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Spirit’ 선포식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다섯 가지 행동 원칙 발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위기의 시대에 전 세계 임직원들이 함께 실천할 수 있는 'ABC Spirit'을 선포하고 있다.
[주간한국 이주영 기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급변의 시기를 맞이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새로운 가치를 제시했다. 코로나19 여파에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 등 아픈 결과를 남겼지만, 이를 전화위복 삼아 다시 한 번 뷰티업계 1위를 탈환한다는 전략이다. 그 첫 번째로 ‘ABC Spirit’라는 전 세계 임직원들과 함께 실천할 새 행동 원칙을 선포했다. 그는 각자의 자리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이자는 메시지를 통해 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비전을 내놓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1일 아모레 본사에서 진행한 ‘ABC Spirit’ 선포식에서 서경배 회장이 온라인(유튜브) 생중계로 행사에 참가한 해외 법인과 국내외 임직원들에게 안부 인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이번 선포식에서 서 회장은 “무엇보다 구성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변화의 시기를 함께 이겨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오랫동안 함께 고민해온 다섯 가지 행동 원칙은 우리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누구와 함께 있던,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일원으로서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지향점을 제시해 줄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행동이 되자”고 차분히 메시지를 전달했다.

선포식을 통해 밝힌 아모레퍼시픽의 새로운 행동 원칙은 ▲고객을 중심으로 행동한다(Customers first) ▲최초, 최고를 위해 끊임없이 시도한다(Be the first and the best) ▲열린 마음으로 협업한다(Collaborate with an open mind)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한다(Respect differences) ▲스스로 당당하게 일한다(Act with integrity) 등 5가지다.

이중 다섯 번째 원칙인 ‘스스로 당당하게 일한다’의 발표를 맡은 배동현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장은 “발표를 준비하며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바로 1993년 무한책임주의를 선포했을 때”라며 “이는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회사와 구성원 모두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약속으로 당시에는 파격적인 선언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캠페인 중에 있었던 ‘쓰던 제품도 바꿔준다’는 내용은 단순히 제품을 많이 팔아 이익을 남기기보다 고객을 더 아름답게 하려는 진심과 노력의 의미”라고 강조했다.

‘모든 문제의 답은 고객에게’

이번 비전 선포식에서는 평소 ‘모든 문제의 답은 고객에게 있다’는 서경배 회장의 소신이 또 한 번 드러났다는 평가다. 서 회장은 무엇보다 고객을 첫째 자리에 두고, 고객의 니즈를 찾아 사업에 반영시키기로 유명한 인물이다. 앞서 배동현 사장이 말한 ‘쓰던 제품도 바꿔준다’는 내용의 캠페인에서도 이 같은 서 회장의 경영 소신이 녹아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은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을 제공한다는 기치 아래 1954년 국내 화장품업계 최초로 연구실을 개설해 현재까지 R&D에 투자해오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과 견주어도 상위 수준의 R&D 투자 비중을 갖고 있으며, 매년 평균 3% 내외의 R&D 투자 비중을 견지하고 있다.

1990년대 초 아모레퍼시픽이 일시적인 성공 신화에 사로잡혀 다국적 기업과의 과당 경쟁, 변화 흐름을 놓친 오판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서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초심으로 돌아가 아모레퍼시픽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미와 건강사업 분야로의 선택과 집중,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구조조정 및 기업 체질 개선, 변화된 유통환경 대처 등 산적해 있는 과제를 구성원과 함께 해결해 나간 것이다.

그 결과 대다수 기업이 IMF 경제 위기가 닥친 뒤에야 황급히 구조조정을 감수했던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먼저 선제적인 체질 개선에 성공해 고객 중심의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2006년 6월에는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사업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분할에 성공했다.

기업 중심의 체질 개선에 집중했던 서 회장은 2011년 행복지수 1위로 유명한 ‘부탄’을 방문하면서 현장경영에 대한 관점의 전환을 또 한 번 경험한다. 자동차가 마주쳐도 경적을 울리기는커녕 서로 먼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여유로움을 지닌 부탄 국민의 삶을 접하면서다. 이를 통해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을 ‘행복한 회사, 다니기 좋은 회사’로 만들기 위한 고민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그는 임직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 임직원의 ‘행복’과 ‘일과 삶의 균형’을 고찰하고 사내 시스템을 재정비했다.

2011년 하반기에 도입한 시차 출퇴근 제도인 ‘ABC 워킹타임(ABC Working Time)’이 대표적인 성과다. 특히 육아휴직제도가 생소하던 당시에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자녀보육을 위해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소위 ‘워라밸’의 가치를 읽은 선도적인 방침이었다.

‘아름다움이 좋은 세상 만들어’

아름다움이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서 회장의 소신 또한 아모레퍼시픽이 기업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다. 특히 그는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면의 건강을 돌보는 것 또한 진정한 아름다움에 이르는 길이라고 믿는다. 아모레퍼시픽의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Makeup Your Life)’라는 사회공헌 활동이 탄생한 배경이다.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는 암 치료 과정에서 피부 변화와 탈모 등 급작스러운 외모 변화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 암 환우들에게 메이크업 및 피부관리, 헤어 연출법 등 스스로를 아름답게 가꾸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아모레퍼시픽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다. 이를 통해 환우들이 투병 중 겪는 심적 고통을 극복하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고취시킬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주영 기자



이주영 기자 jy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