식시장의 붕괴를 막고 있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다만 “주식시장에 대한 공부와 연습 없이 투자에 나서는 것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묻지마 매수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개미는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소문에 좌지우지할 수밖에 없고, 잘못된 정보에 의해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섣불리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영 기자



이주영 기자 jy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