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35포인트(0.40%) 상승한 2353.80에, 코스닥은 전일 대비 4.90포인트(0.59%) 오른 841.30에 마감했다. (연합)

주식시장이 크게 상승했다. 상승 강도도 지난주 하락을 거의 메울 정도로 셌다. 시장이 한 주 만에 얼굴을 바꾼 건 코로나19에 대한 경험 때문이다. 지난 3월 질병이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때 투자자들은 주가가 크게 떨어진 후 다시 상승하는 걸 목격했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벌어질 걸로 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주가 상승이 더해졌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식시장이 연일 상승하자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오히려 높아졌다.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곧바로 새로운 매수가 들어와 원상을 회복할 거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상승이 상승을 부르는 상황인데 이 상태에서는 주가가 견딜 수 없는 수준이 돼야만 하락이 일어날 수 있다.

시장 금리 상승은 미국 주식시장의 하락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어

시장 분석가들이 올해처럼 곤란을 겪었던 적이 없다. 분석은 경제와 기업실적을 토대로 해야 하는데 주가와 경제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 어떤 한쪽을 일방적으로 옹호할 수 없는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의 펀더멘털 개선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8월말 현재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의 주가순이익배율(PER)이 22.8배로 2000년 IT 버블 당시 최고치인 25.2배에 육박했다. IT버블 당시 미국시장의 고평가 정도가 70년내에 최고였던 걸 감안하면 지금 미국 시장이 얼마나 위험한 상태에 있는지 알 수 있다. 펀더멘털에 의해 만들어진 빈 자리를 정책이 차지했다.

3월 이후 여러 차례 지급됐고 5차 경기부양대책을 거쳐 앞으로 지급될 가능성이 있는 가계 지원금이 코로나 이전보다 미국의 소비를 높게 유지하는 힘이 되고 있다. 이를 이해 올해 상반기에만 4조5000억 달러의 돈을 썼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3년간 공급됐던 돈 2조5000억 달러의 두 배에 해당한다. 정책이 주가를 좌우하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걸로 전망된다.

앞으로 미국 주식시장의 모양이 바뀐다면 두 개 요인 때문일 것이다. 하나는 금리이다. 연준이 결정하는 기준금리보다 시장금리가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물가수준 등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는 최소 2년간 인상이 없을 걸로 보이지만 시장 금리는 다르다. 최근 인플레 기대심리가 높아져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 저금리와 유동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금리 상승은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의 대형 기술주도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요인

다른 하나는 대형 기술주이다. 애플 주가가 거래일수 20일만에 30% 상승했다, 테슬라도 11일만에 57% 올랐다. 시장의 기대를 뛰어 넘는 기업 이익과 미래 성장성을 상승 이유로 꼽고 있지만 그게 모두가 아니다. 최근에 주가를 끌어올린 동력은 주식 분할이란 재료였다. 테슬라와 애플이 지난 21일과 24일 주식분할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를 완료했다. 재무적으로 주식분할은 주가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분할을 해도 기업 내용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주가가 갑자기 낮아져 투자자들이 주가가 싸졌다고 착각하거나 주식수가 늘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매수에 참여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는 본류가 아니다.

이렇게 재무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요 주식들의 주가가 연일 상승한 건데 지금 미국투자자들이 얼마나 정상적인 판단에서 벗어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주가는 일정 단계를 넘으면 가격이 가격을 끌어올리게 된다. 주가가 올라 투자자들이 모든 형태의 상승에 호응하기 때문에 나온 결과인데 지금 미국의 대표 기술주가 그 단계에 들어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

시장을 끌고 가는 핵심 가치인 성장은 변화하는 산업구조를 선도적으로 끌고 가는 곳을 중심으로 실현된다. 그래서 성장기업을 판단할 때에는 해당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를 봐야 한다.

시장의 평가도 항상 그 쪽에 맞춰져 있다. 처음 시장 규모가 작을 때에는 이익으로 회사를 평가하기 힘들기 때문에 매출 증가를 중시하지만 이는 시장을 만들어가는 능력을 판단할 때에만 타당성을 가질 수 있다.

매출을 중시했던 기준도 시간이 지나면 이익으로 바뀐다. 어떤 단계가 되면 회사가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래서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높은 마진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중요시하게 된다.

지금 미국의 선두 기업들은 잉여현금 창출은 물론 시장 지배력까지 가지고 있어 높은 주가가 됐다. 문제는 시장이 성장 테마에 지나치게 몰입하면서 이익 창출 능력을 예단해 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 상황이 되면 매출 증가를 이익 증가로 확대 해석하게 되는데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고평가에 대한 논란이 거세진다.

특정 종목군의 주가가 오를 때, 그 강도가 세면 셀수록 판이 바뀔 가능성도 높아진다. 바뀐 판을 경험해 본 사람이 없어 주가 상승이 손쉽게 이루어지지만, 그만큼 버블도 커지므로 반전도 빠르고 강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지금 전세계적인 성장주 열풍이 과거 유사 사례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2000년 IT버블 때 나스닥에서 주력이었던 종목은 지금 시장을 끌고 가고 있는 회사들이 아니었다.

비슷한 종목이라도 주가가 계속 상승한 게 아니라 중간에 큰 폭의 하락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었다. 상승에 안주하기보다 가지고 있는 주식을 언제 적절히 처분할지를 고민하는 게 맞는 전략인 것 같다.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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