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가 연구.개발.생산 맡은 ODM 방식 밀어붙여…
화장품, 제약, 건기식으로 글로벌 시장 도전

1990년 직원이 단 3명밖에 되지 않았던 한국콜마는 어느덧 4000명을 거느린 글로벌 뷰티헬스 기업으로 변신했다. 창립 초기 1년 동안 일거리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한국콜마는 ODM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 화장품 업계에 최초로 적용했는데, ODM이 낯선 화장품업계는 한국콜마를 신뢰하지 않았던 것이다. 창업주 윤동한 회장은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일념으로 한 발씩 나아가니 점차 신뢰할 수 있는 회사라는 입소문이 났다”고 회고한다. 첫 수주를 따냈을 때 창립 멤버들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했다는 후문이다. 한국콜마는 화장품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자 건강기능식품과 제약 사업에 뛰어들었다. 세 개의 영역을 융합해 글로벌 시장의 강자가 되겠다는 포부다.

ODM에 대한 확신
OEM 비즈니스 모델이 일반적이었던 90년대, 윤동한 회장은 ODM을 고집했다. OEM은 제품 생산만 담당하는 방식이고 ODM은 제조업체가 생산뿐 아니라 직접 연구, 개발까지 하는 것을 말한다. 윤 회장은 회사 설립을 위해 시장조사를 하던 중에 미국과 일본 등 화장품 선진국에서는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ODM 방식을 활용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윤 회장과 한국콜마 경영진은 단순히 고객사의 주문대로 제품을 생산하면 기술력과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자체 브랜드를 출시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윤 회장은 단박에 거절했다. 윤 회장은 “우리가 브랜드를 갖고 있다면 고객사와 일단 경쟁관계가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관된 확신이 오늘날의 한국콜마를 있게 했다. 전면에 나서지 않고도, 자체 브랜드를 출시하지 않고도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콜마는 전 세계 50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상품의 기획, 개발부터 완제품의 생산, 품질관리, 출하에 이르기까지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ODM 시스템의 저변을 넓혀 제약과 건강기능식품 분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윤동한 한국콜마 창업주/한국콜마 제공

한국콜마에는 ‘최초’ 사례가 많다. 시중에 널리 판매중인 BB크림은 한국콜마가 원조였다. 한국콜마는 독일에서 피부 치료제로 쓰이던 BB크림에 파운데이션과 자외선 차단 기능을 더해서 오늘날의 BB크림을 만들었다. 아기들이 쓰는 고체형 파우더도 한국콜마가 최초로 만들어낸 제품이다. 가루 형태의 파우더가 호흡기에 좋지 않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한다.

한국콜마의 화장품 관리 수준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콜마는 화장품을 의약품 수준으로 꼼꼼하게 관리한다. CGMP(우수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인증을 두 번이나 받을 정도다. CGMP는 의약품 관리 기준인 GMP의 화장품 버전으로, 화장품의 안전성, 유효성 등을 엄격하게 평가하는 기준이다. 15년 동안 대웅제약에서 일했던 윤 회장은 의약품 관리 기준만큼 화장품도 깐깐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2011년 식약처로부터 국내 최초로 CGMP 인정을 받았다. 한국콜마를 필두로 다른 화장품업체들도 연달아 CGMP 인증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한국콜마의 올 8월 기준 누적 특허 등록 건수는 422개, 출원 건수는 774개로 국내 화장품 ODM 업계 최고 수준이다. 전 직원의 30%를 연구원으로 구성하고, 매년 매출의 5~6%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R&D 역량 강화는 창립 이래 가장 중요하게 지켜온 경영원칙이자, 한국콜마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강력한 성장동력”이라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확대로 원료 및 소재 국산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제약과 건강기능식품에 도전
지난 2018년 한국콜마는 제약사 CJ헬스케어 인수에 성공했다. CJ헬스케어의 신약개발 및 영업인프라와 한국콜마의 제약 생산 및 개발 역량이 만나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화장품, 제약, 건강식품 등의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며 “이런 포트폴리오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로 글로벌 경쟁력을 드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콜마의 사업구조는 화장품, 제약, 건강기능식품 3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계열사 전체의 매출 비중은 화장품 50%, 제약 25% 건강기능식품 25% 순이다. 한국콜마는 3개 사업군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연고의 흡수력이 약하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연고에 화장품 기술을 도입했던 사례도 있다. 손발톱무좀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한국콜마는 손발톱무좀 치료제가 닦아내기 힘들다는 점에 주목해 화장품 기술을 접목한 신제품을 내놨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윤상현 부회장은 “적극적인 투자로 화장품,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사업의 균형 있는 성장을 이뤄 글로벌 종합 뷰티헬스 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