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 신기술·신제품 국제 경쟁력 재확인…불황 속 유일한 무기

스마트팩토리가 적용된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운전실. (사진 포스코)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철광석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재확산돼 철강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철광석 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코로나19 탓에 브라질과 호주 철광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중국 원자재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철광석 가격 상승이 이 추세를 유지한다면 결국 국내 철강업계 수익성 둔화로 이어지게 된다. 코로나19 재확산은 내수 시장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아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그럼에도 국내 철강기업들은 신기술·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신기술·신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평소에도 필요한 일이지만 최근 국내 철강업계는 악재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고 여기는 듯해 더 절실해 보인다.

친환경·경쟁력 두 마리 토끼 잡는다

국내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긍정적이지 못한 국내외 업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환경, 안전 등과 관련한 사회적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런 시점에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친환경 흑연 쾌삭강(PosGRAM, GRAphitic steel for Machinability)의 양산제품 개발에 성공하고 판매확대에 본격 나섰다. 우선 포스코가 개발한 PosGRAM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납쾌삭강을 대체할 수 있어 국가 산업 경쟁력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 포스코의 이번 흑연 쾌삭강 개발은 친환경 소재인 흑연을 활용해 납쾌삭강 이상의 우수한 절삭성을 확보한 데 큰 의의가 있다. 열처리를 통해 구현한 균질한 조직은 어느 방향으로 절삭을 하든 균일한 절삭성을 나타내 가공 효율이 한층 더 높아질 수 있게 됐고 주변 자기장에 쉽게 자석화되는 특성 덕분에 솔레노이드 밸브와 같은 정밀제어 부품으로 사용하기에도 적합하다.

쾌삭강 시장은 세계적으로 연간 100만 톤 규모로 추정되는데 이중 납을 함유한 제품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국내에는 납쾌삭강을 생산하는 업체가 없어 연간 2만3000여 톤을 일본 등 해외에서 전량 수입해 오고 있는데 포스코는 PosGRAM 양산으로 수입에 의존하던 쾌삭강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적극적인 친환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기로를 통해 재활용하지 않으면 폐기물이 되는 철스크랩을 주원료로 형강 및 철근 등의 제품을 연간 1000만 톤 이상 생산하고 있다. 철스크랩은 철광석, 석탄 등 다른 제강 원료 대비 CO₂ 및 폐기물 배출이 상대적으로 낮아 친환경적이다. 현대제철은 철스크랩 재활용을 통해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성을 인정받아 GR(Good Recycled Product, 우수재활용 제품) 인증을 획득하고 인증서를 받은 바 있다. 철강업계 최초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형강과 철근 제품에 대해 GR 인증을 신규 취득한 것.

현대제철은 국내 최대이자 최초 전기로 제강사로 전기로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 2013년 당진제철소에 3개 고로 건설로 일관제철소를 완공함으로써 자원순환형 제철소를 업계 최초로 구축했다. 고로를 통해 자동차, 선박 등의 소재를 공급하고 이후 폐기된 제품은 전기로 설비에 철스크랩으로 투입돼 건설 등에 쓰이는 형강, 철근 등으로 재활용된다.

우직한 철강업계, 이제 트렌드 선도한다

철강업계는 철강이라는 소재 특성에 어울리게 상당히 안정적이고 우직한 산업이다. ‘산업의 쌀’로 평가받는 철강을 생산하는 만큼 없어서는 안 되는 산업군이지만 비교적 산업 트렌드에는 민감하지는 않은 편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중국 등 경쟁국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국내 철강기업들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고급 컬러강판 투자를 확대해 시장을 선도하는 초격자 전략을 강화한다. 동국제강은 연산 7만 톤 생산능력의 최고급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부산에 증설하기로 했다.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약 250억 원을 투입하고 고부가가치 컬러강판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추가로 기존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합리화해 컬러강판 생산 능력을 현재 8개 생산라인, 75만 톤에서 내년 하반기까지 9개 생산라인, 85만 톤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경쟁사들이 1~4개 라인에서 최대 10만~40만 톤 수준을 생산하는 것과 비교되는 세계 최대 규모다.

동국제강의 이번 결정은 생산 인프라, 품질, 영업력, 연구개발 능력, 서비스 등에서 확고한 경쟁 우위인 컬러강판 사업을 더 강화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초격차 전략의 일환이다. 또 글로벌 가전사와 건자재 시장의 고급화 추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고수익 컬러강판 중심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펼쳐나갈 계획이다.

세아제강은 정부 신재생에너지 정책 추진에 힘입어 실적 회복을 노리고 있다. 세아제강은 해상풍력발전과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 건설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세아제강은 영국 정부와 손잡고 영국 국책 과제인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에 기초 구조물 ‘모노파일(Monopile)’ 제조사로 참여한다. 한국 기업이 영국 해상풍력 기초 구조물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로, 세아제강은 이를 발판 삼아 해상풍력 구조물 시장 글로벌 탑 플레이어로 도약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세아제강과 함께 세아그룹의 또 다른 철강 계열사인 세아베스틸은 이미 지난해 미국에서 사용후핵연료 운반·저장 겸용 용기를 수주한 바 있다. 세아베스틸은 오라노티엔(Orano TN)과 총 17기 사용후핵연료 운반·저장 겸용 용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용기는 원자력발전 가동 시 사용한 핵연료를 안전하게 옮겨 보관하는 것으로, 원전 운영·유지관리뿐만 아니라 해체 시 안전하게 핵연료를 처리하는 데 필수적인 제품이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철강기업들의 이런 행보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세아제강이 생산하는 후육관(두꺼운 후판을 이용해 만든 파이프)은 해상 풍력 발전의 하부구조물 소재로 사용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소수의 기업만 생산하고 있어 경쟁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