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A등급…네팔·카자흐스탄서 수주 낭보 등 역량 발휘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한국 사회에서 공기업은 흔히 ‘신의 직장’으로 묘사되지만, 실상 임직원들의 어깨는 여느 민간기업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다. 수익성과 공공성 모두를 일정 수준 이상 충족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특히 운영자금 등에 국민 세금이 대거 투여된 만큼, 작은 실수라도 세간의 시선이 더욱 따갑기 마련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도로공사는 지속 ‘최고 성적표’를 받아들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교통시설 등 기초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주로 영위하는 구조상 수익성 제고가 쉽지 않은 여건에서도 활로를 개척한 한편, 사회적 가치 실현 또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에는 4차 산업 대응에 주력한다는 게 도로공사 방침이다.
불안했던 한 해 시작…역전된 분위기

올해 초만 하더라도 도로공사의 분위기는 사실 썩 좋지 못했다. 지난해 불거진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정규직 전환 갈등이 지속된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친 탓이다. 공공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타격을 입어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상황이었다. 업계에서는 도로공사의 이 같은 사정들이 올해 공공기관 경영실적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내다봤었다.

하지만 결과는 예측을 완전히 벗어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0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도로공사는 최고 등급 A를 부여받았다. 지난해 B등급보다 한 단계 끌어올린 성적이다. 올해 평가대상인 공기업은 129곳이었는데, 도로공사와 같은 A등급은 한국감정원과 한국조폐공사 등을 포함한 21곳(16.3%)이 전부다.

이처럼 도로공사가 성과를 거둔 데에는 수납원 문제 해결이 실마리가 됐다. 최근 도로공사는 법원 판결 및 기존 노사합의 및 고용방침 등을 반영해 요금수납원들에 대한 직접고용을 결정했다. 지난 2017년 외주업체 소속 수납원 5100명을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한 도로공사는 지난 5월 2015년 이후 입사자 137명을 해제조건부 근로계약 형태의 정규직 고용도 결정했다.

그 무렵부터 도로공사 행보는 일사천리였다. 당면한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교통량 감소 등에 따른 휴게소 및 통행료 수입이 줄자, 새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돌파구를 마련했다. 해외에서 도로 설계 및 감리사업 등을 잇달아 따내 수입구조 다변화에 나선 것이 대표 사례다.

지난 5월 도로공사는 두 건의 대형 사업수주 소식을 알렸다. 먼저 낭보를 알린 곳은 네팔이었다. 도로공사는 네팔 육군이 발주한 2100만 달러 규모의 ‘네팔 카트만두~테라이 고속도로 설계 및 시공감리 용역사업‘을 수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와 니즈가드 국제공항 예정지를 연결하는 도로로, 총 사업비만 약 35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도로공사는 유신·평화엔지니어링과 ‘팀코리아’(Team Korea)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싱가폴, 호주, 스페인 등 22개의 글로벌 컨소시엄과 경합 끝에 최종 선정됐다고 알려졌다. 건설 사업은 54개월간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진행되며, 한국도로공사는 설계와 설계검토 및 시공감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같은 달 카자흐스탄에서도 사업 수주 소식이 전해졌다. 알마티 순환도로 투자사업 시행사인 바카드(BAKAD) 유한책임 회사와 도로 운영·유지관리 계약을 체결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외곽순환도로 66km(4~6차로)를 신설하는 사업으로서, 도로공사는 SK건설과 함께 작업에 돌입하게 됐다. SK건설이 시공부문을 주관하고, 도로공사는 완공 후 SK건설과 함께 현지법인을 설립해 16년간(약 1750억 원) 운영·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사업이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순환도로는 한국도로공사가 해외도로를 운영·유지관리 하는 첫 사례라 의미가 크다. 도로공사는 오는 2030년까지 해외도로 1000km 운영·유지관리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까지는 주로 시공감리, 기술컨설팅 등을 해온 도로공사지만 이번을 계기로는 핵심역량인 운영·유지관리 분야의 진출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선 공공성, 해외선 수익성…4차 산업 대응 과제

현재 도로공사는 방글라데시 파드마대교 건설사업의 시공감리를 수행 중이다. 향후 운영·유지관리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협상이 잘 마무리된다면, 올해 말 사업을 수주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50년간 축적한 고속도로 유지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지에서도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도로공사가 해외 사업 수주 등에만 주력 중인 것은 아니다.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실적은 어느 때보다 사회적 가치 배점이 높았던 만큼, 도로공사가 A등급을 받은 것 역시 실은 공공성 실현이 바탕이 됐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던 공익 활동은 코로나19 위기 타개를 위한 다채로운 행보다.

먼저 지난 3월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승객 감소 등 어려움을 겪은 노선버스와 특별재난지역 등지서 의료지원 활동에 나선 이들을 대상으로 한시적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했다. 고속·시외·광역버스의 하이패스 이용료를 안 받았고, 특별재난지역(대구, 경산, 청도, 봉화)에서 의료지원 활동을 하는 의료인 운영차량 통행료도 사후환불 형태로 면제했다.

또한 매출액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휴게소 입점매장을 지원하고자 수수료를 인하했다. 휴게소 운영업체별 상생협의회를 거쳐 입점매장의 수수료를 30% 낮췄다. 이와 함께 휴게시설 운영업체에 대한 지원 일환으로 임대보증금을 절반으로 축소한 데 이어, 1950억 원 규모의 환급을 단행하기도 했다.

도로공사는 당장 4차 산업 대응에 주력할 방침이다. 건설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정부의 핵심과제인 ‘도로실증을 통한 스마트 건설기술 개발사업(2020~25년)’의 총괄기관으로 선정된 게 계기가 됐다. 이는 ▲건설장비 자동화 및 관제기술 ▲도로구조물 스마트 건설기술 ▲스마트 안전 통합 관제기술 ▲디지털 플랫폼 및 테스트베드 4개 분야 발전을 목표에 둔 사업이다.

도로공사는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연구기관·대학·기업의 스마트 건설기술 연구개발을 지원해왔다. 개발된 기술의 현장 검증·실용화·사업화는 물론 향후 해외시장 진출까지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순환체계를 갖춰 총괄기관에 선정됐다고 전해졌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국내 건설 산업의 디지털화가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