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K-UAM’ 로드맵 발표…현대차 역할론 기대 “연구개발 박차”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현대차가 주력 개발 중인 도심항공교통(UAM) 산업에 정부가 힘을 보탰다. 국토교통부가 2025년 상용화 서비스 개시를 주 내용으로 하는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로드맵’을 발표하면서다. 이른바 ‘하늘 나는 택시’를 도입, 승용차로 약 1시간 걸리는 거리를 20분 만에 도달하는 혁신 교통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게 정부 목표다. 자연히 세간의 눈길은 현대차에 쏠렸다. 국내에서 UAM 산업에 본격 나선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UAM 시장에서의 글로벌 경쟁이 이미 닻을 올린 가운데 현대차의 혁신이 가속화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1월 ‘CES 2020’에서 선보인 UAM의 비전
하늘길 열린다…인천공항~여의도 ‘20분 컷’

정부는 지난 2019년 10월 ‘미래차 산업발전 전략’을 마련한 바 있다. 당시 ‘플라잉카 2025년 실용화’를 전략의 한 축으로 담아냈는데, 그에 관한 구체 전략이 지난 4일 처음 공개됐다. 2024년까지 항공교통 비행실증, 2025년 상용서비스 최초 도입, 2030년 본격 상용화에 나선다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정부는 앞서 UAM 사업에 착수한 해외 주요기관·기업 등과 긴밀하게 소통해오며 산·학·연·관 전문가와 기술위원회도 운영해 왔다고 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5년 이내에 하늘 나는 택시가 도입됨으로써 시민들은 약 40㎞ 거리인 인천공항~여의도를 20분 만에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상용화 초기 해당 거리 기준 운임은 11만 원 정도로 예상되며, 시장 확대 후 자율비행까지 실현된다면 2만 원 수준까지 낮아질 것이란 게 국토부의 분석이다. 다만 기술개발과 당국의 안전인증 시간소요 등을 감안했을 때 자율비행은 2035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 같이 나선 것은 미래 교통에서 UAM은 선택이 아닌 필수와 다름없어서다. 단순 교통체증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산업 측면과 환경가치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한 대응책이기도 하다. 모건스탠리 등 세계 주요 컨설팅회사는 UAM 분야의 시장 규모가 2040년 약 170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관측한 바 있다. 현재 항공기술을 선점한 항공 업계와 대규모 양산이 가능한 자동차 업계 200여 곳이 UAM 시장에 주력 중인 이유가 그래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대도시권은 인적자원이 집중되면서 지상교통 혼잡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상이 아닌 상공을 나는 3차원 교통수단 UAM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며 “하늘 나는 택시는 탄소배출이 없고 소음도 대폭 저감(헬기 80dB 대비 체감 기준 20%인 63~65dB)되는 도시의 하늘을 쾌적하게 운항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미래교통수단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0' 당시 관람객들이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S-A1'을 살펴보는 모습
현대車 시대 올 수 있을까

정부 로드맵에 시선이 향한 곳은 단연 현대차다. 현대차가 업계 ‘글로벌 선두’를 구호삼아 가장 매진하는 분야가 UAM 산업이고, 사실상 국내서 유일하게 해당 사업에 나선 기업이기도 해서다. 참고로 UAM이 ‘항공교통’ 자체를 의미하는 표현은 아니다. 하늘 나는 차는 플라잉카, 개인용 비행체(PAV), 드론택시 등 종류가 여럿이며 UAM은 이 전부를 아우르는 항공교통 체계 내지 커뮤니티로 이해하면 쉽다.

현대차의 UAM 비전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꿈과 다름이 없다. 최근부터 현대차가 항공교통 분야에서 보폭을 넓히는 것 역시 그에 바탕을 둔다. 현재 ‘2050 미래 도시 프로젝트’에 돌입 중인 현대차의 향후 5년간 투자 규모만 100조원을 넘어선다. 올해 투자 계획도 20조 원에 달한다. 그룹 내부에는 ‘UAM사업부’와 ‘인간 중심의 도시 자문단’이 구성, 미래에 실현할 도심항공 모빌리티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대차가 UAM 분야에 본격 힘을 실은 건 작년 9월부터다.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 신재원 박사를 영입, UAM 사업부 담당 부사장으로 임명한 때다. NASA에서 30년 경험과 전문성을 축적한 그는 미래항공연구와 안전부문 베테랑으로 꼽힌다. 최근 정부도 UAM 로드맵을 내놓으며 항공교통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제도 설정에 나섰는데, 각종 실증설계 등에서 NASA와 협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보다 기민한 준비 및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UAM 사업부는 역할이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4월부터 실시된 UAM분야 경력 연구개발원 채용 전형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모집이 완료되면 ▲기체 구조 설계 ▲기체 구조 해석 ▲전기체 시스템 통합 ▲재료 공정 개발 ▲소프트웨어 설계 ▲콘셉트 설계 등에서 전방위 연구개발이 이뤄질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채용으로 연구 및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5~10년 내로 UAM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UAM 사용화의 목표 시점을 두고 현대차(2028년)와 국토부(2025년)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두진 않는다”는 뉘앙스다. 당장은 우버와의 소니 픽처스 등 여러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 및 자체 기술 개발로 경쟁력 끌어올리기에 집중할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스템 개발, 품질 관리 등 다양한 분야로 채용을 확대해 인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 1월 미국 CES에서 공개했던 역동적 미래도시 구현을 위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의 축소 모형물을 지난 12일까지 본사 1층 로비에 전시해 관심을 모았다. 여러 사람에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직관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화 의지를 고취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이상엽 현대디자인담당 전무는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디자인영역을 연구할 것”이라며 “협업도 적극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