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8.54포인트(4.07%) 내린 2088.24로 장을 시작했다. 코스닥 지수는 34.15포인트(4.51%) 내린 722.91로 개장했다. 한편 환율은 10.8원 오른 1,207.2원에서 출발해 장 초반 급등세를 유지하고 있다. 연합

코로나19로 다른 세상이 열릴지 확정할 수 없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세상이 다를 거란 얘기가 많다. 질병으로 경제 활동이 멈춰서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사람들은 이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할거란 얘기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변화가 진짜 일어날까? 지금은 ‘당연히’라고 얘기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의 한복판에 살고 있어 모든 사고가 코로나19 위주로 짜여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보면 결론이 다르다. 질병이 세상이 바뀐 사례는 중세 때 페스트가 유일하다. 20세기 초 스페인독감으로 전 세계에서 5000만명 이상이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1968년 발생한 홍콩 독감으로 100명이 사망했지만 역시 세상은 그대로였다. 앞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 나오더라도 이는 코로나19 때문이라기보다 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질병 때문에 특별히 빨라진 게 아니라는 얘기다. 1990년에 PC가 본격 보급된 후 30년 만에 정보통신이 보편화됐다. 해당 기간을 3차 산업혁명기라고 얘기하는데 규모가 큰 기업도 286 PC 몇 대를 가지고 있던 때에서 사람들이 손에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상황으로 발전했지만 그 속에 살던 사람들은 변화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변화가 일상이 되면서 사람들이 기술의 진보에 둔감해졌기 때문이다. 대신 1990년 특정 시점과 지금을 1대1로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를 쉽게 알 수 있다. 코로나19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거란 믿음도 이런 단절적인 역사를 가정하고 하는 말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내외 주가가 코로나19 확산 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차별화가 다시 시작됐다. 미국 시장의 경우도 나스닥이 계속 상승하는 반면 다우와 S&P500지수는 주춤하고 있다. 종목별로도 테스라 주가가 1000달러를 넘는 등 편중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주가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다 보니 상승이 다시 몇몇 종목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코로나19 이후 다른 세상이 오지 않는다면 바이오, 언택트 등 지금 여러 나라 시장을 끌고 가고 있는 주도주의 가격이 맞는지 여부가 조만간 문제될 것이다.

2월에 미국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갔지만 이미 바닥 가능성이 나와

미국에서 경기 침체 진입과 탈피 시점을 공식적으로 판단하는 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지난 2월부터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역사상 가장 길었던 128개월 간의 경기확장이 끝난 것이다. 경기침체는 통상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연속 감소할 경우를 말하는데, 그동안은 분기점을 지나고 몇 년이 흘러야 판단이 내려졌다. 이번은 과거 사례와 달리 석 달 만에 판단을 끝냈다. 그만큼 침체 양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앞으로 경제를 판단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3월 시작된 경기 침체가 급하게 진행된 만큼 마무리도 빠를 걸로 기대할 수 있다. 이 가정이 맞다면 최근 주가 상승이 타당성이 있다. 경기 둔화가 중간을 넘어 과거 예를 보더라도 충분히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경기가 단기에 급락하긴 했지만 두세 달의 조정으로 둔화가 마무리되긴 힘들다고 보는 쪽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 미국 경제는 V자 반등을 한 후 다시 상당 기간 약세를 면치 못할 걸로 보고 있다. 시장은 빠른 경기 회복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내외 모두 경제활동 회복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경우 가장 늦게 회복되는 상업용 항공기 운항편수가 최근에 10% 이상 증가했고, 레스토랑 예약건수가 5%p 높아지는 등 소비활동 활동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변화가 각국 정부의 본격적인 정책 집행과 만날 경우 회복 속도가 한층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기 회복 덕분에 국내 주가가 빠르게 제자리를 찾았다.

FOMC회의 결과 높은 주가에 대한 부담이 커져

시장이 경기 회복을 기대하지만 미국 연준의 생각은 다르다. 6월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에서 경기와 금리에 대한 전망을 발표했다. 미국 경제가 아직 불안정하기 때문에 2022년까지 0% 금리를 유지하고, 최근 자산가격 상승으로 버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이유로 금리를 움직이지는 않겠다고 얘기했다. 연준의 신중한 자세를 가장 잘 보여주는 변수는 실업률이다. 연준은 올해 성장률이 -6.5%를 기록하겠지만 21년에는 해당 수치가 5.0%까지 높아질 걸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20년 과 21년 그리고 22년에 각각 9.3%, 6.5%와 5.5% 수준의 실업률을 제시했다.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2년 정도 걸려야 한다는 의미다. 신중한 경기 전망으로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최소 22년까지 지속하겠다는 결론을 냈다. FOMC회의 직후 발표된 점도표에서도 22년까지 통화정책기조가 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FOMC 회의 성명서와 파월 의장의 발언에서 자산가격 과열에 관한 연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파월 의장은 시장은 상승했지만, 이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경계했다. 그렇지만 자산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경제 지원책을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자산가격과 정책이 별개임을 명확히 했다. 중앙은행이 자산가격 때문에 정책을 바꾸는 건 부동산가격이 크게 올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때 정도다. 주가는 아무리 높아져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데 연준 의장의 발언은 이를 다시 한번 확인해 준 걸로 보인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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