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와 단 한 건 상표권 거래가 수익의 66%…사측 “올해부터 요율 낮출 것”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한국테크놀로지그룹(한국타이어그룹)의 상표권 수취 규모가 적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로부터 얻는 상표권 수입이 다른 대기업들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서다. 회사측은 올해부터 사용요율을 낮추겠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해당 자금이 총수일가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 목적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나온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2018년 기업집단 상표권 수취 내역’을 상세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타이어그룹은 계열사로부터 약 492억 원의 상표권 사용료를 받았다. 이는 당시 상표권 거래가 있었던 35개 대기업집단 중 7번째로 많은 규모다. 지주사가 계열사로부터 상표 로열티를 받는 일이 불법은 아니지만, 한국타이어그룹은 그 규모가 의구심을 낳고 있다.

한국타이어그룹은 단 한 건의 거래로 상표권 수익 전체 7위에 올랐다. 선순위에 위치한 LG와 SK, 한화와 롯데 및 CJ와 GS 등 6개 대기업이 최대 64개 계열사와 거래해 수입을 올린 것과 크게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쉽게 말해 한국타이어그룹은 계열사 한국타이어가 단 한 번 상표권을 사용한 대가로 수백 억 원을 챙겨왔다는 뜻이다.

상표권은 무형자산이다 보니 그 가치를 측정하는 잣대가 없다. 이에 기업들은 매출액(또는 관련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 등을 공제한 후, 일정한 ‘사용요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하는 경우가 흔하다. 매출액이 크면 지급해야할 상표권 사용료 규모 또한 커지는 구조다. 한국타이어그룹 역시 이로써 상표 가치를 매기고 있다.

다만 한국타이어의 산정 방식에는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매출액 공제 등이 이뤄진 뒤 곱해야 할 사용요율이 다른 대기업들에 비해 약 2~3배 높다. LG와 SK 등의 사용요율은 0.2% 수준이다. 높은 편에 속하는 CJ는 0.4%인데, 한국타이어그룹은 그보다도 높은 0.75%로 산정했다. 이처럼 눈에 띄게 높은 사용요율을 책정한 근거가 불분명해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상표권 사용료의 수취는 단순 보유 여부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상표권의 가치를 유지하거나 향상시킨 기여도 역시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타이어그룹이 상표권의 가치향상에 과연 얼마나 기여했는지 의문”이라며 “계열사가 매년 막대한 사용료를 지급할 필요가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국타이어그룹의 2018년 기준 소속직원은 36명이다. 이들의 매출액은 약 750억 원 정도였는데, 그 중 상표권 사용료 수익 비중이 3분의 2가량(65.7%)에 달한다. 나머지는 수입배당금(약 160억 원, 21.4%), 임대매출액(55억 원, 7.3%) 등이었다. 지난해에도 전체 매출액 약 826억 원 중 상표권 수익이 약 518억 원을 차지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타이어 측은 “상표권 산정 방식은 회사가 아닌 외부 전문기관에서 정한 것”이라며 “올해부터는 0.5%로 낮췄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매출의 85%가 해외에서 발생하는데, 통상 글로벌 경기 및 비즈니스 환경 등을 고려해 책정이 된다”며 “그런 만큼 상표권 역시 글로벌 브랜드로서 나오는 금액이 있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측은 “회사의 규모에 비해 과도한 상표권 사용료를 부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사실상 계열사인 한국타이어 수익 중 일부를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지주사 한국타이어그룹으로 이전하는 거래로 봐도 무방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곳 관계자는 또 “한국타이어 측이 밝힌 산정근거 등에 대한 문제제기 여부는 논의 중에 있다”고 부연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