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이중 효과를 가지고 있어

시장에서는 지금까지 썼던 방법으로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막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환자 발생이 광범위해 질병을 일거에 잠재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타미플루가 신종 플루를 잠재웠던 것처럼 새로운 약이 나와야 상황이 정리될 걸로 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개 제약사가 코로나19 백신 관련 마지막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화이자와 모더나,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중국 제약사 2곳(시노백, 시노팜)이 그 곳인데 러시아에서 3상 이전에 백신 투여에 나섰지만 점수를 주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이번 임상은 일반 신약보다 단축해 진행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임상 3상은 1~2상보다 긴 시간 동안 신약의 효능과 부작용을 추적 관찰한다. 현재 5개 제약사의 3상도 전체 기간을 2년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단기간 투약을 통해 유의미한 코로나19 면역 형성이 확인되면 바로 다음 단계인 FDA 심사와 제조 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조만간 백신 개발 결과가 나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또 한번 달라질 것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백신 개발을 계기로 세상이 코로나19에서 해방될 수 있다. 사람의 활동 제한으로 인한 경기 둔화가 끝나고,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으로 묶여있던 유동성도 위험자산으로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 반면 백신 개발이 주가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질병이 퍼지는 동안 주가가 계속 하락했다면 모르겠는데 반대로 상승했다. 시장이 백신 개발을 당연시하고 움직였기 때문에 현실화된다고 해서 바뀔 게 없다. 비대면과 관련한 테마는 오히려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의 가닥이 잡힐 경우 언택트에서 대면으로 세상이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약과 바이오도 상황이 비슷하다. 백신 개발 여부에 관계없이 주가가 크게 상승했는데 실제 개발에 성공할 경우 재료의 소멸에 따른 주가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도 개인투자자 비중이 늘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져

애플과 테슬라가 주식분할을 재료로 크게 상승했다. 테슬라의 경우 한 달도 안 되는 시간에 60% 가까이 상승했고, 애플도 30% 넘게 올랐다. 주식분할은 단순히 주식의 숫자를 늘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론상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게 맞다. 1주를 4주로 나눴다고 기업내용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데에도 가격 수준이 낮아졌다는 걸 재료로 주가가 크게 올랐다.

미국 주식시장이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움직인 건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다. 2010년에 10%에 지나지 않던 미국의 개인투자자 비중이 현재는 20%에 육박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펀드를 통해 투자하던 패턴에서 달라진 것이다.

피델리티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65세 이상 투자자 중 30%는 지난 2월과 5월 사이에 보유하고있는 주식을 모두 내다팔았다고 한다. 나이가 많을수록 리스크를 피하려는 심리가 강하기 때문이다. 해당 기간 중년 투자자의 거래도 큰 변화가 없었다. 온라인 영업을 주로 하는 증권사 찰스슈왑의 분기별 개인 자금 흐름을 보면 고객 자산 중 현금 비중이 2019년 4분기 11.3%에서 2020년 1분기 15.1%로 증가했다. 중년 투자자들도 반등 장세에서 주식을 대규모로 매수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결국 20~30대가 최근 주가 상승을 끌고 가는 주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시장에서는 이들을 로빈후드 투자자라고 얘기한다. 주식 거래량이 중년이상 고객보다 40 배 높으며, 옵션 계약 거래량은 88배 높다.

기회를 잡으려는 젊은 개인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추구하다 보니 단기에 급등락을 거듭하는 종목이 늘고 있다. 이들이 거래했던 종목을 보면 우선 허츠(Hertz)가 있다. 렌터카회사인데 파산신청을 하고 기존 대주주가 주당 72센트에 매각했지만 이 주식을 로빈후드들이 사들여 5월 22일 이후 15일 사이에 네 배 넘게 상승했다. 코닥(Kodak)은 더하다. 필름 사업이 문을 닫으면서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는데 제약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가 짧은 시간에 1.5달러에서 40배 상승한 60달러가 됐다가 다시 90% 하락해 6달러가 됐다.

사람들은 지금 시장과 IT버블 때를 비교할 때 과거에는 단지 기대만으로 주가가 움직였지만 이번에는 기업들이 이익을 내고 있어 차이가 있다고 얘기한다.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2000년에도 나스닥 상위 종목들은 돈을 많이 벌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때 주도주였다. 성장성도 뛰어났다. 시스코시스템즈는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인데 지금 전 세계에 깔려 있는 인터넷 망을 감안하면 당시 기대가 얼마나 컸을지 알 수 있다. 잘못된 건 기업 내용에 대한 판단이 아니다. 기대 때문에 실력에 비해 주가가 너무 높아졌고 결국 이를 이기지 못하고 폭락한 게 잘못이다.

5만원 지폐를 1만원 지폐 5장으로 바꿨다고 재산이 늘지 않는 건 어린아이라도 다 아는 일이다. 미국시장에서는 어린아이도 다 알고 있는 일을 재료로 주가가 상승했다. 수익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아 합리적 판단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 외에 현재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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