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 빈발에 공장 스마트화로 첨단기술 대거 활용…‘안전하고 친환경적 경영’ 구현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세계 3대 플라스틱 및 석유화학 박람회라고 하면 독일 ‘K-Fair’, 미국 ‘NPE’, 중국 ‘CHINAPLAS’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하지만 지난해 개최한 차이나플라스만 해도 3500개가 넘는 국내외 업체가 참여했고 특히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들이 총출동해 기술력을 뽐냈다. 바스프, 다우 등 해외 기업을 비롯해 LG화학, 롯데케미칼, SK케미칼, 효성화학, 코오롱플라스틱 등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대거 참가했는데, 세계 석유화학산업을 이끄는 이 기업들이 최근 세계 박람회에서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건 바로 4차 산업 혁명을 통해 ‘안전하고 친환경적 경영’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지난해 빅데이터를 활용해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예측하는 모델 개발에도 성공했다. (사진 LG화학)
석유화학업계, 무엇이 문제인가

최근 수년간 석유화학업계는 국내 ‘효자 산업’이라는 타이틀과 ‘위험한 산업’이라는 타이틀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이들이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역인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빈번한 안전사고 발생과 환경오염물질 배출 등으로 국민적 호감을 얻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지난해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유증기 유출 사고만 해도 지역주민 600여명이 병원치료를 받는 등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한화토탈 대산공장은 지난 3년간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관련 경고를 꾸준히 받았는데, 이는 석유화학산업의 유해물질 배출 위험성이 우리 주변에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석유화학업계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 세계 해양쓰레기의 80%로 추정되는 해양 플라스틱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도 해양 플라스틱을 2019년 대비 2022년까지 30%, 2030년까지 50% 저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이미 플라스틱이 생활 전반에 사용되고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무작정 플라스틱을 감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플라스틱 문제는 석유화학업계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좀 더 합리적인 개선책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적으로 국민들이 플라스틱 제품 사용 패턴을 바꾸고 재활용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며 석유화학 기업들도 무한 재활용 플라스틱, 썩는 플라스틱 등 친환경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석유화학업계가 보내는 긍정적 신호

석유화학업계는 순환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수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이 재활용을 통한 환경보호 정책을 발표했고 이를 통해 엄청난 잠재력과 풍부한 시장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것에도 이미 동의하고 있다.

AEPW(Alliance to End Plastic Waste, 플라스틱 쓰레기 제거 연합) 창립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마틴 브루더뮐러 바스프 그룹 회장 겸 CTO는 “플라스틱은 자원 절약 및 편리함, 안전, 건강 등의 이익을 제공하는 효율적인 소재지만 책임감 있는 사용과 폐기, 그리고 재활용이 따르지 않는다면 그 의미가 퇴색된다”며 “석유화학산업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데 필요한 혁신적인 대규모 공정 도입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바스프는 폐플라스틱을 화학공정에 재사용하는 ‘켐사이클링(ChemCycling)’ 프로젝트를 통해 제품 생산에 나서며 지속가능한 순환경제를 구현하고 있다. 켐사이클링은 열화학적 공정을 통해 폐플라스틱으로부터 합성가스 및 오일 등의 원료를 추출하고 제품 생산공정에 필요한 일부 화석원료를 해당 재활용원료로 대체하는 공정이다. 또한 일명 ‘썩는 플라스틱’이라고 불리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이 부문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먼저 LG화학은 최근 농·수산물 관련 ‘그린바이오’, 친환경 에너지 등의 ‘화이트바이오’로 불리는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쏟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해 빅데이터를 활용해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예측하는 모델 개발에도 성공했다. 예측모델은 주로 나프타를 단기거래할 때 사용하고 있는데, 이와 함께 대산공장 사업장 내 LTE 전용망 구축을 완료하고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공장 내 상황을 서버에 실시간 기록하는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했다.

SK케미칼은 최근 친환경수지 코폴리에스터 생산설비 확대를 위해 991억원의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특히 3D 프린터에 사용되는 PLA(polylactic acid) 소재를 개발해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옥수수, 사탕수수 전분 등으로 만든 PLA는 폐기되면 물과 탄산가스로 완전 분해 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타 소재에 비해 유연해 사출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SK에너지도 친환경 사업장을 구축하기 위해 향후 5년간 2500억원을 투자한다. 친환경 사업장을 구축하기 위해 최대 생산거점인 울산CLX에 법적 요구 수준 이상의 환경관리 시스템을 만드는데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한화토탈은 영업활동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기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만으로 처리할 수 있는 ‘스마트 세일즈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 근무환경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시스템에 흩어져 있던 영업 관련 업무처리기능을 한곳으로 통합해 복수 시스템에 접속할 필요 없이 PC 없이도 관련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 코오롱플라스틱은 프린팅 중 유해물질 발생을 타사 대비 1/30 수준으로 낮춘 친환경 3D프린팅 PLA 소재와 기존 금속소재를 플라스틱으로 대체한 다양한 복합소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또한 자동차의 경량화와 금속소재를 대체하는 고강성 소재 및 별도 도장공정이 필요 없는 친환경 무도장 소재, 연료계 가스투과를 차단하는 소재 등에도 주력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