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해체 원전’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해체 계획서 초안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1호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2032년까지 시설 철거

‘탈원전’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국내 최초로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부산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해체 계획서 초안이 마련됐다. 이로써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인 고리 1호기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해체되는 원전으로 남게 됐다. 해체비용은 총 8129억원이 예상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29일 탈원전을 목표로 국내 최초로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해체 계획서 초안에 대한 주민공람 절차를 밟는다고 설명했다. 최종해체계획서는 사업자인 한수원이 원전 해체를 하기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내 승인 받아야 하는 인o허가 문서로 안전성 평가와 방사선 방호, 제염해체활동, 방사성폐기물 관리, 환경영향평가 등 원전 해체 종합 계획이 담겨 있다.

고리 1호기 해체가 완료될 예정인 2032년 말까지 시설 철거, 방사성 폐기물 처분, 보험료, 연구o개발 등에 비용이 투입되며 총 해체 비용은 총 8129억원으로 나왔다. 원자력안전법 등에 따라 한수원은 부산 기장군·해운대구·금정구와 울산 울주군·남구·중구·북구·동구, 양산시 등 총 9개 기초자치단체 주민 공람과 의견 수렴을 한다. 한수원은 의견을 모아 최종 해체계획서에 반영하고 필요하면 별도의 공청회를 열어 추가로 의견을 모으고 오는 10월 말까지 이 결과를 원안위에 제출한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고리1호기 최종해체계획서에 지역민의 소중한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 국내 최초 원전 해체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리1호기는 1978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우리나라 첫 원전으로 지난 2017년 6월 수명이 다해 영구정지했다.

이번 계획서 초안에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법은 빠졌다. 당초 한수원은 2024년 이곳에 임시 저장시설을 조성한 뒤 2025년 말 중간·영구저장시설을 마련하는 대로 반출할 계획이었으나 정부가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해 현재 이를 위한 대국민 의견수렴 절차를 밟는 중이다.

정부, 탈원전 정책 비용 일부 전력산업기반기금 활용해 보전

정부는 탈원전 정책 비용 일부를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 보전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원전 감축과 관련 사업자에 대한 비용보전의 법적 근거를 담은 ‘전기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등 국무회의를 통과한 에너지 정책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을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사용해 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기요금에 3.7%의 부담금을 부과해 조성되는 기금으로 결국 탈원전 비용은 전기요금으로 충당된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신규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등 2017년 10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에너지전환 로드맵’에 따른 조치가 보전 대상에 해당된다.

당시 정부는 월성 1호기를 조기폐쇄하고 신고리 5·6호기 이후 모든 원전을 건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신규 원전 6기가 모두 백지화됐다. 당시 정부는 기금 등 여유재원을 활용해 탈원전 비용을 보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산업부는 당초 20대 국회에서 비용 보전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논의가 지연돼 제출됐던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이에 산업부는 사업자에 대한 비용 보전의 법적 근거 마련을 더 미룰 수 없다고 보고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안을 마련했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한수원은 2018년 6월 조기폐쇄된 월성 1호기, 사업종결 결정이 내려진 천지 1o2호기와 대진 1·2호기에 대해 비용 보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8월11일까지 40일간 입법 예고를 거쳐 최종안이 확정된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 후 비용보전 범위와 절차 등 세부 내용에 대한 고시를 제정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국회의 관련 법안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과 관련된 사업자의 비용 보전 방안이 논의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같은 산업부의 시행령 개정 추진은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7년 10월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내놓으며 “원전의 단계적 감축과 관련해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된 비용에 대해서는 기금 등 여유 재원을 활용해 보전하되, 필요 시 법령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발표한 이번 시행령 추진안은 그동안 탈원전 정책에 따라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은 없을 거라는 정부 발표를 뒤집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총 얼마의 비용이 소요될지 도 아직 미지수다.

한수원은 10년 연장운전 승인을 위한 월성1호기의 안전성 강화 등 설비개선에 총 5925억 원을 투자했다. 백지화된 신규 원전 4기에 들어간 비용은 천지 1o2호기 904억 원, 대진 1o2호기 33억 원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21대 국회에서 비용보전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법안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사업자들과도 충분히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