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유통 전담기관 선정에 도전…장기비전 제시 및 해외기업과 MOU 등 ‘성과’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수소 에너지’가 속속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미국 수소트럭 제조사 '니콜라'가 상장 4거래일 만에 포드 시가총액을 잠깐 앞지른 사례가 대표적이다. 아직 수소 효용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원하든 원치 않든 수소 산업이 세계적으로 확대하는 현상은 부정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자연히 세계 최초의 수소법 제정 등 ‘수소경제’를 표방한 한국의 성과가 커다란 관심사인데, 그 안에서도 눈길 가는 기업이 있다. ‘한국가스공사’다. 이곳이 국내 수소유통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그간의 성과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대구혁신도시 본사 사옥.
가스공사, 수소유통 전담하나

국내 수소산업을 이끌 ‘수소경제위원회’가 오는 7월 출범할 예정이다. 지난 1월 제정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법(수소법)'에 따라 설립될 이곳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범정부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초대 위원장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맡으며, 이와 함께 수소경제 전담기관 선정도 곧 이뤄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수소경제 전담기관은 수소산업진흥, 수소유통, 수소안전 분야로 각각 구성된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및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을 통해 공모한 기업들이 선정평가위원회로부터 현재 심사를 받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각 전담기관은 수소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삼두마차로서 역할을 해나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중 세간의 시선이 특히 쏠린 곳은 수소유통 전담기관이다. 여기에 선정된 기업은 수소법 제34조에 따라 수소의 유통체계 확립, 수소의 거래 및 수소의 적정가격 유지 등에 관한 업무를 지원·추진하게 된다. 수소의 수급관리 및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점검·지도, 수소충전소 정보 수집·제공 등도 수행해 수소에너지의 실물 전반을 총괄하게 되는 셈이다.

시장에선 한국가스공사가 수소유통을 전담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지원한 기업은 한국가스공사와 지역난방공사, 수소산업협회 3곳인데, 기업의 규모는 물론 수소 분야 성과 등에 견줘 사실상 ‘1강(한국가스공사) 구도’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산업과 다름없는데 사업 수행 능력 등만 따져 봐도 가스공사가 유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는 배경은 한국가스공사의 실적 등이 경쟁기업들을 실제 압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단순 매출 규모만 보더라도 한국가스공사는 약 25조 원에 달했다. 이는 지역난방공사(약 2조4000억 원)의 10배를 넘는 수준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벌이는 사업인 만큼 재정 및 인프라 등 여러 요소를 고려했을 때 한국가스공사가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채희봉(사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ENI社와 에너지 협력 강화 MOU를 체결했다.
채희봉 취임, 발 빨라진 가스공사

따라서 남은 관심사는 한국가스공사가 주도하는 수소에너지 확산의 전개 양상이다. 우선 지난 1년 간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국내 지역사회는 물론 해외하고도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확산 사업을 한국가스공사가 다수 펼쳤다. 눈에 띄는 점은 채희봉 사장 취임 이후 움직임에 탄력이 붙은 대목인데, 그런 까닭에 앞으로의 행보에도 눈길이 향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채희봉 사장은 첫 인사말을 전할 때부터 수소를 강조했다. 당시 그는 “LNG를 활용한 벙커링·화물차 연료 전환·냉열 사업 등 에너지 신사업을 적극 육성해 미래 에너지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도 “수소경제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선제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선언은 곧 실행에 옮겨졌다. 첫발은 호주 ‘우드사이드사’와의 수소분야 연구개발(R&D) 협력이었다. 채희봉 사장 취임 두 달 만인 그해 9월 한국가스공사는 이 회사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수소 생산·저장·운송·유통 등 전 밸류체인에 걸친 기술·경제적 타당성 검토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른바 ‘그린 하이드로젠 프로젝트’(Green Hydrogen Project)다.

그로부터 바로 한 달 뒤에는 러시아 기업과 만났다. ‘가즈프롬사’와 워킹그룹 회의를 열고 수소 분야 협력의 물꼬를 텄다. 두 회사는 2003년부터 꾸준히 교류해온 곳이지만, 이전에는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을 위한 기술적 기반 검토 등이 주된 협력사항이었다. 다만 지난해에는 수소의 저장·수송에 관한 사항까지 논의가 확대됐다.

올해에는 지난 6월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인 ENI사와 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한 게 성과다. 두 회사는 수소를 포함해 바이오가스와바이오메탄 등 저탄소 에너지 전 분야에 걸쳐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가스공사 측은 “저탄소·친환경 에너지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양사의 강한 의지를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수소경제 성패, 초기 시장 형성에 달려”

한국가스공사는 수소시장의 자생적인 성장 기반을 조성, 수소 제조·유통 부문의 선제적인 인프라 구축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수소경제 성패가 초기 시장 형성에 달려 있으며, 시장 활성화 장애요소들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춘 중장기 수소사업의 추진 필요성 때문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총 4조7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 같은 계획대로라면 2030년 기준 수소의 공급 가격은 1㎏ 당 4500원, 해외 제조·수입은 가격을 3000원까지 인하할 전망이다. 회사측은 “지역별 가격편차가 큰 수소지만, 안정적 수급관리와 효율적 유통관리를 통해 운송거리와 관계없이 단일가격으로 공급할 것”이라고도 밝혀둔 상태다.

한편에선 국내 바람대로 한국이 글로벌 수소경제를 선도하는 데 있어 한국가스공사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나타낸다. R&D 투자 확대를 통해 수소산업 전 밸류체인의 기술 자립 실현을 약속한 바 있어서다. 또 2030년까지 3000억 원을 투자해 주요 기자재 국산화도 완료하겠다고 했었다.

한국가스공사측은 “수소와 물성이 유사한 고압 천연가스 공급설비를 30년 넘게 운영해온 경험과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관리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수소산업 전주기 안전관리 체계를 조기에 구축하고 안전 관련 국제표준을 선도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