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한창 3~6월 매달 수주…닻 올린 '비전 2030' 현실화 장밋빛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정통 제조업체들이 역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과감한 투자 내지 ‘진짜 실력’을 발휘하며 존재감을 발휘하는 기업들이 있다. LS전선도 그 중 한 곳이다. 최근까지도 굵직한 해외사업을 지속 따냈다. 글로벌 최상위 수준의 기술력이 단연 밑바탕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LS전선의 향후를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변화한 기업환경이 LS전선에 우호적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벌써부터 LS전선 ‘2030 글로벌 비전’의 현실화를 두고 기대가 모이는 배경이다.
LS전선이 올해 상반기 뛰어난 수주성과로 호실적을 달성했다.
코로나 속 실력 발휘…매달 수주 낭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코로나19 사태는 산업계에 거대한 위기 상황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모습은 저마다 크고 작은 차이를 보인다. 어느 쪽은 ‘어떻게 버틸 것인가’를 고민하지만, 한편에선 더 나아가 ‘어떻게 비상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곳도 있다. 물론 둘 중 하나만 이뤄도 선방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런 가운데 LS전선은 다른 차원을 달리고 있다. 최근 성과를 보면 ‘버티기’와 ‘비상하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장기간 영위했던 전선 사업이 기대이상의 실적을 낸 한편, 신산업 개척 활로 또한 활짝 열었다. 일찍이 세계무대서 인정받은 기술력을 지속 보강한 결과가 이 같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LS전선의 기세는 매서웠다. 먼저 3월에는 바레인에서 1000억 원 규모 해저케이블 사업을 수주했다. 바레인 본섬과 하와르섬 사이 25km를 해저케이블로 잇는 사업이다. 하와르섬은 바레인 정부가 관광지로 개발 중인 곳이다. 현지 정부는 환경보호를 위해 섬에 발전소를 짓는 대신, 전기를 전송하는 해저 전력 기술을 필요로 해 LS전선을 택했다고 전해졌다.

낭보는 이어졌다.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눈에 띄는 경쟁력을 과시했다. 케이블 본고장인 유럽시장에 진출한 후 최대 규모의 수주를 네덜란드에서 따내기도 했다. 4월 LS전선은 네덜란드 국영전력회사 테네트사와 약 1342억 원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입찰은 최저가 낙찰제가 아닌 기술력과 사업 경험 등을 두루 평가하는 종합 심사제로 이뤄졌다.

그 뒤로도 5월에는 미국에서 약 660억 원 규모의 해저케이블 교체 사업을 수주했다. 6월에는 싱가포르에서 총 1000억 원 규모의 전력케이블을 수주했다. 특히 싱가포르의 경우 유럽과 일본 및 중국 등의 주요 전선 업체들이 각축전을 벌이는데도, 품질 기준 등이 엄격해 진입이 어려운 시장으로 꼽히는 곳이라 의미가 크다.

미래 경쟁력에 더 큰 관심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 사실상 매달 사업을 수주해온 셈인데, 세간의 기대감이 큰 이유가 이 때문만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LS전선의 미래 전망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한국의 그린뉴딜을 포함한 국내외 에너지 정책의 변화가 전선 수요를 증가시킬 수도 있지만, 더 나아가 LS전선이 자체적으로 수행하려는 신산업의 기술력도 입증되고 있어서다.

앞서 LS전선은 올해 1월 3일 이전보다 특별한 신년행사를 가졌다. 의례적인 인사말이 오가는 대신 사업구조 변신 및 신산업 진출, 궁극적으로 기업의 정체성도 변화할 것이라고 대외에 밝힌 자리였다. 이른바 LS전선 ‘비전2030’을 발표한 행사로서, 당시 구자엽 LS전선 회장은 이번 선언이 “회사의 새로운 10년을 이끌어 갈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LS전선 비전2030은 ‘단순 제조업에서 솔루션 기업으로 비즈 모델 혁신’을 뼈대로 한다. 이를 위해 통신 인프라의 확충과 전기차 부품 등 신사업 육성,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시장 진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생산, 판매법인 등 해외 거점을 현재 23개에서 40여개로 2배 가까이 늘린다고도 한다.

이제 막 닻을 올린 비전2030이지만 단순 슬로건에 그치는 모습은 아니다. 지난 7개월여 간 LS전선은 지속적으로 새 분야 개척에도 역량을 드러냈다. 대표 사례가 LS EV코리아 성장세다. LS전선전기차 부품사업부에서 분할된 곳인데, 현재 폭스바겐과 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및 LG화학 등에 전기차용 와이어링 하네스·배터리팩 부품·ESS용 부품 등을 공급 중이다.

환경기술 개발도 마찬가지다. 올해 3월 LS전선은 한국전력과 함께 배전용 친환경 케이블의 시범사업을 마치고 상용화에 나섰다. 케이블의 도체를 감싸는 절연 재료에 가교폴리에틸렌(XLPE) 대신 폴리프로필렌(PP)을 활용, 온실가스 감소 및 재활용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전 세계에서 PP케이블을 개발한 곳은 LS전선을 포함해 단 두 곳뿐이다.

통신 인프라 확충에 있어서는 랜(LAN) 케이블‘ 심플와이드’ 출시가 각광받았다. 기존 랜 케이블의 전송 거리의 한계인 100m를 2배 확장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스마트 공장과 빌딩의 확산, 사물인터넷(IoT) 인프라 구축 등으로 시장이 급성장 할 것으로 보고 마케팅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자연히 시장에서도 LS전선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가는 모습이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부가가치가 높은 해저케이블 등의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외에서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 중 하나가 LS”라며 “주력사업에 비해 규모가 크진 않아도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하네스 모듈과 릴레이 부품을 생산해 성장 동력도 갖추고 있다”고 바라봤다.

한편 올해 2분기 LS전선은 매출 1조2170억 원, 영업이익 430억 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각각 5.3%, 4.9% 성장한 실적이다. 또 기존의 시장 기대치를 약 12%, 16%씩 상회한 수치기도 하다. LS전선 관계자는 “해저케이블을 포함한 초고압전력선 수주 증가가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