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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Aktis Capital 최고투자책임자 칼럼] 코로나 쇼크 둘러싼 무차별 ‘재정폭탄’에 ‘텃새가 된 블랙스완(Black Swan)’

날개 잃은 항공주, 워런 버핏은 무죄!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자신의 투자실수를 인정했다. 금번 코로나19 쇼크로 항공주 투자에서 막대한 손실을 봤다고 주주총회에서 고백한 것이다. 투자의 마법사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주총회에는 그로부터 한 조각의 지혜라도 얻고자 세계 각지에서 시골구석 오마하로 매년 수만 명이 여행을 감행한다. 통상 3일간 진행되는 전야제와 개별면담 일정 등을 감안하면 다수의 참석자들이 족히 일주일은 버릴 각오하고 참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금번에 주주들은 실수를 고백하는 마법사의 떨리는 목소리와 눈동자를 목도했고, 아흔 살이 넘은 고령이 주는 압박감이 천하의 버핏을 휘감고 있는 세월의 그림자도 함께 느꼈다. 시장은 즉시 반응하였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항공주의 주가는 버핏의 고백과 함께 한때 10% 전후로 수직낙하 했다. 미국이라는 자본주의의 정화(精華)는 한 푼의 돈도 헛되게 쓰임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항공기 리스라는 고도의 금융기법은 일정 수준의 탑승률(화물량 포함)을 시나리오 별로 감안하여 예상 손익계산서를 산출한 후, 자금조달과 운영을 허락한다. 이같이 칼날 위를 걷는 듯 설계된 금융토대 위에 지어진 항공업은 모델에 입력된 가상의 탑승률 대비 실질 탑승률이 크게 하락하면, 막대한 원리금 상환이 상상을 넘는 레버리지 효과를 거쳐 생존의 위협으로 덤벼온다. 항공사의 9할이 빚이라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비행기 한 대가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씩 가격표가 매겨 있고 이 같은 고가자산을 수십 대에서 수백 대를 운용하는 항공사는 대부분의 자금조달을 리스에 의존한다. 때문에 항공사의 부채비율이 수백%를 넘는 것은 예사이고, 개도국 항공사는 천%를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유사시 환가성이 뛰어난 항공기를 담보로 잡고 있고, 수십번의 통계적 검증을 거친 가상의 탑승률이라는 재무모델은 누구보다도 믿음직한 가정이기에 가능한 금융구조이다.

아이러니는 한 푼의 돈도 헛된 쓰임을 용납하지 않기에 항공사의 금고엔 현금이 여유 있게 예비된 경우가 흔치 않다. 채권단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비현금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도둑처럼 들이닥쳤다. 항공기 리스의 부채구조를 설계할 당시, 코로나19와 같은 비즈니스의 종멸을 경우의 수로 감안했을 리 만무하다. 때문에 워런 버핏은 무죄다. 거대한 블랙스완(Black Swan)인 코로나19 사태를 예측하지 못하였다고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주들이 워런 버핏을 십자가에 매달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사는 투자자들에 대해 유죄다. 초우량 주주인 버핏도 피해가지 못할 막대한 부채상환의 쓰나미가 덮칠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채권단은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강요할 것이고, 심하면 채권보전과 강제집행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항공주의 생로병사 사이클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통상의 무거운 주식과 달리 유사시 기울기가 급속도로 가팔라진다는 특색만 다를 뿐이다. 역으로, 코로나19가 조기 진압되어 탑승률이 반등된다면 항공주는 어느 순간 황제주로 등극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만일 항공주의 황제주 등극이 이뤄진다면 이 또한 다른 종(種)의 블랙스완으로 분류될 것이다.

설탕 산과 우유 바다

최근 설탕 원재료인 원당이 소비 절벽에 출하가 막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보관시설이 부족하여 한때 마이너스 가격을 형성한 원유(WTI 기준)처럼, 설탕도 이대로 간다면 매수자에게 웃돈을 얹어주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또한, 석탄 강국 몽골의 최대 국영 탄광기업 에르덴스 타반 톨고이(ETT)는 한화 약 4조원 가량을 목표로 한 홍콩 IPO를 철회하였다. 고유가 시기에 ETT는 다국적 기업과 맺은 양해각서(MOU)가 수천 장이 넘는다는 말이 돌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회사였는데 투자자를 못 찾아 IPO를 취소했다니 가히 상전벽해다. 하드 코킹(Hard Coking) 석탄의 함량이 높아 피해도가 비교적 적으려니 하였지만, 예컨대 영국이 산업혁명 이래 가장 긴 기간인 보름 넘게 석탄의존도 제로의 전력생산을 발표하는 등, 코로나19 여파와 더불어 환경과 기후의 제약에 따라 수요급감을 피해갈 수 없었다. 호주, 남미, 몽골, 캐나다, 러시아 등 지금 원자재 부국에서 들려오는 곡소리는 한동안 끊이지 않을 듯하다. 십 수만 마리의 닭을 안락사시켰다는 기업형 양계장, 판매부진에 바다 같은 착시를 보여주는 우유저장고 등 수급은 절벽에 막히고 유통은 낭떠러지에 멈춘 모습은 주위에 산적해 있다.

