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에 전전긍긍…”코로나19 초기 확산 때보다 더 심각”

CU가 이번에 설치한 차단막은 투명 카보네이트 소재로 카운터 위 천장에 매달아 소비자와 근무자 사이를 물리적으로 차단해 침방울을 막아주는 구조다. 차단막 아래는 열려 있어 평상 시처럼 상품, 현금, 신용카드 등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사진 BGF)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어느 업계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던 유통업계가 다시 찾아온 코로나19 확산 충격에 의욕을 상실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일부 유통기업들은 물류와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거듭 발생하면서 코로나19 재확산의 주범으로 몰리는 상황까지 극복해야 한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만약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에 돌입하게 된다면 유통업계는 코로나19 초기 확산 때보다 더 심각한 하반기를 보낼 수도 있다. 아예 사업을 포기하는 기업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유통기업들이 특유의 대응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반, 기대반’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처한 상황 ‘그대로 활용’하는 게 급선무

최근 수년간 산업계는 급격한 1인 가구 증가와 온라인 문화 확산으로 이미 큰 변화에 적응하고 있었다. 특히 IT와 유통업계는 사회 흐름에 적응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언제나 그 흐름을 주도하는 위치에 서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사회와 업계가 밀고 당기기를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빠르게 트렌드를 바꿔 나가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들은 생경함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이제는 적응과 유행 개념이 아닌 것 같다. 산업계, 특히 온·오프라인 모든 공간에서 소비자를 상대하는 유통업계는 아예 생존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이제 유통기업들은 IT 기술을 접목해 ‘유통 시스템 효율화’는 물론 ‘리테일산업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무인배송서비스 도입’, ‘스마트 점포’, 심지어 ‘로봇 종업원’까지 이전에는 시도하는 것부터 부담스럽고 사회적 합의까지 필요했던 일들을 조기에 도입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 비대면 기술 전문가는 “기존에도 사람이 음료를 만들고 서빙 로봇이 매장 내에서 배달만 하는 형태가 있었지만 이제는 바리스타 로봇과 서빙 로봇이 서로 연동해 주문부터 음료 제조, 배달까지 로봇이 한 번에 해결하는 원스톱(One-Stop) 시스템이 구현되고 있다”며 “앞으로 무인자동화 시스템이 급격히 확대 적용되면 다양한 요식업 분야로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당장은 현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유통기업들은 추석 명절 특수에 대응하기 위해 상당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극심한 장마 등 연이은 악재로 위기 극복 의지의 한계치를 경험하고 있는 유통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 후 처음 맞이하는 명절 특수를 그대로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통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결국 ‘언택트’와 ‘디지털 마케팅’이다. 먼저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인 롯데온(ON)은 다음달 13일까지 추석 선물 사전 예약 판매를 진행한다. 어디나 다 하는 사전 예약 판매지만 롯데온의 ‘다중배송’ 서비스가 유독 눈에 띈다. 다중배송 서비스는 구매한 상품 수량만큼 여러 명에게 선물 발송이 가능한 서비스로 결제 전 주문 단계에서 최대 100개까지 받는 사람 주소 입력이 가능하다.

또 롯데온은 온라인에서 대량 구매하는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대량 주문 전용 서비스’도 선보인다. 100만 원 이상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는 홈페이지에서 주문서 양식을 다운 받아 이메일로 보내면 해당 MD에게 전달된다. MD는 가격을 책정해 소비자에게 회신하고 소비자는 생성된 개인 결제창에서 결제를 하면 대량 구매 절차가 끝난다.

위메프 역시 다음달 6일까지 ‘얼리버드 추석준비’ 행사를 기획했다. 위메프에 따르면 이번 추석에는 언택트 트렌드 영향으로 온라인을 통한 관련 용품 구매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이번 프로모션을 준비했고 얼리버드 기간 구매 소비자에게는 최대 50% 할인 구폰도 지급하는 등 적극적인 디지털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생존력 극대화에 빠질 수 없는 ‘상생’과 ‘협업’

유통기업들은 누구나 어려운 시기인 만큼 상생과 협업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BGF가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코로나19로부터 가맹점주 및 스태프, 소비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전국 1만4000개 점포 카운터에 ‘비말 차단막’을 설치했다. CU는 최근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자 긴급 대응안을 마련하고 소비자와 근무자들 대면 접촉이 잦은 점포 카운터에 비말 차단막을 설치키로 했다. 관련 비용은 전액 본부가 부담한다. 이미 CU는 코로나19 발병 이후부터 가맹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상생협력펀드, 확진자 방문 점포 방역비용 전액 부담, 휴업기간 간편식품 100% 폐기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적극 시행해 왔다.

위메프는 먹방 크리에이터 ‘입짧은햇님’과 소상공인협동조합 우수 제품을 시식하는 라이브 방송 ‘어디까지 팔아봤니 시즌 2’를 진행한다. 방송은 지난 26일부터 오는 10월 28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추석 연휴 제외)에 진행된다. 총 7회에 걸쳐 18개 소상공인협동조합 상품을 소개할 계획이다. 또 위메프는 한국쌀가공식품협회와 MOU를 체결하고 ‘2020 쌀가공품 TOP10’으로 선정된 제품의 온라인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전국 1만4000여 가맹점과 가맹점 영업을 지원하는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약 10만여 장 KF94 인증 마스크를 지급키로 했다. GS25가 가맹점과 직원들에게 KF94마스크를 긴급 지원키로 한 것은 마스크 착용이 가장 효과적인 감염 방지책이라는 방역 당국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함이다. 또 GS25는 코로나19가 재확산됨에 따라 전 점포에 구축돼 있는 셀프 결제 시스템도 최대한 활용키로 했다.

최근 롯데마트에는 대형마트 최초로 중고 거래 자판기(파라박스)가 설치됐다. 최근 트렌드를 고려하고 코로나19 비대면 거래 확산 분위기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롯데마트는 관련 청년 스타트업과 협업해 중계점에 중고 거래 자판기 ‘파라바라(parabara)’를 설치했다. 일반적으로 중고 거래는 상품 구입을 확정하기 전에 실물 확인이 어렵고 낯선 사람과 복잡한 거래 절차를 거쳐 대면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파라바라는 이런 점들을 보완한 신개념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