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러 공법으로 소음·분진 줄이고 폐자재로 견본주택…경제·사회적 가치 동시 추구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대개의 산업시설들이 ‘환경오염 주범’으로 인식되는 현실 속에서, 건설사는 유독 그와 같은 이미지가 선명하다. 검은 매연을 구름처럼 내뿜는 공장들이 전국에 두루 분포했지만, 공사 현장만큼 비산먼지 등 오염물질이 자주 눈에 띄는 곳이 없어서일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일고 있는 ‘친환경’, ‘그린’ 열풍은 건설사들의 입지를 위축시킬 소지도 일부 있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SK건설이 보인 행보는 눈길을 끈다. ‘디지털’, ‘친환경’을 핵심으로 한 경제·사회적 가치 실현에 나선다고 밝혔다. 성과 달성을 위한 일련의 과정들이 구체적인 까닭에 남다른 기대감이 형성된다.
EV·SV 창출 위해 ‘조직개편’…신산업 본격 추진

전 산업계가 마찬가지지만 건설사들 역시 ‘친환경’ 기치를 내걸고 매년 갖은 선언들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를 온전히 믿는 이들은 드물다. 통상적인 기업홍보 정도로 치부하는 시선이 대다수다. 그럴 수밖에 없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각 공사현장에서 크고 작은 환경사고를 일으켜 시민들에 민폐를 끼치는 건설사들이 수두룩해서다.

SK건설은 남다른 처신을 보였다. 지난달 20일 조직개편 단행 소식을 알리며 친환경 및 신에너지 사업의 본격 추진 의사를 밝혔다. 건설업계에서 이처럼 환경 사업 강화를 위해 체제까지 개편한 곳은 SK건설 외에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SK건설은 친환경사업 부문을 안재현 사장이 직접 맡아 총괄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SK건설은 친환경사업부문을 신설하고, 에너지기술부문을 신에너지사업부문으로 개편했다. 이로써 기존 5사업부문 2센터 46그룹 19담당 92팀에서, 6사업부문 2센터 48그룹 18담당 88팀으로 변경됐다. 환경사업부문은 ‘스마트그린산단 사업 그룹’, ‘리사이클링 사업 그룹’ 등의 조직으로 구성된다.

SK건설은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자 이 같이 나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그린산단 사업은 산업단지를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친환경 제조공간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 10대 추진 과제에 포함된 사항이기도 하다. 리사이클링 사업 그룹에서는 각종 폐기물을 친환경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SK건설 관계자는 “투자검토부터 설계·조달·시공(EPC), 운영,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트 전 과정을 수행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으며, 자체 보유한 친환경 기술과 새로운 기술 개발 및 투자에도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며 “경제적가치(EV)와 사회적가치(SV)를 함께 창출할 수 있는 친환경 및 신에너지 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력 ‘실증’…건설업 ‘진화 모델’ 제시

SK건설이 ‘말뿐인 친환경’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은 앞서 실증한 기술력 때문이다. 지난 4월 국내 최초로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부평 SK뷰 해모로’ 현장사무실이 대표적이다. 모듈러 공법은 현재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 건축 기술 중 하나다. 단위 모듈을 외부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건설 현장으로 옮겨와 조립하는 기술이다.

당시 SK건설은 현장 부지에 총 22개의 모듈을 활용해 740m2(약 224평) 규모의 현장사무실을 설치했다. 모듈러 공법으로 인해 기존보다 50% 이상 설치기간을 단축했는데, 모듈 설치마저 이틀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현장사무실이용이 끝난 후에도 모듈을 다른 현장에서 재활용할 수 있어 폐자재 발생을 70~80% 절감할 수 있었다.

해당 기술은 시민편의도 증진할 수 구조라 의미가 크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6년부터 4년간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공사현장 환경갈등은 지속 증가추세다. 2016년 142건에서 2019년 254건까지 늘었다. 분쟁건수의 96%가 공사장 소음진동 및 먼지다. SK건설의 모듈러 공법은 주요공정이 외부 공장에서 진행되므로 현장 내 소음·분진 등의 공해가 없다.

SK건설 관계자는 “모듈러 공법과 같은 OSC기반 기술을 앞으로도 적극 확대해 지식산업센터와 물류센터 등에도 스마트건축을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OSC는 스마트 건설기술 중 하나로서, 현장 시공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에서 생산한 제품을 현장에서조립 설치하는 시공방식을 의미한다.

이밖에 대전 ‘신흥 SK뷰’ 견본주택 역시 SK건설의 디지털 및 환경기술이 집약된 공간으로 시선을 끌었다. 홀로그램과 가상현실(VR) 기술을 적용하고, 철거 중 발생한 폐자재를 견본주택의 마감자재와 소품으로 재활용해 만들었다. 신흥3구역 철거현장에서 버려지는 폐자재를 견본주택에 사용해 건축폐기물을 줄인 한편 옛 추억을 지역민과 공유했다고 한다.

SK건설은 올해를 친환경 사업모델 확대 및 기술개발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인도네시아 최대 국영 건설회사인 위카와 친환경 아스팔트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난달에는 수주금액 약 86억 원 규모의 우즈베키스탄 친환경 정유공장 설계 계약을 맺었다.

SK건설 관계자는 ”위카 등과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통해 기술진단을 시작으로 예정된 후속 사업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라며“이를 토대로 향후 친환경 사업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체 보유한 친환경 기술뿐 아니라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기반으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조화된 사업모델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