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진아’가 이끄는 하이트진로 승승장구
테라+진로이즈백, 코로나사태 불구 판매 급증…7개국에 소주 수출


‘태진아(테라+진로이즈백)’가 하이트진로를 쌍끌이하고 있다. 맥주 ‘테라’와 소주 ‘진로이즈백(이하 진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1분기 맥주와 소주의 시장규모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14.4%, 2.3% 감소했다. 코로나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트진로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53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2% 증가했다. 영업이익 또한 561억원으로 42억원 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

하이트진로의 선방은 신제품 판매 증가와 가정용 주류 수요 확대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신제품 태진아의 인기는 올해 들어 급상승하며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코로나19에 따른 외식 기피 현상도 태진아 매출에 한몫했다. 하이트진로는 이 같은 승기를 글로벌 시장으로 이어가 소주 세계화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다.


신제품 효과와 코로나19
지난해 시장에 소개된 태진아는 올해부터 인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이른바 신제품 효과다. 소비자들은 대체로 유흥시장에서 신제품을 처음 접하게 된다. 이때 신제품이 괜찮다고 판단하면 마트나 편의점에서 가정용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유흥 시장에서의 신제품 선호도가 가정으로 이어졌다”며 “신제품 효과가 조기에 나타나면서 실적을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제품 효과는 외식 기피 현상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외식 경기는 경색됐고 혼술·홈술 트렌드는 강화됐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예전에는 유흥시장과 가정시장의 비율이 6:4였다면 이제는 4:6으로 뒤바뀌었다”며 “테라를 통해 홈술 트렌드 등 가정용 시장을 공략한 것이 매출 증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판매비 절감도 흑자전환의 원인”이라며 “판매비 집행을 보류함으로써 영업 및 마케팅 활동을 대폭 축소했다”고 덧붙였다.

실적 호조는 2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화투자증권의 손효주 연구원은 “2분기부터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마케팅 비용이 확대될 수 있으나 경쟁업체들의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성수기 시즌에도 시장점유율 확대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라의 인기 비결
하이트진로는 5년 전부터 테라를 구상했고 2년간 개발에 치중했다. 맥주 시장 판세를 뒤집을 제품 생산이 목표였다. 하이트진로는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오랜 기간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미세먼지가 삶의 큰 위협이 되면서 이를 위로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며 “청정지역을 발굴해 그곳에서 자란 맥아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발효공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탄산 100%를 담아 독창적인 테라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테라는 출시 39일 만에 100만 상자를 돌파하며 빠른 판매 속도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주류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맥주시장 1위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26년 만에 재탄생한 진로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옛 디자인을 복원하고 뉴트로 트렌드를 반영한 진로를 출시했다. 70년대 진로 디자인을 살리면서 뉴트로 트렌드를 접목한 결과 20, 30대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20, 30대 소비자는 옛 감성을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두꺼비 캐릭터 역시 소비자가 친근하게 진로에 다가가도록 이끌었다. 16.9도라는 저도수 음용감도 젊은 층을 사로잡는 데 일조했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진로는 출시 7개월 만에 누적판매 335만 상자를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복고에 집중하기보다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소주 세계화에 박차
지난 10일 하이트진로는 진로 출시 1주년을 맞아 일본, 미국, 중국 등 7개국에 수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초도물량은 130만병 규모로 소주 인지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우선 판매될 예정이다. 진로의 첫 수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소주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소주 세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진로는 전략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일본 입점을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중국 등의 순으로 수출국을 확대한다. 특히 교민 시장에서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한식당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갈 계획이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6년 소주 세계화를 선언하고 현재 80여 개국에 참이슬 등 소주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소주 수출 실적 성장세는 2016년 8%, 2017년 8.5%에 이어 2018년에는 12.5%, 지난해에는 8.9%를 기록했다. 두 자릿수 성장에는 수출지역 다변화와 함께 수출품목 확대와 현지화 프로모션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와인보다 맥주·소주에 집중
한편 5년간 세계 주류시장에서 와인이 가장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시장동향 조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가장 높은 주류는 와인으로 나타났다. 맥주와 와인은 각각 3.2%, 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와인 선호 현상은 단발성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며 “맥주와 소주가 이끄는 주류시장은 유행을 타지 않고 기본 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0년 전에는 막걸리가, 5년 전에는 과일 소주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것은 맥주와 소주다. 관계자는 “기본 주류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며 “아직까지 와인 종류를 늘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손 연구원도 “2020년에 하이트진로는 신제품 출시보다 테라와 진로의 시장 안착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