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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강타’ 상반기 경제 참담…하반기도 암울할 듯

국내 주요 수출품목 12개 중 정보통신기기 외 11개 실적 전년 대비 하락…올해 마이너스 성장 가시화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1998년은 ‘외환위기’(IMF 사태),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정의됐다면 2020년은 ‘코로나19’의 시대로 불리게 될 듯하다. 신종플루와 사스 및 메르스 등 감염병 리스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코로나19의 경우 압도적인 감염력과 치료제 개발 지체 등으로 특히 큰 피해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에 도출된 각종 지표들이 이를 방증한다. 이른 시기에 마땅한 변곡점을 마주하지 않는 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란 시각도 많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사태로 반년 전 제시된 각종 전망들이 일제히 수정되는 가운데, 앞으로의 경제 상황 역시 시계제로 상태에 빠져들고 말았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월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허무해진 성장률 2%대 전망

“세계교역 부진 완화, 반도체경기 회복, 정부의 확장적 재정운용 등으로 설비투자와 수출이 개선되고 민간소비도 하반기 이후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는 성장세가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경제는 전년보다 소폭 높은 2%대 초반의 성장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27일 한국은행은 ‘2020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보고서를 내놓으며 이 같이 밝혔다. 당시에도 올해 경제가 호황은 아닐 것으로 바라봤으나, 적어도 2%대 성장률은 달성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그 시기만 하더라도 꽤 근거를 갖춘 분석이었다. 실제로 해당 보고서가 발표되기 열흘 전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1단계 합의안에 서명했고,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상승은 산업계 전반의 공통된 관측이었기 때문이다.

이제와 돌아보면 당시 전망은 그야말로 장밋빛이었다. 미중 무역갈등의 불확실성 및 그에 따른 거시경제 흐름이 변수로 꼽히긴 했으나, 각 시나리오별 기준금리 완화운용 안을 마련해 나름의 대책들이 구상된 상태이기도 했다. 당시 한은은 “근원물가 및 보조 물가지표를 두루 살펴 기조적 물가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금리 이외 통화정책 수단 등에 대한 연구·분석도 강화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었다.

수출 전망도 비교적 청신호였다. 2019년 반도체 업황 악화 등에 따른 기저효과까지 더해져 올해 수출 규모는 3% 초반 대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됐었다. 석유화학 제품과 디스플레이 상품이 부진할 요소가 일부 있긴 했어도, 전반적인 무역흑자가 39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게 한국무역협회 등 여러 기관의 예측이었다. 4년 연속 무역액 1조 달러 달성도 무난하게 가능하리라고 예측된 바 있다.
예측은 어떻게 균열됐나

이 같은 예측들은 올해가 시작된지 며칠을 못 가 일순간에 균열되기 시작했다. 1월 중국 우한시에서 폐렴 증상을 보인 이들이 속속 늘기 시작하면서다. 이달에만 중국에서 200여명이 동일한 증세를 토로했고 4명이 같은 질병으로 사망했다. 다만 인간 대 인간 전염 여부조차 확인이 안 된 탓에 국내에선 이를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 정도로 상황을 규정, ‘주의’ 위기경보를 통해 시민들에 경각심을 환기했다.

위기감이 크게 고조된 때는 아니었던 까닭에 악재보다는 호재가 두드러져 보이는 아이러니가 당시 있었다. 특히 유통업계가 마스크와 비누 및 각종 살균제 판매가 급증하며 적지 않은 수혜를 입었다. 우한발 폐렴 증상이 몸살과 유사하다고 알려지면서 편의점 감기약은 물론, 심지어 소화제 매출마저 대폭 상승했다. 흡사 유통업계가 때아닌 대목을 맞이한 듯 비쳤다. 업계에서 불안을 나타내는 이들이 있다면 “중국 손님이 안 온다”고 토로하는 서울 명동 상인들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1월 말 국내에서 2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뒤, 유통업계는 가장 먼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하면서 사람이 모이게 마련인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 발길이 뚝 끊기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몇몇 확진자가 전국 각지의 대형백화점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돼 다수 매장의 폐쇄조치가 잇따랐다. 이는 전국 내수 침체의 신호탄이었다. 인파가 몰릴 수밖에 없는 여행, 문화, 소매 등과 직간접적 영향이 있는 업종이 일제히 타격을 입었다.

결과적으로 내수의 가늠자라 할 수 있는 서비스업 생산지수가 3월에 접어들어 최악의 지표를 나타냈다. 전월 대비 4.4% 감소했다. 이는 2000년 통계 이래 최대 낙폭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면 접촉을 기피하는 소비패턴의 변화가 원인”이라며 “자동차를 제외하고 보면 소매판매는 6.1% 감소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 다음 달인 4월에 0.5% 증가하긴 했다. 하지만 전월 수치가 워낙 낮은 데 따른 기저효과란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국제적 거리두기로 확대…수출 직격탄

5월 산업활동동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됨에 따라 3~4월과 비슷한 수준의 내수침체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제는 수출 피해가 가시화한 점이 더 큰 문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관세청 및 여러 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보고서를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1월~6월 중순) 국내 수출 실적은 어느 때보다도 악화한 상태로 보인다.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반도체마저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인 데다, 자동차의 경우 이미 치명상을 입은 상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12개 주요 수출품목으로 분류되는 산업에서 작년 대비 수출액(추정)이 증가한 분야는 정보통신기기가 유일하다. 구체적으로 ▲반도체(-2.1%) ▲자동차(-29.8%) ▲조선(-5.7%) ▲일반기계(-8.4%) ▲철강(-18.9%) ▲정유(-29.3%) ▲석유화학(-11.9%) ▲섬유(-21.2%) ▲가전(-17.9%) ▲디스플레이(-26.6%) ▲이차전지(-7.7%) ▲정보통신기기(+17.1%) 등이다.

