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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V자형 회복 어렵다”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듯

코로나 재발에 장마에…하반기 경제성장률 더 낮아져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연합)
국민 모두가 몸으로 직접 체감하듯이 올해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크게 받았고, 비대칭 U자형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U자형 회복을 전제로 할 경우 코로나19 이전 경제 상황으로 회복하는 시기는 빨라도 내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를 마무리하면서 V자형 회복을 기대했던 정부와 산업계는 현재 글로벌 경제 흐름과 수출 경기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 또 국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는 상황 등을 극복해야 하는 입장이다. 만약 이런 모든 악재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L자형 장기침체를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 뉴딜 투자 집행률·민간 마중물 투자 여부 중요

최근 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2%에서 -1.3%로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이런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 1998년 외환위기(-5.1%)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특히 한국은행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제시하면서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가 기대하는 3% 대 성장률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상황은 더 심각해 보인다.

이런 부정적 경제 흐름 속에 민간소비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가계 소득여건 및 소비심리 개선 지연 등으로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딜 전망이다. 부문별로 코로나19에 따른 대면서비스 회피, 해외여행 위축 등이 민간소비 회복을 상당기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국은행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지원정책, 코로나19 이후 소비위축에 따른 저축 증가 등은 향후 민간소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IT 부문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내년에는 비IT 부문도 회복되면서 증가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IT 부문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해 있지만 반도체 중심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비IT 부문은 올해 중 코로나19에 따른 업황 악화로 부진하겠지만 내년에는 철강과 화학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그간 지연됐던 노후설비 교체와 일부 업종 신규투자가 이어지면서 회복될 전망이다.

반면 3분기 들어 호우 피해,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회복 국면 진입이 지연되거나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우려도 존재한다. 사실상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창궐로 한국 경제는 큰 충격을 받았고 2분기에는 그 피해가 본격화되는 양상이었다. 전기 대비 경제 성장률은 1분기에 1.3% 역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3.2%로 감소세가 확대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7월 동행지수순환변동치 및 선행지수순환변동치가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3분기 중 경기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기는 어렵다”면서도 “3분기 중 사상 최대 기간 장마,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대규모 재확산 등으로 내수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여 경기의 단순한 반등인지 회복세로의 전환인지에 대한 판단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국내 소비는 2분기에 회복세를 보였지만 지난 7월 들어 다시 침체되는 모습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6월 강한 반등세를 보였던 소매판매 증가율이 7월 들어 전기 대비 6.0%, 전년 동기 대비 0.5% 크게 하락했다. ICT 투자 침체, 내수 및 수출 경기 불황 지속 등으로 설비투자가 침체되고 있지만 선행지표들이 회복 신호를 보내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주 경제연구실장은 “수출은 주요 시장 수요 위축으로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 중이지만 지난 7~8월 중 한 자릿수 이내 감소율로 개선된 부분은 있다”며 “내수와 수출이 모두 침체되면서 대부분 산업에서 노동력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공급 측 물가 상승률이 감소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집중 호우를 동반한 장마와 태풍 피해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크게 높아졌다”며 “실물지표 부진에도 가계소비 및 기업투자 심리는 꾸준하게 개선되는 모습이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경기 회복 여부를 결정짓는 주된 요인 중 하나는 결국 정부 투자 규모와 이에 대응하는 민간 투자일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정부 뉴딜 투자의 올해 하반기 및 내년 집행률 수준과 민간 마중물 투자 여부가 경기 회복 수준에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뉴딜 펀드와 뉴딜 금융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열 것”이라며 “엄중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와 금융권 전체가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경제충격 극복은 물론 국가 경제 성장동력 확보가 한국판 뉴딜의 성공에 달려 있고 이를 위해 민관이 원활한 자금 공급에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 시나리오별 향후 경기 방향성 추세 전망. (자료 통계청, 현대경제연구원)
흔들리는 제조업…수출기반 흔들릴 우려도

당장 직면한 문제는 한국 산업계의 대장격인 제조업 위기다. 이들 중에서도 국내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의 분야가 불확실성에 놓여 앞날을 가늠키 힘든 상태다. 또 단기간이나마 고용유발 효과 등 실물경기와 연관성이 큰 건설업마저도 정부 투자의지와 무관하게 전망이 난망한 현실이다.

