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구조적 이윤창출 기반 확립…삼성SDI·SK이노베이션도 큰 폭 성장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왼쪽 두번째)이 배터리 분야 대표적인 부품·장비업체인 국내 협력회사를 방문해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 LG화학)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정부는 자동차 부품기업을 대상으로 내연기관 친환경화·고도화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전기차 배터리산업은 정부가 공을 들이는 핵심 산업 중 하나다.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제주도, 경상북도,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제주테크노파크에 국내 1호인 ‘제주도 배터리 산업화 센터’를 개소했는데, 산업계는 전기차 배터리산업 지원을 위한 정부의 상징적인 행보라고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런 국가적인 움직임 속에서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도 쾌속 행보를 하고 있다. LG화학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고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각각 4위와 6위를 차지해 3사 모두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시장 위축 흐름에도 국내 배터리 3사의 선전이 이어진 것.

해외 업체 역성장…국내 업체 두 자릿수 성장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42.6GWh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 일본 시장이 코로나19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CATL과 파나소닉을 비롯한 중국과 일본 경쟁사들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이 감소한 상황에서 오히려 국내 3사는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점유율 합계는 34.6%로 전년 동기(15.7%)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가장 주목받는 건 LG화학으로 이번에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LG화학은 2분기 배터리사업에서 1555억 원 영업이익을 내며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에서 1위로 올라선 것이 실적으로 반영된 것.

LG화학 CFO 차동석 부사장은 “2분기는 코로나19 영향에도 내부 효율성 제고 및 차별화된 역량을 한층 강화해 시장 기대치 보다 높은 실적을 달성했고 특히 자동차 전지 부문에서 수율 정상화와 고정비 절감으로 구조적인 이익창출 기반을 마련한 것이 큰 의미”라며 “3분기에도 코로나19 지속에 따른 불확실성이 예상되나 석유화학 부문 안정적 수익성 유지, 전지 부문 큰 폭의 성장 등을 통해 실적 호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6% 점유율(4위)을 기록했고 사용량은 2.6GWh로 전년 동기 대비 34.9%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은 3.9% 점유율(6위)을 기록했고 사용량은 1.7GWh로 전년 동기 대비 66% 늘었다. 이 같은 성장세는 각 사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모델 판매량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중국 CATL은 점유율 23.5%로 2위, 일본 파나소닉은 20.4%로 3위를 차지했다. 중국 배터리사 중에는 CALB가 유일하게 사용량이 크게 늘어 0.8% 점유율로 9위에 이름을 올렸다.

SNE리서치는 “코로나 사태로 미국과 중국 시장 모두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대부분 해외 업체들이 역성장한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와 중국 CALB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선방했다”며 “한국계 3사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 차량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시장 회복세…“국내 업체 날개 단다”

한국 배터리의 세계 시장 활보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에 따르면 3분기는 글로벌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전방산업 회복 기대감으로 견조한 실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지 부문은 매출 2조8230억 원, 영업이익 1555억 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매출 및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LG화학은 유럽, 중국 등 전 세계 친환경 정책 확대에 따른 전기차 판매 증가, 북미지역 대규모 ESS 프로젝트 공급 등으로 전 분기 대비 매출이 25% 증가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폴란드 공장 수율 등 생산성 개선, 원가 절감 등으로 자동차 전지 사업에서 흑자를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3분기에도 자동차 전지 유럽향(向) 출하량 확대, 자동차용 원통형 전지 판매 증가 등으로 매출 성장과 견조한 수익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LG화학 고객사인 폭스바겐이 지난달부터 신규 모델 ID.3 예약을 받기 시작한 데 따른 호조가 예상된다. 전기차 신규모델 출시 등으로 3분기 매출은 2분기보다 25% 이상 개선될 전망이다. 또 테슬라의 고성장도 LG화학 하반기 배터리 실적 상승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연간으로 13조원 대 매출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데, 실현된다면 올해 초에 제시된 추정치 9조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삼성SDI도 하반기 전기차 배터리 성장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 2분기에 총 1038억 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유럽에 주요 고객사들이 형성돼 있어 3분기 유럽 전기차 판매 증가에 따른 배터리 생산량 증가가 예상된다.

지난 6월부터 유럽 주요 국가들은 전기차 보조금을 상향했다. 이에 하반기부터는 전기차 출고가 대비 최대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추가 판매 확대에 무게가 실리면서 3분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연이은 대규모 투자로 단기간에 적자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공격적인 수주 확보를 통해 흑자전환으로의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하반기는 세계 2위 규모 전기차 생산 기업 현대·기아차와의 협업이 SK이노베이션 실적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수주한 현대·기아차 차세대 프리미엄 전기자동차 배터리 납품을 올해 4분기 시작한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5년 간 전기차 50만 대분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수주 물량은 10조원으로 추정된다.

SNE리서치는 “유럽 시장이 6월 들어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고 미국과 중국도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배터리 3사인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더욱 큰 성장 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