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고려개발 합병, 오는 7월 1일 공식출범…초대 대표이사는 조남창 삼호 사장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대림산업이 최근 재개발 사업지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면서, 업계에서는 곧 출범할 ‘대림건설’이 건설명가 대림그룹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한때 ‘건설강호’로 불린 삼호가 대림에 강제 편입된지 꼭 35년 만에 간판까지 대림으로 교체함으로써, 잠시나마 악연을 빚었던 두 회사가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지도 눈길을 끄는 흥밋거리다.
서울 수송동 대림산업 사옥.
닻 올린 대림건설…업계 ‘다크호스’ 관심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 대림건설이 공식 출범한다. 대림그룹 계열사인 삼호와 고려개발이 합병해 신설한 회사다. 도시정비사업과 대형 SOC사업은 물론 글로벌 디벨로퍼 사업자로서의 위상을 새로 쓰겠다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초대 대표이사는 조남창 현 삼호 사장으로, 그는 1986년부터 35년 간 한 회사에 몸담은 정통 ‘삼호맨’이다.

재계에서는 대림건설이 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바라본다. 지난해 기준 삼호와 고려개발의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각각 30위, 54위다. 매출액은 각각 약 1조 원, 6239 억 원 수준이다. 단순 수치만 합산해도 16~17위 건설사가 깜짝 출범하는 셈이다. 또 대림건설은 대중에 잘 알려진 ‘e편한세상’ 브랜드를 사용할 예정으로 알려져 향후 여건도 유리한 게 사실이다.

당장의 관심사는 대림건설이 그룹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다. 그룹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대림산업이 최근 재정비 사업에서 줄줄이 낙마한 탓이다. 앞서 대림산업은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 사업지로 불린 한남3구역에서 5000억 원 규모의 ‘특화설계’를 제안하고도 사업을 못 따냈다. 그보다 한 달 전에 있었던 신반포15차 재건축 수주전에서는 호반건설에게도 밀려 입찰사 3곳 중 3위에 그치는 수모를 겪었다.

첫 수장인 조남창 대표이사가 경영 능력만큼은 인정을 받았기에 세간의 기대가 크다. 그는 2009년 워크아웃에 빠진 삼호를 7년 만에 정상화시킨 주인공이다.

삼호는 국제그룹 등과 함께 부실기업 정리를 명분으로 1980년대에 해체돼 대림에 강제 편입된 역사를 가졌다.
삼호DNA 내재…과거 악연 딛고 시너지 발휘할까

무엇보다 대림건설에 삼호DNA가 내재한 까닭에 내심 잘되길 응원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제는 간판조차 ‘대림’으로 바꿔 달게 된 삼호지만, 이 회사는 한때 국내 10위 안에 드는 건설 대기업이었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6년 ‘부실기업 정리’를 명분으로 국제그룹 등과 함께 해체돼 대림에 강제 편입된 역사가 있다.

삼호와 대림의 ‘악연’이 아주 오래된 일도 아니다. 삼호 설립자인 고(故) 조봉구 회장이 “전두환 대통령과 가까운 이규동과 이준용이 결탁해 삼호를 대림에 넘긴 바람에 재산을 편취 당했다”는 취지로 재산권반환 소송을 제기한 게 불과 1998년 때의 일이다. 조남창 대표이사가 삼호에 재직하던 시기다.

위에서 이규동은 전두환씨의 장인을 지칭한다. 이준용은 대림그룹 이해욱 현 회장의 부친으로, 전씨 비자금 통로인 일해재단의 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소송 결과 조봉구 회장의 뜻이 이뤄지진 않았다고 알려졌으나, 공교롭게도 현재는 이해욱 회장이 사익편취 등의 혐의로 실형 위기에 놓인 상태다.

대림그룹은 대림건설을 업계서 손에 꼽히는 건설사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현재 시공능력평가 10위 안에 드는 건설사 2곳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현대차그룹 뿐이다. 작년 기준 시공능력평가에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각각 2위와 7위에 올랐다. 대림건설은 서울 영등포구에 소재한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닻을 올릴 예정이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