먼저 반도체의 경우 디램(DRAM) 현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짧은 주기로 오르내리길 반복하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서버용 D램 고정거래 가격은 128.0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전월 대비 4.5% 하락한 수치다. 지난 7월 기록한 134.0달러 역시 기대치를 하회한 수준으로 위기감을 고조한 바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에 커다란 악재다. 두 기업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언택트 호조에 대응하기 위해 서버용 D램 생산을 지속 늘려왔었다. 하지만 서버업체들 또한 일찍이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선주문을 필요 이상으로 늘렸던 것이 이런 상황을 낳았다는 분석이 크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고객들의 주문 감소와 화웨이 제재 이슈 등으로 메모리반도체의 통상적인 하반기 수요 증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하반기 메모리 고정거래가격과 국내 반도체 업체들 실적은 기존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자동차의 경우 현대차는 지난 5월 전 세계 시장에서 총 21만7510대를 판매했다. 당시 국내 판매는 신차 효과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4.5% 증가했었다. 그럼에도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판매가 급감(49.6%)하면서 전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9.3% 감소했다.

이에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 사례와 같이 해외비중이 높은 우리 기업들은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에 따른 실적악화에 직면했다”며 “현지 수요 감소, 확진자 발생 등으로 해외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연간 매출액 감소는 물론 현지 네트워크 및 우리 기업 수출기반까지 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의 기본 토양이라 할 수 있는 건설업도 장밋빛을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가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을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했음에도 현장에서는 기대를 모으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77.1에 그쳤다. 이 수치가 100보다 낮으면 전망이 안 좋다고 본다.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는 철강과 화학업계도 긍정적이지 못하다. 먼저 철강업계는 하반기에 철광석 가격 안정화로 철강사들의 수익성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철광석 가격 고공행진 지속으로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 악재로 철강재 수요까지 떨어져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좋지 않은 상반기 업황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도 정유 부문만 봤을 때 올해 상반기 5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하반기 이 부문 흑자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석유제품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수익지표인 정제 마진은 최근 마이너스대로 떨어졌다. 최근 국내 정유업계는 상반기 수요 감소를 비롯해 정제 마진 악화 및 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고 손실로 4조 원 가까운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최악의 시기’ 항공업계…2차 위기 우려에 ‘긴장’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항공업계는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다양한 자구 노력과 화물사업에 집중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2분기 깜짝흑자를 달성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우려되고 있는 시점인 만큼 항공업계는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장 항공사 부채는 40조4323억 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아시아나항공(2291%)이 가장 높고 에어부산(1884%), 대한항공(1099%), 제주항공(876%), 진에어(592%), 티웨이항공(560%) 등이 그 뒤를 잇는다.

항공사들은 자구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6개월 간 순환 휴업중이다. 직원 휴업 규모는 전체 인원의 70%를 넘는다. 조 단위 부채에 대한 원금·이자 상환, 인건비와 고정비 등 단기적인 운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최근 유상증자로 1조127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한 데 이어 ‘알짜 사업’인 기내식과 기내면세품 판매 사업도 9906억 원에 사모펀드(PEF)에 팔았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상반기 LCC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3519억 원으로 지난해 말(약 7520억 원)과 비교할 때 절반 이상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국제선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고정비용이 많은 저비용 항공사들은 자본잠식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이미 해외여행 심리가 위축돼 이전처럼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유통업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직격탄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지난 2월부터 6개월 연속 전년 대비 매출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3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7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출 부문은 전년 동월 대비 2.1% 감소했다.

편의점(3.7%)만 매출 상승을 기록했을 뿐 기업형 슈퍼마켓(-11.9%), 대형마트(-5.5%), 백화점(-2.1%) 등 다른 유통업체 매출이 줄어든 탓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다중이용시설 기피 현상과 계절적 요인인 장마를 주요 원인으로 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도권 방역조치가 강화됨에 따라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고민은 깊어졌다. 지난달 30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 매출은 타격을 받았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은 식당가 영업시간 제한과 출입 관리 강화로 방문객이 대폭 줄었다.

수도권 주요 백화점과 마트 식당가, 스낵, 푸드코트, 베이커리 등은 영업시간이 오후 9시까지로 제한됐고 모든 출입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받고 신분증을 확인하는 번거로움이 가중됐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30일 매출이 전주 같은 요일 대비 각각 24%, 28% 감소했다. 이날 대형마트 매출도 2주일 전 일요일 대비 10%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 일요일인 23일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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