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두산’ 수소충전 ‘효성’…기술력 선제 확보로 기업가치 높여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정부의 ‘그린뉴딜’ 선언을 계기로 수소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의 가치가 재평가되는 모습이다. 수소경제 대표 격인 현대차 등에 눈길이 대거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른 기업들에 시선을 주목한다. 이들 중에는 심각한 위기를 겪다가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게 하는 회사도 있다. 또 그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채 연구개발에 주력하던 중 마침내 기지개를 켠 곳도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 기업이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탈원전’에 울고 웃은 두산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기업에도 꼭 적용되는 듯한 요즘이다. 정부의 그린뉴딜 선언을 계기로 반전을 노리는 기업들이 속속 떠오르고 있다. 두산그룹이 그렇다. 두산건설 등 주요 계열사 매각으로 구조조정이 현재진행형이지만, 차세대 에너지 분야서 강점을 지닌 두산중공업과 두산퓨얼셀 덕분에 숨통을 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들 중에서도 두산중공업은 ‘역전의 용사’로 떠올랐다. 이번 정부 임기초반인 2016년 영업이익 2800억 원 수준이었던 두산중공업은 탈원전 정책 가속화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870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작년 말에도 3조7672억 원 거액에 달했던 단기차입금은 올해 1분기 4조2400억 원까지 불어났다.

그러나 두산은 차츰 인상을 풀 수 있게 됐다. 공교롭게도 그 배경은 탈원전을 핵심으로 한 그린뉴딜에 있다. 이 정책기조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대폭 성장할 전망에 힘을 실리다보니, 해상풍력 강자인 두산중공업에 탄력이 붙은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2005년부터 순수 자체 풍력기술과 실적을 확보한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발전기 제조사다.

두산중공업에 대한 기대가 해상풍력 사업을 단순 영위 중이기 때문은 아니다. 현재 국내 해상풍력발전기가 모두 두산중공업 제품일 정도로 시장 지배력이 높다. 그런데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12GW 규모 해상풍력 준공 등을 포함한 '해상풍력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두산중공업은 “해상풍력사업 연매출을 2025년 1조 원 이상으로 육성할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두산퓨얼셀도 그린뉴딜의 핵심 플레이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수소 연료전지 사업 역량 덕분이다. 이곳은 특히 지난 28일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연료전지발전소를 준공해 더욱 커다란 관심을 받는 모습이다. 독자기술로 개발한 440kW 부생수소 연료전지114대(총용량 50MW)를 해당 발전소에 공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조현준 효성 회장(가운데 왼쪽)이 지난 4월 린데그룹과 MOU를 체결할 당시 모습.
준비된 기술력 ‘효성’, 날개 달아

두산그룹처럼 기사회생을 노리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마침내 날개를 편 기업도 있다. 효성그룹이 대표 사례다. 조현준 회장을 중심으로 일찍이 수소경제 활성화 페달을 밟아온 효성은 그린뉴딜 선언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이미 수소사업 일부 분야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데다, 향후 그룹사 시너지를 더할 수 있는 회사구조 때문이다.

효성중공업은 일찍이 국내 수소충전소 점유율 1위를 선점한 상태다. 7월 기준 전국에 설치된 34기의 수소충전소 중 절반 가까운 14기의 수소충전소를 효성중공업이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추가 수주도 지속 중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1일 수소경제위원회가 발표한 ‘2030년 수소충전소를 660기 확충안’이 효성중공업의 성장 발판이 될 것이란 분석도 많다.

효성에 대한 시장 관심은 남다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효성화학은 부생수소, 효성첨단소재는 수소탱크 핵심 소재인 탄소섬유를 생산해 그룹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효성중공업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도 가능할 전망”이라며 “향후 효성중공업의 가스충전소 운영 노하우까지 더해진다면, 가장 앞선 경쟁력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효성의 가스충전 노하우는 지난 4월 조현준 회장 주도로 맺게 된 독일 린데그룹과의 업무협약(MOU)에 바탕을 둔다. 효성은 산업용 가스 전문 세계적 화학기업인 린데그룹과 함께 오는 2022년까지 총 3000억 원을 투자해 액화수소 생산, 운송 및 충전시설 설치와 운영을 망라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당시 조현준 회장은 “수소는 기존 탄소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꿀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로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효성이 추진하는 액화수소 사업의 핵심은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번 투자가 향후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OCI 군산공장.
OCI·삼양사, 빛난 ‘뚝심’으로 기회

그간 비교적 눈에 띄지 않았던 곳이 돌연 다크호스로 부각된 기업도 적지 않다. OCI와 삼양사도 그들 중 한 곳이다. 수년 전부터 태양광과 수소에너지 관련 연구개발에 주력해온 이들 기업은 그린뉴딜을 계기로 시장에 본격 등판한 모습이다. 주가 역시 두 기업이 모두 상한가를 연달아 기록했다.

올해 초 2만 원 대까지 떨어졌던 OCI 주가는 지난달 6만 원까지 치솟았다. 업계에서는 “일찍이 쌓아뒀던 내공을 인정받은 셈”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OCI는 태양광발전의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 생산능력 기준으로 세계 3위 기업이다. 2011년 태양광 발전 사업에 처음 뛰어든 이래, 인수했던 미국 ‘에버그린솔라’ 파산 등 고초를 겪고도 지속 태양광사업을 영위했다.

삼양사도 뚝심 있게 연구개발에 매진한 결과가 빛을 봤다. 올해 초 2만 원 대 초반에 머물렀던 주가는 지난달 7만5800원까지 뛰었는데, 수소차 이온교환수지 개발 수혜란 분석이 다수다. 삼양사는 지난 2년 간 수소차 이온교환필터에 투입되는 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매진해 왔다고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국내 유일의 수소차 이온교환수지 생산업체 위상을 갖게 됐다.

한편 정부는 총 73조4000억 원을 투자하는 ‘그린뉴딜’ 구상으로 일자리 65만9000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삶의 질을 높이고 녹색산업 생태계를 지원하며, 향후 탄소 넷제로 사회로의 지향점도 제시했다. 또 2025년까지 ‘디지털 뉴딜’에 58조2000억 원을 투자해 일자리 90만3000개를 만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