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농심·오리온 실적 굿…2분기에도 이어질지 관심

[주간한국 이주영 기자] 코로나19라는 위기가 식품업계에 기회로 바뀌었다. CJ제일제당과 농심, 오리온 등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이 코로나19 사태로 반사이익을 누리면서 1분기 매출이 일제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최대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은 1분기 매출 5조7216억원, 영업이익 2312억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29% 증가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로 B2B(기업간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장류와 조미료 등의 매출은 부진했지만 햇반, 컵밥, 가정간편식 등 매출은 상승했다.

CJ제일제당의 햇반 제품 이미지.
CJ제일제당은 올해 2월 가공식품부문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76% 상승했다. 햇반과 가정간편식 제품 매출은 2월 각각 30%씩 증가했다. 밀키트 브랜드 ‘쿡킷’ 매출도 평소보다 20% 가량 늘었고, 햇반은 코로나19 확산 후 주문량이 급증해 평상시 보다 출고량이 2.5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 말부터 햇반과 비비고 국물요리를 생산하는 공장 가동을 주말까지 연장했다.

해외 성적도 실적 호조에 기여했다. 미국에서는 비비고 왕교자 만두와 햇반의 매출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었고, 슈완스 냉동 피자의 경우 일부 대형마트에서 품절사태를 빚었다.

심지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은 국내 가공식품부문이 가장 좋은 시기를 맞고 있다”며 “특히 햇반, 가정간편식 부문은 새로운 소비자들에게 기존 제품을 인식시키며 판매가 늘어 매출 증가와 비교해 비용 절감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내 B2B 채널 마진이 더 크기 때문에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의 전환에 부담이 있는 반면, 미국 슈완스컴퍼니는 두 유통채널의 마진 차이가 거의 없어 변화에 따른 악영향이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외식 수요 감소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재식품부문 매출은 둔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햇반과 가정간편식 수요 증가로 CJ의 1분기 실적이 늘 것으로 보인다”며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진행한 강도 높은 상품 구조조정에 마진 개선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영화 '기생충' 인기에 힘입어 매출이 급증한 농심의 짜파게티 제품 이미지.
농심 역시 올해 1분기 강세를 이어갔다. 농심은 영화 기생충이 이끈 ‘짜파구리’ 인기와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1분기 매출 6391억원, 영업이익 39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9%, 24%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 2월 중순부터 공장 가동률을 올렸고 3월까지도 기조를 이어갔다. 1분기 라면 매출액은 전년대비 340억원 증가했으며, 2월에는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작품상 수상에 힘입어 영화 속에 등장한 ‘짜파구리’가 국내외에서 입소문을 타며 호황을 맞았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재기 품목인 라면 수요가 급증해 국내는 물론 미국, 중국에서 물량이 동이 나는 등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농심 역시 해외 실적 중 미국의 인기가 우세했다. 지난 2월 짜파게티의 해외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20% 증가한 19억원(150만 달러)인 가운데, 미국에서만 약 9억원(7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에서의 매출이 전체 해외 매출 비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47%를 차지한 셈이다.

밀가루 가격 하락이 한 몫 거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밀가루는 라면과 스낵의 주 원료로 농심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준다. 국제 소맥 시세는 올해 1월 21일 581.40센트까지 올랐다가 코로나19확산과 제분업계 경쟁으로 두 달 만에 급락했다. 지난달 17일에는 부셸당 499.25센트를 기록하며 1월 고점대비 14% 떨어졌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농심은 2월 중순부터 공장 가동률을 올렸고 3월에도 기조가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3월부터 본격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식보다는 가정 내에서 식사하는 비중이 현저히 증가하면서 매출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1분기 이후에도 농심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유효하다고 내다봤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올해 농심의 이익증가 가시성은 유의미한 수준으로 확보됐다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오리온 역시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16일 오리온의 목표주가를 13만원에서 15만으로 올리며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했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의 한국법인 3월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9.5% 증가한 646억원, 영업이익은 58.5% 늘어난 103억원, 같은 기간 중국법인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67.3% 증가한 1176억원, 영업이익은 240.7% 증가한 368억원”이라고 전했다.

그는 “오리온의 1~3월 합산 영업이익(연결 조정 반영 전 잠정치)은 지난해보다 31.7% 증가한 969억원으로 최근 높아진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며 “올해 이른 설 연휴로 일부 이익이 지난해 4분기에 선반영된 점과 1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공장 가동이 중단됐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1분기 실적은 엄청난 호실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지난달의 경우 코로나19의 여파로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과자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한국 법인 실적이 호조를 보였고 중국의 경우 경쟁사의 생산기지 통제로 큰 폭의 실적 성장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그는 베트남과 러시아 법인의 제품 판매 호조로 좋은 실적을 거둔 점도 호실적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주영 기자



이주영 기자 jy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