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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사가 완성차 기업 가치 넘는 시대 온다”

현대모비스, 세계 최초 첨단기술 연일 선봬 눈길…올해 연구개발 투자 1조 원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기업의 생태계도 변화를 맞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 미래차 업계다. 그간 이 분야에서는 완성차 기업이 꼭짓점, 부품기업은 하부에 위치한다는 게 통설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미래차의 경쟁력이 친환경성과 첨단 디지털 등의 원천기술에서 좌우될 여지가 큰 만큼, 멀지않은 때에는 핵심 부품사가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현대모비스’다. 최근 부쩍 현대모비스 옆에는 ‘최초’ 수식어가 자주 따라붙어 다닌다. 코로나19 여파가 한창임에도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가 그래서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현대모비스 역시 업황을 뚫고 과감한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 CES2020 현대모비스 전시장.
숨 고르기 접고, 진가 드러내기

대다수 제조업계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 3~4월. 현대모비스 역시 그 여파를 벗어날 수 없었다. 세계 공장이 가동을 멈춘 데 따른 수출 타격은 1분기 영업이익 하락 등 실적에 반영됐고, 국내 연구소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해 5000명 이상의 직원들이 출근을 못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통상 20만 원 대였던 주가 역시 10만 원 초반까지 떨어져 피해가 심했다.

하지만 5~6월에 접어들며 주가 반등과 함께 시장의 주목을 받는 기업으로 재차 떠올랐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 보조금 확대 등 친환경차 확산 기조를 가시화하며, 국내 영향 및 현대모비스 기술력 등에도 관심이 잇따른 결과다. 특히 주력 거래사인 현대차가 전기차 판매 세계 4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고, 이런 흐름이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많아 기대는 더욱 커가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의 부품 공급사이기 때문만으로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 주거래사가 현대차인 것은 사실이지만, GM과 FCA 및 폭스바겐 등 글로벌 업체 상당수와 공급망을 맺은 현대모비스다. 이런 가운데 최근까지 지속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선보이면서 유럽 등지에 납품할 기회가 확대될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 현대모비스 통신 기능 통합관리 제어기.
‘최초’ 기술 다수…세계적 눈길

지난달 6일 세계 최초로 전기차 그릴 커버를 이용한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을 개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당 시스템은 소음이 거의 없는 친환경차의 접근을 보행자가 파악할 수 있도록 차량 외부로 소리를 내는 스피커 장치다. 워낙 조용한 친환경차 특성을 고려해 각국 정부가 이 시스템의 장착을 의무화한 가운데, 현대모비스는 여러 기술을 더해 특허를 출원했다.

통상 해당 스피커는 완제품 형태로 차량 내부에 장착됐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는 이를 차량 앞 부분에 위치한 그릴 커버 뒷면에 반제품 형태로 붙였다. 기존 제품 대비 무게는 3분의 1, 크기를 절반으로 줄인 것도 특징이다. 가격까지 낮춤으로써 수요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현대모비스가 관련 연구개발에 본격 돌입한지 1년 만에 얻어낸 결과물이다.

그 외에도 관심을 끈 기술이 많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이하 NHTSA)이 안전성을 직접 검증한 에어백 기술도 그 예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7년 세계 최초로 파노라마선루프에어백을 개발한데 이어, 작년에는 선루프 시스템 제조 전문사와 시스템 단위의 설계 기술을 반영한 루프에어백도 추가로 개발했다.

기존에 뒷좌석에만 장착할 수 있었던 것을 차량 내 모든 좌석에 장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양한 패키지 요구에 대응할 수 있게 한 게 강점이다. 현재 북미와 유럽, 중국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수주 활동을 진행 중인 기술인데, 미국 자동차공학회(SAE)가 발간한 연구보고서에서 긍정 평가를 받으며 세계적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카메라 기반 ‘동공추적’ 운전자모니터링시스템 ▲‘레이더’를 통한 뒷좌석 탑승객 감지 시스템 ▲‘초단거리’ 레이더 센서(USRR)를 활용한 후방긴급자동제동 기술 ▲주행상황에 맞춰 승객을 ‘실시간’ 보호하는 승객보호장치 통합제어기 ▲사이드미러를 ‘센서’가 대신하는 카메라 모니터 시스템 등도 현대모비스의 연구개발 성과다.

미래차 경쟁력은 소프트웨어…투자 가속화

이 같은 소프트웨어(S/W) 개발은 미래차 산업의 기술력을 좌우할 주요 요소로 꼽힌다. 현대모비스 역시 해당 분야에 대한 과감 투자에 주력해 왔는데, 규모를 지속 확대 중이기도 하다. 현대모비스의 S/W 개발과 검증을 담당하고 있는 인도연구소를 지난 4월 확대 운영하기로 결정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인도연구소는 현지의 우수한 ICT 및 S/W 전문 인력 7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곳이다. 차량에 적용되는 각종 S/W의 개발과 검증을 담당하며, 국내 기술연구소와 협업하고 있다. IVI 어플리케이션, 에어백제어장치, 전자식제동장치, 오토사 플랫폼 등 차량용 전장부품이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여기에 제2 연구 거점을 추가로 구축한다는 게 현대모비스 구상이다.

이를 포함한 올해 연구개발(R&D) 사업은 2000여개다. 총 1조 원을 투자한다고 현대모비스는 밝혔다. 2015년(6258억 원)과 비교하면 약 60% 확대된 규모다. 연구개발에 투입할 인력도 사상 처음으로 5000명을 넘어설 예정이다. 현대모비스측은 “코로나19 위기지만 올해 자율주행·전동화 등 핵심 분야에서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행보를 단연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한편에선 부품사지만 완성차 기업의 가치도 넘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부품사는 완성차의 가치를 뛰어넘을 수 없었던 것이 상식이었다”며 “하지만 미래차 시대로 접어듦에 따라 기존 산업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재일 연구원은 그러면서 “모비스가 완성차 가치를 넘을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며 “현대모비스는 E-GMP 플랫폼의 핵심 공급사로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 성장 가치가 집중될 뿐 아니라 다른 OEM(주문자 맞춤 생산)으로의 확장성까지 지녔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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