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삭제” 소비자 줄 이어…“이미 늦었다” 비난도

배달의민족이 지난 1일 발표했던 '오픈서비스' 요금체계 이미지.
[주간한국 이주영 기자] 요금체계 개편에 따른 수수료 인상 논란에 배달의민족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배민은 이달부터 주문 성사 시 5.8%의 수수료를 받는 새로운 요금체계인 ‘오픈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지난 1일 밝혔다. 기존 8만8000원의 월정액 광고인 ‘울트라콜’ 중심의 요금체계를 정률제로 바꾸는 게 요지였다. 소상공인들은 매출규모가 커질수록 수수료가 오른다며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이라고 반발했다. 요기요와의 합병설 이후 독과점을 통한 부당 이익을 꾀한다는 주장이었다.

소비자들도 배민의 독과점에 반기를 들었다. 일부 소비자들이 배달 앱이 아닌 전화로 직접 주문해 점주들이 배달 앱에 수수료를 내지 않도록 돕기로 나서면서다. ‘배달중개료’와 ‘배달대행료’ 탓에 배달비는 여전히 발생했지만 소비자들의 의지는 굳건했다. 각종 혜택과 할인 쿠폰을 포기하면서까지 “현명한 소비자의 힘을 보여주겠다”며 직접 전화로 주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라이더들도 이를 피부로 느끼는 분위기다. 배달업 종사자들이 활동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배민 불매운동 영향인지 뭔가 이상하다”, “주문량 수가 현저히 줄었다”며 소비자들의 움직임을 감지한 듯한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착한 소비자 운동’은 배민의 독과점 횡포를 방관할 수 없다는 소비자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배민의 인수합병 건을 조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도 힘을 실었다. 앞서 공정위는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 배달서비스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와 준비 중인 배민의 인수합병이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을 강도 높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합치면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이 98%로 올라가는 만큼 ‘독과점 횡포’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미다.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배민 측은 이번 사태를 촉발한 요금제 개편을 개선하겠다며 사과했지만, 지자체들이 공공배달앱 개발 불씨를 키우면서 더욱 벼랑 끝에 내몰렸다. 전북 군산시가 개발한 공공 배달앱 ‘배달의명수’는 수수료와 광고료가 없어 지난 6일 기준 가입자 수가 3만1478명으로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 100여곳은 배달의명수 벤치마킹을 위해 군산시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결국 배민은 두손을 들었다. 새로운 요금체계 ‘오픈서비스’를 전면 백지화하고 이전 체제로 돌아간다고 10일 밝혔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이날 김봉진 의장과 김범준 대표 공동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통해 이처럼 밝히면서, 앞으로 주요 정책 변화는 입점 업주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싸늘하다. 한 소비자는 “배민은 배신의 민족, 배다른 민족”이라며 “퇴출이 답이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이미 앱을 지웠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이 지금 잠시 물러서는 듯 해도 언제든 다시 이번과 같은 사태를 만들 수 있다”며 “공공앱 개발 사용이 시급하다”는 소비자도 있다.

배민을 오랫동안 이용해 온 자영업자들과 라이더들은 “배민이 처음 시장에 진입했을 때는 광고에 ‘우리 민족’의 수식어를 넣으면서 요기요 등 경쟁사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소상공인 편에 섰었다”며 “과욕이 화를 부른 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주영 기자



이주영 기자 jy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