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셀트리온 제공

바이오시밀러 강자 셀트리온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박차
“38개 항체치료제 후보물질 찾아 동물실험 돌입”

셀트리온이 7월내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인체임상시험을 추진할 전망이다. 이번 임상시험에 성공하면 곧바로 제품 생산에 들어간다. 셀트리온은 지난 2월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제품이 시판되면 셀트리온은 불과 반 년 만에 치료제를 완성한 셈이 된다. 앞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늦어도 올해 7월 말까지 환자에게 투여하도록 개발을 마치겠다”고 공언했다. 서 회장의 계획대로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벤처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코로나19로 새롭게 주목받는 셀트리온은 원래 CMO(계약생산대행) 전문 기업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서 회장은 ‘남의 것만 계속 만들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이 같은 고민은 서 회장이 CMO 사업을 접고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돌입하게 된 계기였다. 당시 셀트리온은 CMO 사업으로 경영성과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서 회장은 제품 대행 생산에서 멈추지 않고 자사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서 회장의 뚝심은 벤처에서 시작한 셀트리온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원동력이었다.

셀트리온의 대표적 바이오시밀러는 램시마, 허쥬마, 트룩시마다. 3개의 제품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중이다. 이를 위해 2010년 셀트리온은 원료의약품은 물론 환자에게 곧바로 투여할 수 있는 완제의약품 생산설비를 마련했다. 원료의약품에서부터 최종 완제의약품 생산 및 포장까지 가능한 일괄 생산설비를 확보한 것이다. 향후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제품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공장을 증설하고 중국 등 해외 생산시설도 확충할 계획이다.

3주 만에 항체 후보군 확보
셀트리온은 올해 초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의 코로나19 국책과제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질본은 코로나19 항체 후보물질 발굴 국책과제를 수행하고 있었다.

지난 3월 셀트리온은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기에 앞서 적합한 항체를 선정하는 데 집중했다. 질본이 제공한 환자 혈액 속 면역세포를 연구한 결과, 셀트리온은 항체 후보군 300개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질본으로부터 혈액을 수령한지 3주 만의 일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항체 후보군을 구축하는 데 3~6개월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후 셀트리온은 항체 후보군 300개 중 38개를 선별했다. 지난 4월 셀트리온은 기존 항체 후보군을 대상으로 2번에 걸쳐 중화능력 검증을 실시한 결과 총 38개의 항체에서 중화능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38개 중 14개의 항체는 강력한 중화능력을 보였다. 중화능력이란 바이러스를 소멸 또는 무력화시키는 능력을 뜻한다. 중화능력 검증은 항체와 바이러스를 혼합해 숙주 세포에 감염시킨 후 항체에 의해 숙주 세포가 살아나는 정도를 알아보는 실험으로, 항체 치료제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바이러스 100배 이상 감소
지난달 셀트리온은 38개로 좁혀진 항체치료제 후보 물질로 동물효능시험에 들어갔다. 항체치료제는 회복 환자 혈액에서 발견되는 항체를 이용해 만든 치료제를 뜻한다. 셀트리온은 충북대와 함께 패럿 대상 동물효능시험을 실시했다. 페럿은 족제비의 일종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민감해 코로나19 백신과 항체 치료제 후보 물질 효능을 평가하는 데 적합한 동물모델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셀트리온은 항체 치료제 후보 물질이 감염 증상을 개선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연구진들은 저농도 및 고농도로 투여 그룹을 나눈 후 약물을 투입했다. 그 결과 두 그룹 모두 약물을 투여하지 않는 대조그룹과 비교해 콧물, 기침, 활동성에서 임상적 개선 효과를 보였다. 약물 투여 후 1일째부터 정량화 수치가 확연히 개선됐으며 5일째에는 완전한 임상적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고농도 그룹의 바이러스는 최대 100배 이상 감소했다.

셀트리온은 페럿에 이어 햄스터, 생쥐, 원숭이를 대상으로 효능성 및 독성 시험을 이어 나갈 예정이며, 임상물질 생산을 위한 준비도 병행해 진행할 계획이다.

멀티항체·슈퍼항체 치료제 개발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에서 더 나아가 멀티항체 및 슈퍼항체 치료제도 개발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멀티항체 치료제가 시급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에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는 바이러스 변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강한 중화 능력을 가진 항체들의 세포주를 확립해 바이러스 변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슈퍼 항체를 활용한 치료제도 개발할 방침이다. 셀트리온은 이미 지난 3월 코로나19뿐 아니라 사스 등 다양한 바이러스를 중화시키는 슈퍼 항체를 선별하기 시작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멀티항체와 슈퍼항체는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미래의 팬데믹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용한 대비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