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혜택에 인기…잦은 결제 오류·노인층엔 무용지물

제로페이 결제 이미지. /제로페이 공식 블로그 갈무리
[주간한국 이주영 기자] 구매 시 15% 할인과 사용 후 5% 캐시백 혜택 덕에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협업해 운영하는 이 상품권은 지역 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만 쓸 수 있어 제로페이 이용 실적도 함께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시가 코로나19 위기가구에 지급하는 재난긴급생활비를 서울사랑상품권 또는 선불카드로 지급한다고 밝혀 한동안 제로페이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제로페이’의 편의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앱을 직접 사용해 본 결과 일부 오류 발생과 사후 처리 등은 아쉬운 것으로 확인됐다.

‘비플’ 오류 반복에 결국 신용카드로

서울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로페이 사용가능 앱은 비플제로페이, 체크페이, 머니트리, 썸뱅크, 올원뱅크, iM샵, 경남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등이다. 기자는 최근 이중 비플제로페이 앱을 통해 상품권 결제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유가 불분명한 결제 오류가 반복돼 상품권을 환불한 후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했다. 사용 오류에 대한 불편 사항을 비플제로페이 고객센터에 문의했으나, 답변은 사흘이 지난 후에 들을 수 있었다.

기자는 지난달 31일 비플제로페이 앱을 통해 서울시 은평사랑상품권을 구입했다. 같은 날 해당 지역의 한 카페에서 ‘비플제로페이’ 앱을 통해 제로페이 결제를 시도했지만 QR코드가 인식되지 않는 오류가 반복됐다. 해당 카페의 가맹점주는 “다른 고객들은 문제없이 제로페이를 결제하고 있어 무엇이 원인인지 정확히 모르겠다”며 “휴대전화 액정의 밝기가 어두울 경우 QR코드 인식이 안될 수 있으니 조정해보는 게 좋겠다”고 안내했다. 이에 액정 밝기를 조정해봤지만 오류는 계속 발생했고 결국 결제를 포기했다.

해당 지역 커뮤니티에 “제로페이 결제가 되지 않았다. 같은 경우가 발생한 적이 있는가”라고 묻자 20개 이상의 댓글이 이어졌다. 그 중 한 회원은 “해당 시간에 점검이라는 안내가 뜨면서 결제가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아이폰인데 비플제로페이 카메라 인식이 되지 않았다. 매장에서 두 번 시도했다가 창피해서 포기하고 결국 환불했다”고 호소한 사람도 있었다. 반면 “문제없이 잘 사용했다”는 댓글도 있었다.

고객센터에 결제 오류를 묻는 글을 남겼다. 하지만 회신은 3일이 지난 후에야 유선상으로 받을 수 있었다. 비플제로페이 고객센터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휴대전화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안드로이드의 업데이트에 문제가 생길 경우 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며 “콘텐츠 스토어인 구글플레이의 데이터와 캐시를 삭제한 후 다시 결제시도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하면 문제점이 해결되느냐고 물으니 “확신할 수는 없다”고 했다. 혹시 다른 제로페이 결제 앱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체크페이’ 앱을 다운로드한 후 결제를 시도해 보았지만 무리없이 한 번에 성공했다.

이후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플제로페이 앱의 오류를 아쉬워하는 글이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사용자는 “10만원어치를 구입하고 편의점에서 결제를 시도했는데 계속 안 된다”며 앱 화면을 결제 순서대로 일일이 캡처해 올리며 자신이 잘못 시도했는지 확인해 달라고 물었다. 다른 회원은 “결제할 때마다 점검시간이라고 해 번번이 실패했다”며 “오류 발생을 대비해 앱을 2개로 사용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회원은 “앱이 결제 때마다 애를 먹여 월 최대 구매 한도인 100만원 어치를 구입했지만 결국 환불받았다”고 털어놨다.

제로페이 사각지대도 문제

지역사랑상품권은 해당 지역의 소상공인들을 돕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탄생했다. 서울에서만 지난 1월 중순 120억원어치를 발행한 후 지난달 23일 서울사랑상품권 500억원을 발행하면서 최대 20%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1인당 월 최대 구매 한도인 100만원어치 상품권을 구입할 경우 85만원만 결제하면 되는 식이다. 여기에 상품권을 정해진 기간 내에 사용하면 5% 캐시백이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약 20%에 해당하는 할인 혜택을 받는 셈이다. 이 같은 인기몰이에 서울시는 800억원어치를 추가발행했으나, 이 역시 지난 8일 모두 소진됐다. 서울시는 강서, 강동, 노원, 도봉, 동대문, 동작, 마포, 서대문, 성북, 양천, 송파, 은평, 성동 등 13개 지역의 상품권이 모두 소진됐다고 최근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4억6000만원 수준이던 제로페이 결제액은 이달 4일 34억원까지 급증했다. 가맹점 역시 지난해 11월 30만개에서 지난달 25일 40만개를 초과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일시적일 가능성 또한 제기되면서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의견도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제로페이는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위주이며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제한적”이라며 “향후 어떻게 활성화할지에 따라 지속가능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층이 사각지대라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 중 앱 설치 및 삭제가 가능한 이들은 7.5%에 불과하다. 앱 설치부터 상품권 구매, 서울시 지원금 등록, 환불 등 다양한 기능을 이용하려면 추가적인 안내를 제공하거나 보다 편리한 사용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만난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노인들이라 제로페이가 무용지물에 가깝다”며 “차라리 체크카드를 제로페이화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주영 기자



이주영 기자 jy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