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코스피가 상승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9.07포인트(1.61%) 오른 1836.21로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장을 마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 국민은행 딜링룸 모습. 연합

지난주(4/3~4/9)에는 주식시장이 111.4포인트, 6.5% 상승했다. 주가가 오를 수 있었던 건 바닥을 지난 후 주가가 싸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조만간 미국에서 코로나19의 가닥이 잡힐 거란 기대도 주가가 오를 때마다 나왔다. 특정 시점에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가격대가 있는데 3월에 주가가 급락하면서 갑자기 생소한 주가가 됐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는 과정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 걸로 보인다. 외국인이 한 주 동안 9981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내다 팔았다. 반면 기관투자자는 5741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서로 다른 매매 패턴을 보였다. 6일 기관투자자가 1조 넘는 순매수를 기록해 근래 보지 못했던 매수 강도를 기록했다. 주가가 더 오르기 전에 그동안 매도했던 주식을 사 놓자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유가 급락으로 주가가 타격을 받아

연초 국제 유가는 배럴당 60달러대였다. 석 달 사이에 1/3 수준인 20달러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금융위기직후 유가가 26달러까지 하락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빠르게 내려오지는 않았다. 유가가 이렇게 흔들리다 보니 코로나19와 유가를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꼽을 정도다. 유가가 떨어진 직접적 원인은 OPEC+가 감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사우디가 내놓은 안을 러시아가 거부하는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지자 유가가 걷잡을 수 없이 하락한 것이다. 왜 산유국들은 감산을 거부한 것일까? 그동안 시장은 이번 증산을 치킨게임 측면에서 접근했다. 미국 셰일 기업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견딜 수 없는 수준까지 가격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2014~2016년에 사우디가 증산을 통해 셰일기업 죽이기에 나섰다 실패했다. 과거 실패한 사례를 이번에 다시 되풀이할 이유가 없다. 진정한 의도는 이번 감산이 불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여러 나라가 이동 금지령을내리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항공기의 80~90%가 운항을 중단했고 3월에 미국의 차량 운행 역시 급감했다. 순차적으로 공장과 광산의 가동률도 떨어질 걸로 전망되는데 이 요인들을 모두 합치면 2/4분기에 석유 수요가 800만~2000만배럴 정도 줄어들 걸로 보인다. 반면 공급 감소는 OPEC+가 추가 감산을 하더라도 360만배럴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미국 텍사스주의 감산까지 합쳐도 414만배럴 정도다. 공급 규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자연감산을 해도 500만배럴을 넘지 않는다. 아무리 감산을 해도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을 따라갈 수 없는 이상 관망하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어차피 감산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바에는 가격을 극한 상황까지 몰고가 글로벌 공조를 끌어내자는 계산도 작용했다. 러시아에서는 OPEC+의 감산만으로는 유가 방어가 불가능하므로 미국, 노르웨이, 브라질 등 다른 나라까지 참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력한 국제 공조가 이루어지면 12개월내에 석유의 수급이 다시 균형을 찾을 수 있다는 본 것이다. 이 언급은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러시아의 전략을 담고 있다. 수요가 감소할 때 석유 공급을 줄이는 것보다 증산을 통해 가격을 극한 수준까지 끌어내리면 다른 산유국들이 공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거란 전략이다. 예정됐던 감산 회담이 열리지 않으면서 유가가 다시 하락했다. 감산은 지금 시행되기보다 수요가 개선될 때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감산해 봐야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진행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긴 하지만 빠르면 6월에 OPEC+ 회의에서 합의가 나오지 않을까 전망된다. 그러면 유가는 2/4분기 17~38달러 사이에서 바닥을 만든 후 3/4분기부터 반등에 들어가 4/4분기 50달러대를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 종목의 변화가 불가피

주가가 짧은 시간에 빠르게 반등했다. 지난주 한때 코스피가 1850까지 올라올 정도였다. 주가가 오르는 동안 한쪽에서는 반등이 마무리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제기됐다. 이유가 둘이다. 우선 과거 급락 이후 회복 패턴이 V자 상승으로 시작해 한 달 사이에 하락 폭의 50%를 만회할 때까지 진행된 후 다시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종합주가지수가 2270에서 1430까지 떨어졌으니까 하락의 50%는 1850 부근이 된다. 또 하나는 금융위기 때 주가가 반등 후 다시 하락해 ‘이중 바닥’을 만드는 형태였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둘 다 타당성이 있긴 하지만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금융위기 때 주가가 두 번의 바닥을 만든 건 미국 정부가 부실 모기지 처리에 대한 방침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외 주식시장이 위험 요인을 안고 있었던 만큼 여러 번의 하락이 나오는 게 당연했다. 이번에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려면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지금보다 더 확산돼 신용위기를 초래할 정도가 돼야 한다. 하락의 50% 정도 올라왔기 때문에 상승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종목 선택의 기준도 바뀔 텐데 ‘어떤 종목이 더 많이 하락했을까?’에서 ‘어떤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까?’가 선택 기준이 될 걸로 보인다. 첫 번째가 반등에 중점을 둔 거라면 두 번째는 차별화에 초점을 맞춘 투자법이다. 지금은 둘의 경계선에 서있다. 아직 확인해야 할 상황이 있긴 하지만 투자 종목선택에서 변화를 주어야 할 시기인 건 맞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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