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42와 모빌리티 전문기업 ‘퍼플엠’ 설립…PBV 산업 위상 강화도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차세대 산업의 ‘대장’ 격으로 일컬어지는 ‘미래 모빌리티’의 국내 대표 기업은 현대자동차가 꼽힌다. 하지만 한 지붕 식구인 기아자동차도 세계 시장서 주목받는 미래차 기업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이미 뛰어난 품질성을 인정받은 기아차지만, 최근 행보를 눈여겨보면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첨단 디지털 기술력을 갖춘 여러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발판 삼아 미래차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겠다는 게 기아차 목표다. 중장기 미래전략 ‘플랜S’(Plan-S)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송호성 기아차 사장이 지난 6월 광주공장과 광주지역 특장 전문 업체를 방문해 국내 PBV 관련 생태계를 점검했다.
대기업-중소기업 ‘합작법인’…CEO는 스타트업 출신

기아차는 최근 중소기업 ‘코드42’와 동업하기로 했다. 코드42는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의 송창현 대표가 작년 초 설립한 자율주행 기술개발 기업이다. 설립 당시부터 국내외 IT기업 및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담당하던 핵심 연구 인력들이 대거 합류하며 업계 시선을 끌었다.

코드42는 설립과 동시에 여러 대기업들로부터 투자를 이끈 기업이기도 하다. 현대차의 시드(seed) 투자, 기아차의 리드(lead) 투자를 포함해 SK와 LG 및 CJ 등 대기업이 참여한 ‘Pre A 라운드’서도 300억 원 투자를 받았다. 또 최근에는 LIG넥스원, KTB네트워크, 신한은행으로부터 브릿지(Bridge) 투자로 150억 원을 유치하며 약 45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기아차가 코드42와 사업을 함께 벌이기로 했다. 모빌리티 전문기업 ‘퍼플엠(Purple M)’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신설법인을 앞세워 고객에게 신개념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과감한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공동 목표를 실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수평적 소통 문화 및 도전적 실행력 등이 핵심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기아차의 풍부한 사업 기반과 코드42의 독보적 IT 기술력이 결합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퍼플엠 CEO에 카풀 서비스 스타트업 ‘풀러스’ 대표 출신 서영우 씨가 임명됐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신설법인을 매개삼아 동등한 위치에서 협업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한 차원 높은 단계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송호성 기아차 사장은 “코드42는 미래 혁신 기술 분야 국내 최고 업체로, 기존과 차별화된 e-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최적의 파트너”라며 “새로 설립된 퍼플엠을 중심으로 기아차는 미래 e-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하는 핵심플레이어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차 가한 ‘플랜S’

앞서 기아차는 올해 1월 중장기 미래전략 ‘플랜S’를 공개했다. 빌리티, 전동화,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등 미래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영역에서 과감한 투자 및 혁신을 잇겠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총 29조 원 투자를 약속했다. 영업이익률 6%, 자기자본이익률 (ROE) 10.6%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현재 플랜S는 현재 가속페달을 밟은 모습이다. 퍼플엠 설립도 그 일환이지만, 기아차는 일찍이 첨단IT 기술 투자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14일 물류 스타트업 업체들과 ‘모빌리티 플랫폼 기반 스마트 물류 솔루션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 역시 대표 사례다. 기아차는 차량 운행 및 상태 데이터 등을 수집 및 제공, 물류 솔루션 고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구글 클라우드와 함께 AI기반 자동차 취급 설명서인 ‘기아 오너스 매뉴얼 앱’ 개발을 완료한 일 또한 성과로 꼽힌다. 이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차량 내부를 비추면 해당 기능의 명칭과 핵심 작동법을 동영상으로 상세히 설명해 주는 고객 편의 어플리케이션이다. 기아차는 이번 경험을 살려, 혁신적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고객 편의 서비스를 지속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가장 힘을 쏟고 있는 분야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Purpose Built Vehicle)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PBV 시장은 2030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수요의 25%를 차지할 만큼 급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기아차는 송호성 사장이 직접 관련 현장들 챙길 만큼 해당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6월 10일 대표이사로 선임된 송호성 사장이 일주일도 채 안 돼 찾은 곳이 광주공장과 광주지역 특장 전문 업체다. 현장에서 국내 PBV 관련 생태계를 점검했다. 당시 그는 “기아차가 가지고 있는 특수 차량 사업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글로벌 PBV 사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송호성 사장이) 광주공장을 첫 현장 방문지로 선택한 것은 ‘플랜S’의 핵심인 PBV 사업을 주도적으로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광주 지역 PBV 연관 네트워크 점검을 통해 PBV 전략의 구체적 실현을 위한 기반을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올해 하반기에 미국 스타트업과 제휴를 통해 스마트 물류 전용 PBV 개발에 힘쓸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국내외 목적형 고객 맞춤 차량 및 부품 제작에 역량이 있는 유관업체들을 적극 발굴 중이라고 한다. 국내외 능력 있는 기업들과 제휴 및 협업을 통해 PBV 생태계를 구축, 경쟁력 있는 PBV를 국내외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기아차 관계자는 “제품뿐 아니라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기차 연계 충전·배터리 솔루션 등의 개발을 위한 유망 스타트업과의 제휴도 추진 중”이라며 “다양한 기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 기반 파트너십을 구축, PBV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