러시아 국가 리스크도 심상치 않다. 소련연방 해체 30주년이 되는 2021년이 오기도 전에 유가폭락 국면이 지속된다면 러시아는 1998년 선언한 모라토리엄 카드를 다시 꺼내 들 수도 있다. 산유량 1위국의 타이틀이 독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보가 집중되는 외환시장은 러시아 루블화에 대해 기술적 불태환 위험을 이미 경고하고 있다. 통상 미화 1달러당 40~50루블 언저리를 넘어가면 러시아 국가신용도의 위기경보로 불렸는데, 작금의 환율은 미화 1달러에 75~80루블을 오르내리고 있다. 2014년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일으키고 크림반도를 합병하던 당시 환율이 미화 1달러에 70루블 선을 넘지 않았음을 상기해 보면 현재의 고통수치는 전시 수준을 능가하고 있는 것이다. 묘하게도 크림반도 사태 때에도 국제유가는 약세를 보였다. 과거 30년 간의 경제위기를 돌이켜 보면 예외 없이 취약국들이 위험에 더 노출되었다.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를 기준으로 단골 취약국으로 거명되던 인도, 터키, 인도네시아, 브라질 및 남아공은 최근 다시 위기에 빠져 들었다. 이들이 한국의 금융기관과 대기업들 사이에서 공략대상 신흥국 리스트의 상위권에 포진해 있음은 위기경보를 높여 경계해야 할 일이다.

체감경기와 동떨어진 증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세계적으로 350만을 넘어서고, 사망자가 25만을 상향 돌파하였음에도 증권시장은 4월에 이어 5월초도 강세기조를 보이고 있음에, 투자자는 인지부조화에 시달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고혈압, 불황이 저혈압이라 할 때, 코로나19 경제쇼크는 마치 수축기 혈압이 30 이하로 하락한 중증 저혈압 쇼크와 자주 비견된다. 실물경제는 무기력하고, 현기증도 가실 기미가 없음에도 혈압은 100까지 정상수치를 보인다면 이는 막대한 수준의 강압제 링거에 걸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체감경기가 빙하기인데 증시는 뜨거운 활황이 나타나는 이유이다.

코로나19 쇼크를 둘러싼 증시에 대한 중장기 예측은 당분간 무의미할 듯하다. 심지어 월스트리트 전체가 단타성 데이 트레이더(day Trader)가 되고만 형국이다. 이를 틈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치판을 거대한 리얼리티 쇼로 변모시켰고, 휴전(truce)에 대한 희망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미-중 무역전쟁을 자신의 지지율 반등의 지렛대로 삼아 재점화시켰다. 봉쇄 완화와 대중국 냉전국면을 감았다가 풀었다가 하는 전술로 11월 대선까지 밀어붙일 모양이다. 독설가들은 트럼트가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 지금까지 4년 동안 가장 크게 기여한 건 정치인이 공동체에 크게 쓸모 있는 자들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킨 것이라고 입방아를 찧고 있다. 재택근무가 지난 3개월간의 실험을 통해 그리 크게 불편하지 않은 것임을 느끼게 만든 것과도 유사하다. 로마시대 말기 원로원의 무위도식을 21세기 AI 시대에도 대의정치의 미명하에 방치할 것인지는 심각히 고민하여야 할 과제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입을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가 시장을 움직이는 동인(Market Movers)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위기국면은 정치의 시간이다. 이들이 금고를 열어 공금에 손을 대고 있기 때문이다.

상상하기도 힘든 규모인 수천조원 규모의 부양책과 제로금리 처방과 양적완화가 트리플로 집행되고 있고, 재난기금 등의 특별재정이 별도의 응급조치로 추가되었다. 이 때문에 머리는 ‘베어 마켓 랠리(bear market rally) 아닌가’ 의심하면서도, 엄청난 4월 반등장을 기관투자자 대부분은 놓치고 말았다. 막대한 주식물량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기에 보유자산 시가평가가 회복된 것에 안도할 뿐, 추가적 신규 주식매수는 허가되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도 이같이 급등락장에서의 공방에 실패한 것이다. 심지어 버핏도 이러할 진데, 일반인들은 지금의 장세에 더더욱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미국 연준의장인 파월을 위시로 한 미국의 재정-통화 당국자들의 ‘급한 불끄기’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돈으로 굴러가는 금융시장에 돈으로 매대기를 쳐 큰불 진압에 성공함이 우선순위이고, 추후 비용고지서가 얼마가 될지는 나중에 고민하겠다는 전략은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미국이 움직이자 전세계 관군이 연합전선을 펼쳐 7000조에서 1경쯤으로 추산되는 총알을 쐈거나 쏠 예정인 바, 그 중에 얼마가 증권시장에 재유입될지 과학적으로 가늠되지 않는다. 생존을 해야 성장을 기약할 수 있고, 밸류업도 꿈꿔 볼 수 있다는 절실함이 전례 없는 공조를 이끌어 내었다. 하지만, 증시가 반등하였다고 해서 실물경기까지 점프스타트(Jump Start) 할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적지 않은 기업은 주군이 바뀌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이 와중에 왕당파와 혁명파의 대결도 낯설지 않은 갈등의 모습이 될 것이다. 컨설팅사, M&A 전문가,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덩달아 바빠졌다. 철새처럼 온 블랙 스완 무리의 절반이 텃새화 할 기회를 엿보며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 김문수 Aktis Capital(Hong Kong) 최고투자책임자(CIO)

- 1995년 골드만삭스(홍콩)에 입사한 이래로 20여 년간 홍콩기반 아시아 전문 투자업에 종사하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후 산업은행 딜링룸에서 국제금융을 익히고, 씨티그룹, 메릴린치 등 유수 투자은행에서 국제채권,외환, 파생상품 및 M&A 등을 경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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