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줄어든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항./연합

경기 둔화 지속. 부양대책의 효과가 과거만 못해
경기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선공에 들어간 쪽은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경기 회복이 곧 마무리된 후 어려운 시간이 시작될 거라고 얘기했다.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는 건 고용이다. 미국의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가 1백만개 위에서 계속 머물더니 7월 중순에 다시 늘어났다. 이 수치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7월 미국 고용지표는 전망이 어두울 수 밖에 없다. 그 영향으로 소비자심리도 다시 약해졌다.

올 여름 미국 경제는 5·6월의 강력한 회복세가 제동이 걸리면서 약화되는 형태가 될 걸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는 7월 비농업취업자가 얼마나 늘어나느냐와 경기 부양대책이 언제쯤 통과될 것인가가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공포감을 가지고 있어 정책이 한계가 있을 걸로 보인다. 그만큼 경제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는 의미가 된다. 코로나19 이후 풀린 유동성으로 자산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실물경제와 괴리가 심해지고 있는 만큼 혹시 버블 붕괴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크다.

이런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백악관과 공화당이 5차 경기부양대책을 내놓았다. 1조달러 규모로 실업수당을 이전보다 작은 주당 200달러로 줄이는 대신 급여세 인하는 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이 규모를 3조달러로 늘리자는 입장이어서 최종 금액은 백악관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설혹 대책 규모가 1조달러에 그치더라도 올해 부양책에 들어간 돈은 3.8조달러가 된다. 금융위기 직후 투입된 재정 규모가 2.5조달러였던 걸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돈이 많이 들어갔지만 효과는 과거보다 약할 걸로 보인다. 정책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한 곳에 집중 투입돼야 하는데 성인 1인당 1200달러 현금 지급 등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자금을 나눠주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분산돼 버렸다.

달러지수, 2년래 최저치로 떨어져
유로화 강세로 달러화지수가 2년래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달러가 이렇게 약해진 건 펀더멘털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20%까지 늘어났지만 당분간 적자 축소가 힘들다. 재정이 경제를 끌고 가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영사관 폐쇄를 주고받는 분쟁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적자 역시 개선되지 않고 있다. 두 개 적자에 달러가 발목이 잡힌 상태다.

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도 달러화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코로나 19 확산에 대응해 연준은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보다 강한 금융정책을 시행했다. 한 달 사이에 금리를 1.5%p 인하했고, 양적 완화 규모도 늘렸다. 정책 측면에서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의 관계가 역전된 건데 이런 완화기조는 코로나19가 사라질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 여기에 백신 개발 이 임박했다는 소식과 유럽 공동 회복 기금 합의에 따른 유로존 통합 기대가 만들어지면서 유로화가 강해졌고 달러는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달러가 약해졌지만 일각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달러의 시대가 끝날 정도는 아니다. 앞으로 미국 경제가 나빠질 경우 다른 나라 경제도 둔화되므로 약달러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난주 외국인이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자 달러 약세를 매수 이유로 꼽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달러가 약세가 되자 미국에 투자됐던 자금이 해외로 빠져 나와 이머징 마켓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타당성이 있어 보이지만 글로벌 자금은 통화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다. 환율은 항상 변하는데 장기 자금 포지션을 여기에 맞춰 설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외환위기 직후처럼 환율 변동성이 크고 경제에서 가장 주목하는 변수가 될 경우 환율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니다. 인텔의 새로운 반도체 개발이 늦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은 삼성전자로 외국인 매수가 몰린 게 이유로 단순화시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조만간 주가가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
모건스탠리가 미국 기술주의 실적이 수주 내로 붕괴를 맞을 거라고 얘기했지만 우리시장에서는 IT의 힘이 오히려 더 세졌다. 특히 지난주에는 삼성전자 주가가 한때 6만원을 회복할 정도여서 성장주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돼 오던 주가 상승이 변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초 삼성전자의 최고가는 6만3000원이었다. 2분기까지 실적은 과거 분기당 영업이익이 15조에 달하는 때보다 적지만 연초 기대보다는 잘 나오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IT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만큼 시장의 질적 개선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성장주 일변도의 시장은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 미국의 FAANG 주식과 다른 주식간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 올해 2%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한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의 경우 5개 FAANG기업의 수익률은 35%인 반면 나머지 495개 종목의 수익률은 -5%에 그쳤다. 특정 종목의 강세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게 진행되고 있는 건데, 앞서가는 몇몇 종목의 주가가 무너질 경우 시장 전체가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장에서는 기술주에서 가치주로 주도주의 교체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루어지기 힘들다. 풍부한 유동성과 경기회복 기대를 바탕으로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경우 키 맞추기 차원에서 순환매가 나올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기술주가 떨어질 때 가치주도 동반 하락하게 된다. 8월에 미국경제가 약해질 경우 국내 주식시장도 상승을 끝내고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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