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코스피는 6.31p(0.37%) 오른 1731.17로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0.3원 내린 1228.0원, 코스닥은 3.59p(0.63%) 오른 571.29로 개장했다. 사진은 이날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

금융시장은 조금 안정됐지만

3월은 극심한 변동성을 경험했던 기간이었다. 시장의 심리적 공포 정도를 나타내는 VIX지수가 금융위기 때 고점 89.5를 넘을 정도였다. 시장은 지난 한 달을 리먼브러더스가 쓰러졌던 당시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본 것이다. 이런 불안심리를 반영해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가 고점 대비 22% 하락했다. 코스피도 비슷한 하락률을 기록했다. 기업 신용 우려도 커졌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 파산할 가능성을 걱정한 건데 자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미국 하이일드기업의 채권 금리가 국채보다 10%p이상 높아졌다. 언제 어떤 형태로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일단 현금을 확보하자는 심리가 확산된 것이다. 다행히 3월 중순 이후 각국 정부가 강력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금융시장 우려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미국은 신용도가 가장 높은 AAA 등급 회사채부터 금리가 안정되기 시작해 최근에 하이일드 기업까지 그 영향력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시장도 20조원 규모의 채권안정펀드 조성이 발표되면서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가 모두 하락했다.

경제지표 악화가 시작돼

문제는 지금부터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반영된 지표가 속속 발표되고 있는데 생각했던 대로 결과가 좋지 않다. 먼저 심리지표가 급락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3월 소비자심리지수가 78.4로 2월보다 18.5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09년 3월 72.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락폭도 조사가 시작된 2008년 7월 이후 최대였다. 2008년 10월에 12.7포인트 하락한 적이 있었고, 메르스가 유행했던 2015년 6월에 7.3포인트 하락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 이를 훌쩍 뛰어넘는 하락폭을 기록해 사람들이 코로나19를 얼마나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지 보여줬다. 미국의 3월 제조업, 서비스업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도 2월 49.6에서 이달에 40.5로 하락했다. 월간 하락 폭이 지난 2009년 10월 이후 가장 컸다. 유럽도 비슷해서 제조업 PMI가 31.4로 떨어졌다. 지난 2월 51.6에 비해 급락한 수치로 전문가 예상치 38.8에 훨씬 못 미쳤다. 실물 지표도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2월 우리나라 광공업 생산이 전월보다 3.8% 감소해 2018년 1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소매판매는 준내구재, 내구재, 비내구재 판매가 모두 부진해 6.0% 줄었고, 설비 투자 역시 4.8% 줄었다. 코로나19 충격이 경제 여러 부문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정책이 실물 경제에 영향을 줄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3월에도 지표 부진이 불가피하다.

주가 평가 지표가 낮아져

코로나19의 영향은 기업 이익에도 나타났다. 연초만 해도 1분기 영업이익이 38조 정도 될 걸로 예상했었는데 2월 중순에 해당 수치가 35조로 떨어지더니 지금은 30조가 됐다. 코로나19가 국내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고, 특히 여러 나라가 이동 금지를 내려 무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걸 감안할 때 실제 나오는 수치는 예상치 보다 더 나쁠 가능성이 있다. 다행히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주가 평가지표는 조금 나아졌다. 이익이 줄어드는 것보다 주가 하락이 더 빠르고 컸기 때문이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순이익배율(PER)이 7.8배로 10년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대비 주가가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주가순자산배율(PBR) 역시 금융위기 때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보험과 증권 등 일부 금융주의 경우 PBR이 0.1배까지 내려와 주가가 얼마나 낮게 평가되고 있는지 보여줬다. PBR이 1배일 경우 기업이 파산해 자산을 매각할 경우 주주들이 지금 주가만큼의 보상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되므로 0.1배는 주가보다 10배의 보상을 받는다는 얘기가 된다. 주가가 기업의 미래가치는 고사하고 자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주가 반등이 1750선에 걸려 주춤했지만 금융위기 때나 2000년 IT버블 붕괴 때 1차 하락이 끝난 이후 20~30% 정도 주가가 상승했던 걸 감안하면 이번에도 코스피 상승이 좀 더 이어질 걸로 보인다. 반등 기간도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며칠로 끝나지는 않고 4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락-1차 바닥-반등이 진행된 이후 주가 흐름은 경제변수와 기업실적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숫자가 좋지 않으면 2차 하락이 올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3월처럼 빠르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두세 달에 걸쳐 천천히 하락하고 바닥도 3월 저점을 웃도는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3월에는 상황이 어려울수록 우량주가 주도하던 과거 패턴과 달리 중소형주의 상대적 강세가 두드러졌다. 코스닥이 연일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는 하락하거나 코스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승에 그쳤다. 대형주가 힘을 못 쓴 건 외국인 매도 때문이다. 외국인이 대형주를 15조 이상 내다 팔다 보니 시장에서는 이를 피하는 매매가 이루어진 것이다. 주가가 1750을 넘으면 이런 매매 패턴이 약해질 걸로 보인다. 이 시점부터 투자자들이 시장이 좀 더 안정국면에 들어갔다고 판단해 외국인 매도에 정면 대응에 나설 걸로 보인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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