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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잇는 코로나 원금상환 유예, 약일까 독일까

'소득 감소' 진술만으로도 유예…금융위 “혜택 사각지대 막아야”
  •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매출이 급감한 채무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원금 상환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상담 창구 모습. /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주영 기자] 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개인채무자의 대출 원금상환 유예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고용절벽 등 비상 경제 상황에서 단비같은 방안이라는 점은 틀림없지만,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적인 요인이 아닌 감염병으로 인한 비상 시국인 만큼, 파산 등 경제적 악순환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정부의 긴급 처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9일부터 코로나19 피해로 대출을 정상적으로 상환하기 어려운 취약 개인채무자를 대상으로 원금 상환을 유예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상환 유예는 신용대출을 포함해 대출의 종류나 개수에 따라 금융회사 가계대출 프리워크아웃(사전신용구제) 특례와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특례 2가지로 나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원금상환 유예를 위한 조건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소득 감소 ▲가계대출 ▲상환 곤란으로 연체가 우려되는 경우다. ‘소득 감소’ 기준은 지난해 평균 월 소득보다 가장 최근 한 달 소득 또는 코로나19 타격 이후 평균 월 소득이 더 줄어든 경우를 뜻한다.

지원받는 ‘가계대출’은 신용대출과 카드론은 포함하되, 조율 중이던 현금서비스와 오토론, 주택대출 등 담보대출은 제외됐다. ‘상환 곤란’은 가계 생계비를 뺀 월 소득보다 월 상환액이 더 많은 경우를 말한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고시하는 가구별 ‘기준중위소득’의 75%로 확정했다. 4인 가구 기준 가계생계비인 356만원을 뺀 월 소득이 빚보다 적어야만 원금 만기를 늦출 수 있다. 다만 향후 대출자가 유예기간 중 이자도 못 낼 정도로 재기 가능성이 낮을 경우 자체 판단해 지원을 거절하고 신용회복위원회에 넘길 방침이다.

신용하락·도덕적 해이…부정적 시각도

채무자들은 특례를 받으면 최장 1년간 이자만 내고 대출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19로 당장 벌이가 줄어 빚을 감당하기 힘든 채무자들은 환영할 만한 제도지만, 이에 따른 불이익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환 유예를 받으면 개인 신용도가 하락하거나 금융 이용에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5영업일 이상 연체하면 향후 3년간 연체 정보가 공유돼 신규 대출이 막히고, 카드 사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명순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4영업일 이내에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연체정보가 전체 금융권에 공유되지는 않겠지만, 해당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신용카드 대출 한도를 늘려준다든지 완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무자의 도덕적해이를 부추긴다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소득 감소 증명이 어려운 채무자들은 진술만으로도 이번 유예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제4차 비상경제회의에서도 이 내용에 대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 국장은 “일용직 노동자 같은 경우 소득 감소를 문서로 증명하기가 어려운데, 당장 증명할 수 없다고 해서 이들의 재기 기회를 박탈할 수는 없다”며 “단순히 원금을 갚는 기간을 뒤로 늘려주는 것일 뿐 거짓말을 할 유인이 크지 않은 데다 금융 거래를 하다보면 거짓이라는 게 얼마든지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지금의 경제적 난국에서는 개인의 파산을 막기 위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재난은 정상적으로 경제 활동을 영위하던 사람들을 위축시킨 비상 상황인 만큼, 재난이 끝날 때까지 버티게 도와줄 장치가 필요하다”며 “개인 채무자의 대출상환 유예,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 지원 등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가계 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인한 사회적인 악순환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금융위기 사례에 대한 연구결과를 비춰봐도 고용 위축과 소득 감소로 인한 가계 파산은 결과적으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만큼 정부의 응급처방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신용등급이 좋은 기업들에까지 악영향이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고위험·고수익 채권 ‘정크본드’까지 매입해주고 있다”며 “우리도 한국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채무를 갚지 못해 파산하면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며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무사히 넘기는 것이 고통 분담과 충격 최소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자체, 중소기업 융자금 유예도 속속

개인 채무자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대출원금 상환을 유예해주는 지자체가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구는 지난달 22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서초구 중소기업육성기금’을 대출한 업체에 원금 상환을 최대 9개월 유예해준다고 밝혔다. 서초구에 따르면, 연 매출 1억원 이하 업체는 별도 증빙없이 피해 업체로 간주하고, 1억원 초과 업체는 매출 감소를 입증할 자료를 갖춰 오는 9월 30일까지 우리은행 서초구청지점으로 신청하면 된다.

경북도 역시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라 중소기업에 지원한 정책자금의 원금상환을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지난달 19일 경북도에 따르면 2012년부터 도내 685개 기업에 지원된 도의 중소기업 정책자금은 4201억원이다. 이 가운데 올해 기업이 상환할 금액은 창업 및 경쟁력, 청년창업, 벤처육성 자금 등 중소기업육성기금이 130억원, 창업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은행협력자금이 170억원 등 모두 300억원 규모다. 단 원금상환을 유예하더라도 이자는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기업의 신용등급, 보증기간 연장 불가 등으로 금융기관의 연장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연장은 불가능하다.

이주영 기자 jylee@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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