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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시행에 전세시장은 ‘혼돈의 안갯속’

법안 시행 앞두고 전셋값 큰폭 상승 혼란과 각종 편법 동원 우려되는 임대차 시장
  • '임대차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의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핵심으로 이른바 ‘임대차 3법’ 의 시행으로 아파트 전월세시장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제도에 부동산 임대차 시장이 대혼란에 빠진 가운데 서울 지역 전셋값은 7개월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재석 187인, 찬성 185인, 기권 2인으로 통과시켰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새 개정안에 따르면 임차인(세입자)이 계약을 갱신하도록 요구할 수 있고, 상승분도 5%를 넘지 못한다. 이를 위반할 시에는 임대인(집주인)은 신고를 당할 수 있다.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바로 시행됐다. 지난달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안이 상정된 데 이어 불과 5일 만에 시행에 이른 것이다. 나머지 전월세신고제는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6월 1일 시행된다.

이에 따라 세입자들은 지난달 31일부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2년의 기본 계약에 추가 2년의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으며 임대료는 직전 계약액의 5%를 초과해 인상할 수 없다. 전세 보증금은 물론 월세로 전환해도 마찬가지로 5%를 초과해 올릴 수 없다. 상한선인 5%는 지역에 따라 더 낮아질 수 있다.

이번 법안은 소급적용도 가능하게 했다. 법 시행 전 집주인이 미리 계약 갱신에 동의하면서 임대료를 인상해 세입자가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효력이 없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서 전월세상한제를 지켜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집주인이 계약갱신청구를 거부할 수 있는 경우는 본인 또는 직계 존비속이 집에 실거주할 때다. 그러나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 살더라도 최소 2년은 거주해야 한다. 2년 이내에 다른 세입자에 임대를 줬다가 전 세입자에게 들키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할 수 있다.

세입자가 쉽게 소송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법정손해배상청구권제도 도입했다. 이는 원고가 실제 손해를 입증하지 않더라도 사전에 법에서 정한 일정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기존 세입자는 3개월치 월세나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에게서 받은 월세와 자신이 낸 월세의 차액 2년치 중 많은 액수를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월세에는 보증금도 포함된다.

세종 아파트·전셋값 폭등…서울 전셋값 57주 연속 상승세 기록이같은 임대차 3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 아파트 전셋값은 폭등하고 있다. 세종은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시에 큰폭으로 상승해 세종 아파트값은 한국감정원의 조사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주간 역대 최고 상승률(2.95%)을 기록했다. 서울 전셋값도 상승폭을 커지면서 57주째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달 30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27일) 기준 세종 전셋값은 2.17%나 올랐다. 세종은 올 들어 누적 전셋값 상승분은 16.36%나 된다. 한국감정원은 “행정수도 완성기대감 등으로 매매가 상승폭이 확대됐고, 입주물량 감소와 기반시설 확충 기대감이 가중돼 세종 전역에서 전셋값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서울 전셋값도 0.14% 상승해 전주(0.12%)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한국감정원은 “실거주요건 강화(양도세 비과세 등)와 임대차 법안추진, 저금리 등으로 매물이 부족해 수급 불안과 상승세가 이어졌다”고 상승요인을 밝혔다. 강동구(0.28%)가 고덕·강일·상일동 신축 위주로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 전셋값이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올랐고 이어 강남구(0.24%), 송파구(0.22%), 성동구(0.21%), 마포구(0.20%), 동작구(0.19%), 서초구(0.18%) 순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선 3기 신도시 청약 대기수요 영향으로 하남(0.91%) 전셋값 급등세가 이어졌다. 하남 전셋값은 올 들어 누적으로 10.77%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양주(0.52%), 구리(0.48%), 용인(0.41%), 광명(0.38%), 수원(0.37%), 고양(0.30%), 양주(0.28%) 등 수도권 대다수 지역에서 전셋값이 올랐다.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4%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7·10 대책 발표 이후로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상승폭은 전주(0.06%)보다 줄어들었다. 한국감정원은 “6·17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시행(담보·전세 대출 제한)과 7·10 보완 대책에 이은 7·22 세법개정안 발표 등으로 매매시장이 위축돼 전주 대비 상승폭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혼란과 편법 동원 우려되는 임대차 시장

한편 임대차 시장에서는 임대차 3법에 대한 혼란과 편법동원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분분하다. 우선 전세매물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소위 ‘편법’을 쓰기 위해 임대차 계약 종료를 앞둔 임대인들이 지인 등을 동원해 높은 가격으로 전세 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개정안이 현재 전월세로 거주하는 세입자에게도 갱신청구권을 주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월세 기간이 끝나가 새 세입자를 구하던 집주인들은 기존 세입자가 더 거주하겠다고 주장하면 그대로 들어줘야 한다.

이는 전세금을 올려 학자금, 생활비, 결혼자금 등으로 활용하려던 집주인들의 자금 조달 통로를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그동안 전셋값이 떨어져 몇천만원 정도 손실이 있었고 새 계약시 시세대로 올려 받으려고 했는데 물거품이 됐다”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세금을 인상하려고 계획을 잡아놨는데 올려받을 수 있는 길 자체가 막힌 것 같다”라며 씁쓸함을 토로하는 글이 다수 게재되고 있다.

세입자에게도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집주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임대료를 크게 올리지 않고 4년 이상 거주하는 것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셋값을 시세대로 받기 위해서는 4년마다 세입자를 바꿔야 한다. 계약 종료를 앞두고 집주인과 세입자간 분쟁도 일 전망이다. 새로운 계약자가 실거주자인지를 놓고 다툼이 일 수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법 시행 전 계약한 기존 세입자에게 소급 적용되지만 집주인이 연장 거부의사를 밝히고 새 세입자와 계약하면 예외조항이 적용된다. 현재 집주인들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세입자가 받은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연장 동의 거부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은행 전세대출을 받는 세입자는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 시행과 맞물려 다양한 ‘편법’들도 동원되면서 실제 법 적용이 효과를 거두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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