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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건설업…‘홀로 선방’ 현대건설

현대건설 ‘전년比 해외수주 77배↑’ 전체의 약 1/3…발로 뛴 정진행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코로나19에 따른 비명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 중 하나가 건설업계다. 가뜩이나 장기화한 불황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이어온 건설경기는 이제 감염병 리스크로 숨 쉴 틈조차 사라진 모습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유가까지 급락했다. 앞서 국내서 도입된 후분양제와 분양가상한제 등까지 고려하면 건설사 입장에선 요즘이야말로 최악의 시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눈에 띄는 곳은 현대건설이다. 올해 들어 건실한 수주실적을 보이며 위험을 줄였기 때문이다. 당면과제인 한남3구역 수주 역시 재무여력 및 브랜드가치 등에 비춰 승산이 충분한 까닭에 남다른 관심이 모인다.
  • 현대건설이 수주한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현장 모습.
최악 맞이한 건설업

건설경기는 거시경제 흐름에 상당히 주요한 요소다. 통상 불황에 맞닥트리면 건설업 역시 충격에 직면하나, 역설적이게도 경기부진을 만회하는 요인에는 건설업 호조가 작용해 왔다. 국내의 경우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건설투자 낙폭 감소세가 경제성장률과 궤를 같이 했고, 세계적으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사회기반시설(SOC) 투자가 큰 효과를 봤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이와 다르다. 경기 침체가 지속 중이지만 건설업은 영 실력발휘를 못하고 있다. 물론 이유가 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만연한데 따른 원화가치 상승은 해외 투자를 가로막아 왔다. 국내에서는 주택경기가 가라앉은 속에 후분양제 및 분양가상한제 도입 등에 이어 초강력 부동산 규제가 잇따르고 있다. 대내외 여건이 모두 악화한 셈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터진 게 코로나19 사태다. 세계가 길목을 차단하고, 사업장의 셔터를 내리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18억2989만 달러에 그쳤다고 한다. 전월(37억2232만달러) 대비 반토막 수준이고, 지난 1월(56억4603만달러)과 비교하면 3분의 1 정도다. 건설업계에서 곡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현대건설만 ‘선방’…특유의 불굴정신 빛

최악의 지표지만 그나마 현대건설이 끌어올린 수치다. 이곳은 지난 1~3월 해외에서 18억358만 달러(한화 약 2조2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 작년 동기(2383만 달러) 대비 77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기저효과가 있긴 하나, 절대액수만 놓고 보더라도 올해 5대 건설사(현대·삼성·대우·대림·GS) 전체 수주액(약 48억 달러)의 30% 이상을 현대건설이 해왔다.

대개 현대건설은 매출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발생시킨다. 최근 수주 역시 누적된 해외사업 경험 및 네트워크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는 남다른 ‘불굴정신’도 빛을 봤다. 지난 1월 이라크 해수공급시설 공사(24억5000만 달러·2조9000억 원)가 대표사례다. 정진행 부회장이 두 차례 현지를 직접 방문하는 등 심혈을 기울여 단독수주에 성공했다고 알려졌다.

이밖에도 현대건설은 중동 카타르와 싱가포르 지역에서 총 1조5000억 원 규모의 대형 공사를 연이어 수주했다. 카타르에서는 루사일 부동산개발회사가 발주한 6093억 원 규모의 루사일 플라자 타워 플롯(PLOT)3 공사를 맡았고, 싱가포르에서는 현지 스포츠청이 발주한 2700억 원 상당의 풍골 스포츠센터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코로나19 피해가 한창이지만 현대건설이 비교적 안도할 수 있는 배경이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과 2019년을 비교했을 때, 국내 주요 5개 건설사의 재무 상황은 과거 대비 크게 개선됐다”며 “그 중 순현금이 가장 풍부한 회사는 현대건설(1조7000억원)로 2007년 말 대비 가장 큰 폭의 개선을 이뤘다”고 말했다.

국내 정비사업 관건…한남3구역에 달려

당장 건설사들은 국내 정비 사업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서울의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과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이 가장 뜨겁다. 특히 한남3구역의 경우 공사비 약 2조 원을 포함해 총 사업비만 약 7조 원 수준,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재개발 사업장으로 불린다. 건설사들 입장에선 16년 만에 나온 대어(大漁)다.

한남3구역 사업권은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3파전이다. 대림산업과 GS건설은 이곳을 수주함으로써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목표다. 대림산업의 경우 이해욱 회장의 사내이사 퇴진 및 여러 아파트 단지의 하자소송 문제(본지 4월 6일 보도)로 분위기가 흉흉하다. GS건설의 1분기 해외 실적은 2억5839만 달러인데, 전년 대비 83.1% 감소한 수준이다.

현대건설은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최근 수주 실적도 선방했다는 평가지만, 이 회사는 작년 도시정비 사업에서도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또 지난 3월까지도 부산 범천1-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과 '신용산역 북측 제2구역'의 시공권을 함께 품는 등 줄곧 성과를 내고 있다.

한남3구역은 회사의 재무여력 및 브랜드가치 등에서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평가다.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요구되지만, 정작 건설사 입장에서 수익성을 기대할 만한 곳은 아니란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수주전에 뛰어든 3사 관계자들은 “한남3구역은 수익성보다는 랜드마크로서의 상징성, 2·4구역 등에 대한 추가발주 가능성이 기대이익”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현대건설이 기대를 거는 대목이기도 하다. 범천1-1구역 수주 때 현대건설은 골든타임분양제(조합이 일반분양 시점 조율)를 제안한 바 있다. 최근에는 ‘힐스테이트 녹양역’ 지역주택의 절감 사업비 16억 원을 조합원에 환급한다고 밝혀 재무여력을 과시했다. 또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아파트 브랜드 평판 조사 등에서 현대건설은 12개월 연속 1위를 유지 중이다.

당초 오는 26일 열릴 예정이었던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총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오는 5월쯤 개최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재 입찰제안서까지 제출한 단계”라며 “한남3구역은 규모와 상징성 모두 워낙 가치가 큰 곳이므로, 브랜드 가치는 물론 조달해야 할 자본 및 시공능력 등 전반의 강점을 무기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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