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뉴딜 관련주가 성장주를 밀어낼 수 있을지 궁금
애플의 시가총액은 우리 돈으로 2200조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이 1500조 정도니까 코스피의 1.5배에 해당한다. 애플의 분기당 영업이익이 8조이지만 코스피의 해당 수치는 30조를 넘는다. 이익과 시가총액을 합쳐서 따지면 애플이 우리시장보다 4배나 높게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애플의 영업이익 8조는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과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300조 정도되니까 삼성전자에 비해서는 8배나 높게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애플의 성장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높은 주가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컴퓨터나 피처폰의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기술 발전이 한계에 도달하는 순간 해당기기가 빠르게 상품화돼 버리는데 이때부터는 누가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만드느냐를 놓고 경쟁하게 된다. 낮은 가격은 중국을 이길 재간이 없다.

성장주의 주가가 올라 부담이 커져서 인지 이번에는 그린 뉴딜 관련주가 부상했다. 직접적 계기는 정부의 한국형 뉴딜 정책 발표였는데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이 강하다. 재생 에너지와 친환경 자동차가 기존 에너지나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반응으로 보인다. 이는 구조적 변화이기 때문에 한번의 상승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시장의 관심은 그린 뉴딜 관련주가 성장주를 밀어내고 차기 주도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인가에 맞춰질 것이다. 성장주의 장기 상승으로 새로운 주도주가 필요한 시장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린 뉴딜은 녹색성장과 달리 IT와 결합
정부는 2025년까지 73조4000억원을 그린 뉴딜에 투자할 계획이다. 도시·공간·생활 인프라의 녹색 전환을 위해 노후 건축물 23만호의 제로 에너지화하고, 스마트 그린도시 25곳을 조성할 예정이다.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을 위해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은 물론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도 확대할 계획이다.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차원에서 스마트 그린 산단 10곳을 조성하고 스마트 생태 공장과 클린 팩토리도 계획하고 있다.

그린 뉴딜이란 단어를 접하다 보면 MB정부 때 추진했던 녹색성장과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환경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일자리를 늘리고 국제사회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틀을 만든다는 점에서 두 정책이 동일하지만 세부 내용은 차이가 많이 있다.

무엇보다 디지털화가 다르다. 예를 들어 화물운송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려 하는 경우 녹색성장에서는 전기차를 빨리 개발해 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게 목표가 되지만, 그린 뉴딜은 전기차 개발과 함께 여러 배송 루트에 센서를 설치해 운송 정보를 모아 탄소가 가장 적게 발생하는 노선을 짜는 것까지 방안에 포함된다. 이렇게 범위가 넓어진 건 10년전에 비해 IT기술이 발달해 환경과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토목 공사 포함 여부도 다르다. 녹색성장은 대규모 토목공사가 중심이었던 반면 그린 뉴딜은 토목 공사가 거의 포함되지 않는다. 이 차이는 예산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녹색성장에 107.4조원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기후변화 적응역량 강화가 36.3조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여기에 4대강 살리기 예산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탄소배출량이 적은 철도와 자전거도로를 조성하는데 25.3조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반면 그린뉴딜은 올해 12.9조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지만 대규모 토목 공사는 없다.

에너지 생산 부문이 유망
그린 뉴딜로 가장 크게 변하는 곳은 에너지 생산 부문이다. 그 동안 에너지 생산 인프라는 중앙 집중식이면서 하향식으로 운용돼 왔다. 전력을 생각해 보면 구조를 이해하기 쉬운데 과거에는 정부나 정부출연 기관이 특정 지역에 화력이나 수력 혹은 원자력 발전소를 짓고 여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가계와 기업에 배분하는 형태를 취해 왔다. 전력 개발 구조가 이런 형태이다 보니 효율을 높이기 위해 독점적인 생산 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그린 뉴딜은 태양광, 풍력, 조력 등 다양한 곳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이렇게 흩어져 있는 생산 인프라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에너지 저장소에 모으는 형태를 택하고 있다. 그래서 생산이 분산적이면서 개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에너지 생산 구조가 바뀐 건 태양과 바람을 이용한 전력 생산 비용이 석유나 천연가스와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태양 전지판에 사용되는 실리콘 광전지의 경우 1977년에 와트당 고정비용이 76달러였는데 지금은 50센트 이하로 떨어졌다. 풍력도 비슷하다. 국제 재생에너지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에 육상 풍력 에너지는 킬로와트시당 3~4센트 정도에 생산되고 있다. 둘 다 기술의 발전이 생산 단가를 낮춘 예이다. 이런 기반이 있기 때문에 두산중공업이 나흘만에 배 이상 상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장에서는 배터리, 전기차, 전력 그리드, 재생 에너지를 그린 뉴딜과 관련한 업종으로 꼽고 있다. 이중 전력 인프라와 재생에너지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배터리의 경우 이미 주가가 크게 올랐고, 전기차는 테슬라가 세계적인 패권을 쥐고 있어 이들과 차이점을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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