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코스피가 6거래일 연속 상승해 2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67포인트(0.44%) 오른 1998.31로 마감했다. 사진은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

지난주에는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한달 이상 밀고 당기는 공방을 벌였던 1950선을 훌쩍 뛰어 넘었는데 코스피 2000에서 나올 물량이 먼저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가가 1950을 돌파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코로나19 백신 개발 가능성이다. 18일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에서 항체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져 국내외 시장 모두가 2% 이상 올랐다. 이런 주가 움직임은 새로운 모습이 아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있었던 형태다. 미국 길리어드(Gilead)사의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뉴스가 나왔던 지난 4월 17일 코스피가 3% 올라 1900을 회복했고, 이번에 모데나의 백신 치료제 뉴스가 나온 후에도 2.2% 올라 1980을 회복했다. 시장이 질병 치료가 각국의 경제활동 재개와 직접 연결돼 있다고 믿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코로나19 확산은 투자 종목에도 영향을 줬다. 성장주 상승이 가치주에 비해 두드러졌는데 둘 사이의 격차가 16%p나 됐다. 네이버, 다음 등 플랫폼 기업과 코로나19 치료제와 관련된 바이오 상승이 그에 해당한다. 반면 전통적으로 가치가 높다고 얘기되던 업종 대표주는 3월말 반등 때에만 올랐을 뿐 이후 한 달 동안 내내 약세였다. 미국도 마찬가지여서 성장주가 모여 있는 나스닥은 주가가 사상 최고치와 6%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오른 반면 다우지수는 부진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장주가 시장을 선도한 건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을수록 자기 자본이 작은 성장 기업에게 강한 상승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또 하나는 실적 증가기대다. 코로나가 지속되면 헬스케어를 비롯해 커뮤니케이션, 필수소비재 같은 성장주 섹터의 실적이 좋아지게 되는데 이 부분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 것이다. 정부 정책도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와 중국 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디지털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얘기했다. 이 업종들이 현재 성장주로 분류되고 있는 섹터들이다.

기술을 둘러싸고 미중간 갈등 격화

주가가 올랐지만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미중간 갈등이 격해지면서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줬다. 미국 정부가 미국 기술을 활용하는 외국 기업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팔려고 할 때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전에 미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화웨이에게 수출하는 걸 막는 조치를 취한데 이어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이 조치로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할 때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장비 기술을 사용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미국의 의도는 샤오미, 오포, 비보처럼 핸드폰을 조립할 때 반도체를 사서 쓰는 건 괜찮지만 반도체 기술 키우는 건 안 된다는 건데, 이번 조치로 화웨이가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됐다. 작년 한해 내내 있었던 미중 무역분쟁의 핵심은 무역적자가 아니었다. 보다 더 큰 문제는 기술을 중심으로 한 지적재산에 대한 분쟁이었다. 그 두 번째 분쟁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앞으로 중국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신인프라 프로젝트를 내걸고 기술 자립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경제안보를 내세워 중국과 첨단기술제품 무역을 제한하면서 독자적인 공급체인을 만들려 하고 있다. 둘의 목표가 상반되는 만큼 갈등이 불가피하다.

갈등이 오랜 시간 전에 시작된 만큼 빠른 봉합은 힘들어

지난 3~4년간 변화도 미중 갈등이 빠르게 봉합되기보다 심화될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미국과 중국은 첨단기술제품을 놓고 2년 넘게 다퉈왔다. 그 결과 양국간 첨단기술제품의 수출입 규모가 크게 줄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일부 수입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한 2018년이 축소의 시작점이었는데,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던 작년에도 미국의 대중국 수출입이 20% 가까이 줄었다. 미국의 관세부과는 생필품이 아닌 첨단기술제품에 특히 집중됐기 때문에 첨단기술제품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간 관계가 특히 심하게 훼손됐다. 미국의 첨단기술제품 수출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분기 24%에서 올해 1분기에는 14%로 낮아진 걸 보면 갈등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첨단기술제품 이외 품목의 미국 수출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서 9%로 감소하는데 그쳤다. 첨단기술제품에 관해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공급체인이 많이 훼손된 상태여서 당분간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고용을 지키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으로 우리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올랐다. 중국이 반도체 생산하기 힘들어져 당분간 해외 영업이 늘어날 걸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미중 갈등은 때로는 호재로 또 때로는 악재로 작용하면서 계속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다. 전체적인 영향은 시장에 부담이 되는 쪽이 될 것이다. 경제규모 1위와 2위 국가가 갈등을 일으키는 게 세계 경제에 좋을 건 없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주가가 오를 때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주가가 약해질 경우 악재로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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