정보통신기기는 코로나19 사태의 반사이익을 본 대표 업종이다. 회사업무 및 학교수업 등이 비대면으로 이뤄지게 돼 컴퓨터 등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기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되레 큰 성장이 기대되는 몇 안 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향후 비대면 활동을 일상화할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에서도 원격근무 등을 확대 도입하겠다고 밝힌 기업이 적지 않다.

가장 우려를 낳은 분야는 단연 반도체와 자동차다. 특히 반도체는 올해 업황이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었기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그나마 안도할 만한 지점은 피해가 다른 업종에 비해 크지는 않았다는 정도다. 정보통신기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만큼, 그에 탑재되는 반도체 역시 일부 수혜를 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버용 외 반도체의 수요가 대체로 감소한 바람에 성장에 다다르진 못했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상반기 12대 주력산업 수출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수요 부족이 발생한 가운데 원유가 하락, 경쟁 심화 등에 따른 단가하락으로 수출액이 13.5%가량 하락했다”며 “다만 비대면 사회형성 및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이와 관련한 데이터 저장을 위한 SSD를 포함하는 정보통신기기산업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그에 기여하는 반도체는 자체 수출이 약간 감소했으나 여타 산업에 비해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정리했다.

자동차 산업 피해가 무척 심각한 상황이다. 30%에 육박하는 수출 급감에 생사 갈림길에 선 업체도 많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자동차 수출의 주요 지점과 같은 부산에서 지난 5월 미국으로 수출한 자동차가 단 한 대도 없었다. 지난 3~4월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인도, 미국과 체코 및 슬로바키아 등 유럽 사업지에서 길고 짧은 셧다운을 반복해 온 현대·기아차마저 7월까지 일부 공장 가동을 못할 상황이다. 당장 기아차 노사는 광주공장 조업을 멈추기로 합의한 상태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자동차 등은 최종 소비재로서 경기에 민감하다”며 “섬유, 가전 등과 더불어 공급 과잉으로 경쟁이 심한 철강,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밖에도 원유가격 하락과 연계되어있는 정유 등의 수출이 매우 큰 폭으로 감소했다”면서 “수요 부족과 인도 지연 등의 영향으로 조선과 일반기계, 이차전지와 석유화학 등도 수출이 비교적 크게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6월 1∼20일 잠정 수출액은 250억 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동기 대비 7.5%(20억4000만달러) 감소한 수준이다. 이 기간 조업일수(16일)가 작년(14.5일)보다 1.5일 많았음에도 이 같이 집계된 것이다. 역시 승용차(-36.7%), 석유제품(-40.9%), 가전제품(-14.9%) 등의 수출이 부진한 결과다. 한편 올해 관세청이 발표한 수출액은 매달 감소세를 그렸다. 월별로 보면 1월(6.6%), 2월(3.5%), 3월(1.6%), 4월(25.5%), 5월(23.6%), 6월1∼20일 7.5% 씩이다.
갈수록 커가는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

이런 바탕에서 코로나19 확산은 잠잠해질 기미가 아직 보이질 않고 있다. 때문에 올해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의 경제 성장률이 전년보다 대폭 낮아질 것이란 데에는 절대다수가 입을 모은다. 구체적인 수치를 두고 여러 기관이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이너스 성장에 무게가 더해지는 모습이다. 치사율이 낮은 대신 감염력이 높은 코로나19 특성상 리스크를 완전 잠재우기가 힘들다는 점 등 이유는 여럿이다.

국내 기업들부터 이와 같은 전망을 체감 중이다. 예컨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일부터 열흘 간 91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업종별 중소기업 경영애로 및 2020 하반기 경기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하반기 경기전망지수(SBHI)가 51.5로 집계 됐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해당 기업들 중 약 40%가 ‘자금조달이 곤란한 상태’라고 응답한 지점도 눈길을 끈다. 이를 감안한다면 “하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도 해석이 가능하다.

대기업이라고 다를 바 없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차츰 감소 중이지만, 다수 생산공장이 위치한 인도 등 신흥국들의 경우 되레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또 대개의 신흥국들이 GDP(국내총생산)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높은 대목도 무시 못 할 요소다. 이들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에 나선다면 공공부채 리스크가 확대되므로, 통화가치와 주가가 동시에 하락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글로벌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가능성을 낳는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9%로 전망했다. 지난 4월 발표보다 1.9% 포인트 낮춘 것으로서,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나빠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IMF가 내다 본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1%다. 이밖에 한국은행은 -0.2%, 산업연구원은 마이너스 0.1%를 예상했다. 통상 IMF는 전망치를 실제보다 낮게 전망, 국내 기관들은 높게 전망해온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그렇다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1~0.1% 사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 "IMF가 세계 경제 전망치를 -4.9%로 낮추면서 한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건 사실이나, 경제활동은 차츰 재개하는 이른바 '디커플링' 현상을 띠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향후 상황 및 국내외 금융경제 영향 등을 지속 살펴가면서 추가 통화정책 완화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전했다.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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